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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고자질 상주기 작전' 제법 통하네~

 

이보배 기자 | lbb@newsprime.co.kr | 2013.11.14 11:10:56

[프라임경제] 최근 칼라강판 가격을 담합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고발된 철강 4개 회사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정기 모임을 통해 칼라강판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현대하이스코・유니온스틸・포스코강판・제아제강 등 4개 회사가 기소된 것이죠.

당초 담합에는 국내 칼라강판을 10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6개 사가 참여했는데 이 중 2개 사는 기소에서 제외됐습니다. 그 중 하나가 동부제철입니다. 지난해 12월 담합 사실을 공정위에 자진 신고해 고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입니다.

동부제철과 같은 결정(자진신고)을 우리는 '리니언시'라고 부르고 '자진신고 감면제도'라고 번역합니다. 카르텔이라 불리는 담합에 참여한 기업 또는 기업인이 해당 사실을 자진 신고한 경우 시정조치나 과징금 등의 제재를 약하게 해주거나 면제해주는 제도입니다.

기업 간 담합이 갈수록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어, 사실상 수사권이 없는 공정위로서는 조사가 쉽지 않습니다. 담합 현장을 적발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 이고, 요즘은 이메일이나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담합 모의가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담합을 적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수단으로 일종의 자수제도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담합 행위의 적극적인 자진 신고 업체에게는 과징금 면제(1순위)와 감면(2순위)이라는 혜택이 주어집니다. 기업들의 자진 신고를 이끌어내는 이면에는 '선착순'이라는 원칙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공정위의 담합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 담합 기업들은 리니언시 경쟁을 한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빠른 신고를 위해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이용한 자료 제출도 불사한다는군요.

리니언시를 따라다니는 용어 중 '죄수의 딜레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각 다른 방에 갇혀 조사를 받는 두 범죄자에게 혐의를 자백하는 사람에겐 가벼운 처벌을 한다는 조건을 제시, 두 범죄자는 상대가 먼저 자백하는 것을 우려하다가 모두 자백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리니언시가 담합 기업들을 죄수의 딜레마에 빠뜨린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담합 기업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게 만들고 또 다시 담합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리니언시 제도의 목적입니다.

물론 리니언시 제도가 담합 적발에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제도 자체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자진신고를 이유로 담합으로 더 큰 혜택을 본 기업이 처벌을 면제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입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정위가 지나치제 리니언시에 의존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카르텔 과징금 중 86.7%가 리니언시 혜택을 받으면서 최근 5년 동안 감면된 과징금만 1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합을 근절하는 데 리니언시를 대신할 제도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철강업계 담합을 자진 신고한 동부제철 외에도 동부그룹 계열사의 잦은 자진 신고 이력이 눈길을 끕니다.

먼저 동부화재는 2007년 10개의 손해보험사가 5년간 일반손해보험 상품의 보험요율을 공동으로 결정한 담합 건에 대해 가장 먼저 자진신고 했고, 당시 업계 왕따설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이어 동부하이텍과 동부한농(현 동부팜한농)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16년간 13개 비료회사와 함께 농협의 비료 구매 입찰에 담합, 2012년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으니 역시 1순위로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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