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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의 3가지 의미 '밥·존재·공헌'

 

한기진 코즈엘 대표 | press@newsprime.co.kr | 2013.10.07 08:49:23

[프라임경제] 뉴욕에 사는 한 사업가가 코스타리카의 아름다운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휴가 첫 날 그는 한 어부에게서 생선을 한 마리 샀다. 정말 싱싱한 맛있는 생선이었다. 다음 날 그는 다시 그 어부를 만나 어제 먹었던 생선을 찾았다.

그러나 생선은 다 팔리고 없었다. 그 어부는 최상의 물고기가 잡히는 장소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고, 물고기처럼 생각하는 낚시꾼이라 불릴 정도로 낚시를 잘했다. 그러나 어부는 그저 하루에 대여섯 마리의 생선을 잡을 뿐이었다. 사업가는 어부에게 왜 더 오래 바다에 나가 더 많은 생선을 잡지 않느냐고 물었다. 어부가 대답했다.

"하지만 선생님, 나는 아침엔 늦잠을 잡니다. 아이들과 놀다 그저 한두 시간 물고기를 잡으러 가죠. 오후에 또 한 두 시간 늘어지게 낮잠을 즐깁니다. 이른 저녁에 가족들과 느긋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늦은 저녁엔 마을에 가서 와인을 마시고 기타를 치며 친구들과 노래를 부르죠. 선생님이 보다시피 제 삶은 충만하고 여유 있고 만족스럽고 행복하답니다."

그러자 사업가가 말했다. "더 많은 고기를 잡으세요. 그래야 풍족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습니다. 나는 뉴욕에서 온 사업가인데 당신이 지금보다 크게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소. 나는 하버드에서 MBA를 받았고 사업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답니다. 미래를 준비하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종일 물고기를 잡아야 하오. 더 많이 잡으려면 저녁에도 낚시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금방 여유자금이 생겨서 더 큰 배를 살 수 있을 거요.

2년 정도 후면 배가 대 여섯 척으로 늘어나 다른 어부에게 대여해 줄 수 있을 겁니다. 또 한 5년 지나면 당신이 잡은 생선으로 생선 공장을 만들 수 있어요. 당신 소유의 브랜드가 하나 생겨나는 거죠. 그 다음에는 여기를 떠나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가는 겁니다. 그곳에서 사업을 하세요. 물론 이곳 공장은 다른 사람이 운영하면 되지요. 15년이나 20년 열심히 일하면 당신은 아마 억만장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어부가 신기한 듯이 물었다. "그런 다음에는 제가 뭘 하면 좋을까요?"

그러자 사업가는 주저하지 않고 신이 나서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는 멕시코 같은 한적한 나라의 시골로 이사를 가는 거죠. 거기선 매일 아침 늦잠을 잘 수도 있고 마을 아이들이랑 놀거나 긴 낮잠을 즐길 수도 있을 거예요. 또 여유 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매일 밤 친구랑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와인도 마실 수 있지요."

이 이야기는 어니 젤라스키가 쓴 '게으르게 사는 즐거움'에 나오는 우화를 조금 다듬은 것이다.

◆직업의 첫 번째 의미 '밥벌이'

직업의 첫 번째 의미는 '밥벌이'다. 다시 말해 일의 본질적인 기능은 생계수단이다. 앞의 이야기에서 사업가는 최대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좋은 직업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직업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일의 기쁨과 슬픔'을 쓴 알랭 드 보통은 "나는 우리의 노동의 진부함을 생각하며 희미한 절망감을 느끼다가도, 거기에서 나오는 물질적 풍요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겉으로는 유치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이 우리의 생존 자체를 위한 투쟁과 절대 거리가 멀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직업의 두 번째 의미 '존재의 표현'

밥 없이는 살 수 없는 게 인간이지만 밥만으로 살 수 없는 게 또한 인간이다. 인간은 생존 욕구와 함께 존재 욕구도 가지고 있다.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쏟는 직업을 통해 나란 '존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능력을 발휘하고 몰입할 수 있을 때 우리 존재는 빛난다. 직업은 나란 존재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고 삶에 기쁨을 선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직업의 두 번째 의미다.

직업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놀이가 필요한 것처럼 성인 역시 자아충족과 즐거움을 위해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아무도 일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어도 인간은 일과 유사한 활동을 발명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일은 성인들이 발명한 놀이라는 것이다.

◆직업의 세 번째 의미 '공헌'

모든 직업은 누군가를 돕는 일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직업은 그 직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기에 탄생한 것이다.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어떤 직업이 사라지거나 변화하고, 새로운 직업이 생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일을 통해 누군가를 돕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탠다.

이것이 일의 세 번째 의미, 즉 '공헌'이다.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칼릴지브란은 '예언자'에서 "모든 노동은 사랑이 없다면 공허한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의 천직은 그 사람 내면의 사랑이 직업으로 형성화된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좋아하고 잘하는 활동으로 세상에 공헌할 수 있는 직업이 천직이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누군가를 돕고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을 때 우리는 보람을 느끼고 자존감도 높아진다. 반대로 공헌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일을 할 때 사람은 공허해지고, 세상에 악영향을 끼친다. 정리하면, 직업의 의미는 세 가지다. 생계수단, 존재의 표현, 공헌. 이 세 가지의 관계는 모순되지는 않지만 미묘하다.

  한기진 코즈엘 대표. ⓒ 코즈엘  
한기진 코즈엘 대표. ⓒ 코즈엘
실제 밥과 존재와 공헌이 서로 일치되기 보다는 서로 갈등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밥은 해결해주지만 존재는 시들하게 만든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출근할 때 자신의 영혼은 차에 두고 온다"고, "나의 진짜 삶은 퇴근 후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반대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직업이지만 벌이가 시원찮아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 다른 사람들은 공헌의 의미는 충족시켜주는데 이 일을 해서는 가족을 부양시키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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