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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사고] '한국법원 보수적?' 재판籍 따라 배상액 갈림길

김해 중국민항기 등 한국처리,괌 사건은 열성적 로펌 덕본 케이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7.07 16:04:20

[프라임경제] #. "사고가 괌에서 일어난 만큼 괌 법률에 따라 무제한적인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 1999년 8월 당시 서울지법에 제기된 대한항공 괌 사고 유가족들은 소장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노선을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대한항공이 괌 공항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승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승객을 안전하게 수송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도 않은 만큼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적용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사람의 목숨은 둘을 저울에 올려놓고 달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다고 한다. 인명의 소중함과 대등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근대 이후 문명국가에서는 일반적으로 이 같은 원칙이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문명국가라 해도 여러 사고의 처리 경과와 과정, 과실 여부와 그 소재 등에 따라 어느 나라에서 사고를 당하는가에 대해 상당한 차이가 날 수도 있다. 항공기 같은 경우도 이 냉정한 금전 보상 내지 배상의 기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의 민항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미국 서부에서 인명 사고를 일으켰다. 기체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몇몇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법정 다툼 가능성과 사전 합의 등 기사들을 볼 때 유용할 참고 팁을 추려 본다.

재판관할권, 바르샤바 협약 따라 저울질

   아시아나항공이 사건 내용 파악과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사건 내용 파악과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는 상당한 인명 피해를 수반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보험 처리를 통해 사고 대응 과정에서의 인신 피해나 수하물 등에까지 만약의 사태를 준비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건의 경우도 상당한 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사고 역시 이에 따라 보험금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 가입으로 여행 중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해 보상을 할 수는 없다. 결국 관건은 해당 항공사에서 지급하는 배상금.

이것이 얼마나 될지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국제항공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대헌장이라고 할 만한 '국제항공운송규칙의 통일에 관한 조약(통칭 바르샤바 협약)'에서는 각 여객에 대한 운송인의 책임을 25만프랑(약 2천5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할 것을 인식하고도 운항한 경우'에는 손해액을 모두 운송인이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종사의 과실이 인정된다면 항공사에서 피해액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바르샤바 협약은 재판의 관할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1998년 2월, 미 텍사스주 댈러스 관할 연방법원에서는 항공기 사고의 관할 존재 여부에 대해 "바르샤바 협약 28조에 따라 항공사고 재판관할권 소재지를 정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연방법원은 "(관할은) 바르샤바 협약에 따라 △항공사의 주소지 △항공사의 주된 영업소 소재지 △운송계약을 체결한 영업소 소재지(항공권 구입장소) △최종 도착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시했다. 따라서 "(원고의 경우)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으므로 미국에서의 재판관할권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소 제기를 '각하'해 버렸다.

액수 계산 때 英 로이드 산정식 인정 여부는?

위의 1998년 사례에서 보듯 미국 법원이 재판을 제기할 곳으로 선호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좀 더 앞의 사례를 보면, 1983년 사할린 상공의 대한항공기 격추 당시에도 미국에 재판이 제기돼 이 중 일부 인원이 여기서 소송을 제기할 이익(재판적의 존재)을 인정받지 못해 각하됐다.

왜 이렇게 다소 무리하게라도 미국에서 재판을 받으려는 노력이 진행되는 것일까? 이는 항공기 사고 등 뿐만 아니라 미국 사법 시스템상 큰 손해액 인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징벌적 배상 등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많은 상황에서, 미국식 제도가 큰 매력이 있다며 미국 법원에의 소송을 부추기는 현지 법률가들도 존재하고 이런 데 넘어가는 유가족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재판 관할 국가가 어디냐 혹은 어떻게 싸우는가에 따라 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사실 막연한 불안감만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1997년 대항항공 괌 추락 문제에서는 국내 관행 등에 따라 대한항공과 합의한 유족들이 사망자 1인당 약 2억5000만원을 받았지만, 미국 정부를 상대로 다투는 등 방향을 튼 유족 및 부상자들은 다소 다른 액수를 받았다. 이 문제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전략이 성공한 케이스로 회자된다.

2002년 중국 베이징을 출발,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다 공항 인근 돗대산에 추락한 중국 중국국제항공사 사건은 로이드 산정식 인정 여부에서 한국 법원이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경우로 의미가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조종사 과실로 인한 사고'라며 국제항공사를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소송을 냈다.

당시 피해자측은 "세계 모든 민간항공기의 재보험사인 영국 로이드 보험회사의 손해배상 방식이 항공기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의 국제관례"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항공기 사고 배상액 산정 등과 관련 국제사회에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관례 내지 관습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해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위자료 등이 원고들의 희망(예상)보다 깎인 것이다. 

2심 재판부 역시 산정액을 다소 증액하는 데 그쳤다(항공 사고의 특수성을 논한 것이지 로이드 방식을 기준으로 하자는 것은 아님). 이어 사건은 상고됐지만 2009년 대법원 제 3부에서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항소심)을 인정했다. 배상금을 산정할 때 국제적인 관례를 따라야 할 이유는 없지만 항공기 사고의 특수성은 감안해야 한다는 항소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이번에 아시아나 사고에서 중국인 사망자 등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한국 법원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는 여지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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