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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찬선의 이론조론 (理論造論) : 고독한 이순신 장군은 이제 그만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 press@newsprime.co.kr | 2014.09.01 16:25:43

[프라임경제] 충무공 이순신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명량'이 한국 역사상 최다 관객수와 매출기록을 올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순신 리더십과 업적을 칭송하며 그분의 귀한 가르침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 필자의 글 또한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오늘의 글에서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자 한다. 이순신 장군은 1598년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 수십 차례의 전쟁에서 연전연승을 거뒀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연승기록에 대한 흥미나 관심과는 다른, 전율할 정도의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가질만한 놀라운 전과다.

모든 전쟁은 목숨을 걸고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사투다. 그것도 당시 수백년간의 전쟁을 끝내고 대륙정벌을 꿈꾸던 일본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서 이뤄진 결과다.

잘 알려졌듯이 당시 이순신 장군은 그의 철저한 원칙주의와 올곧은 성품으로 많은 중상모략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수 차례의 좌천과 강등, 백의종군이라는 고난을 겪고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칭송하고 그의 리더십을 설명하는 많은 글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장군의 뛰어난 전략, 백성들의 존경과 지원, '必卽死必卽生(필즉사필즉생)'의 자세, 천운 등이다.

모두가 옳은 말이고 일리가 있는 설명이다. 그런데 왠지 생명을 건 수십 차례의 전쟁에서의 연승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있는데, 필자가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성공요인을 추가하고자 한다.

그것은 전쟁의 승리를 가져오는 기본(원칙)을 온전하게 지키고 수행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언제나 이기는 전쟁을 했다고 한다.

외부적인 조건에서의 유리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온전하게 하나하나 실천한 것이다. 전쟁이 없는 동안에도 무기와 군량미를 비축하고 병사들을 훈련시켰으며 그들의 사기를 철저히 관리하면서 적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탐색과 대응전략을 모색해 준비에 준비를 반복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든 최악의 상황이든 이러한 기본을 철저히 지키면서 전쟁을 대비했다.

이것은 경영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기업이 전쟁과 같은 크고 작은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인사, 조직, 재무, 마케팅, 전략, 조직문화 등 모든 곳에서 원칙을 지키고 기본을 온전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승리의 왕도며, 이렇게 단순하고 지루해 보이는 활동이 모여 소위 말하는 '위대한 기업' '창조적 기업'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사회와 기업에서 한 사람의 고독한 영웅 이순신이 아니라, 이순신의 면모를 가진 많은 동료와 파트너가 나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이순신 장군과 같은 불행한 영웅이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순신 장군이 겪은 그 억울함과 비통함, 고독감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죽을 지경에 이르는 모진 고문과 옥고를 치르고 백의종군했으며, 단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다시 떠맡게 된 이순신 장군의 처지와 어머니와 자식, 수많은 부하의 죽음에 절규하는 인간 이순신 장군의 슬픔이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일본의 해군소장 가와다 이사오가 그의 저서 '포탄을 뚫고'에서 "이순신 장군은 조선에서 유일하게 청렴한 군인이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조선에서 유일하게 청렴한 군인이라는 말에 흥분할 일은 아니겠지만, 만에 하나 그랬다면 그런 이순신 장군의 삶은 얼마나 힘들고 고독했을까?

최근 많은 조직의 책임자들이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배우고 본받자고 강조한다. 어떤 리더십을 말하는 것일까? 혹시 비록 국가나 조직에서는 장군과 같은 인재를 인정하고 지원해주는 대신에 의심하고 모함하더라도 온 정성을 다해 초개와 같이 자신을 희생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 프라임경제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 프라임경제
또는 우리 모두는 이대로 살 테니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장군과 같은 영웅이 나타나서 해결해주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

부디 더 이상 '한국은 위기에 강한 나라'라는 말을 반복하며 리더로서의 무능과 무책임을 변명해서는 안될 것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인 '이순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와 우리도 이순신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고,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사회에서 더 이상 고독한 이순신이 홀로 죽어가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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