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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형사처분 억울하다면 '경미범죄 심사위원회'

 

이보배 기자 | lbb@newsprime.co.kr | 2013.06.24 16:41:45

[프라임경제] #. 경기도 평택시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A(75)씨는 지난 4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끓여 팔던 것을 누군가가 시에 신고한 것이다. 관할 지자체에 허가를 받지 않고 음식을 조리해 팔았으니 원칙적으로는 무허가 음식점 영업으로 처벌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고령의 영세 구멍가게 주인이라는 점 등을 들어 형사처벌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 결과 '경찰업무편람'에 근거한 예심절차를 거쳐 A씨를 형사입건하지 않고 벌금 20만원 이하 처분하는 즉결심판 회부로 처분을 감경했다.

앞으로는 경찰이 A씨와 같은 경미한 범죄 피의자에 대해 시민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통해 처분을 감경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6개월간 전국 5개 경찰청 6개 경찰서에서 '경미범죄 심사위원회'를 시범운영 중이기 때문입니다.

경미범죄 심사위원회가 다소 생소하실 텐데요. 이는 현장 경찰관의 처분에 대한 국민신뢰제고 및 법질서 확립에 기여하기 위해 즉결심판, 통고처분(교통은 제외), 형사입건 대상자 중 경미한 사안에 대해 이의제기 통로를 마련해 경찰서장 주관 하에 경미사건에 대해 재검토 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마산동부, 서울송파, 부산동래, 인천서부, 경기의정부, 안산단원 6개 경찰서에서 시범운영 중이지요.

심사위원회에 회부할 수 있는 대상과 사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즉결심판 청구대상자, 통고처분 범칙자 본인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고, 경찰서 자체 선정도 가능합니다. 형사입건 대상자 중 경미범은 수사·형사과에서, 즉결심판 청구대상자 중 경미범과 즉결심판 무죄·공소기각 사안에 대해서는 생활안전과에서 선정하고 있습니다.

회부 사안으로는 △피해정도가 경미할 때 △피해를 변상, 회복했거나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 때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 때 △미성년자이거나 60세 이상의 고령자일 때 △최근 3년간 동종전과로 형사입건·즉결심판 청구 기록이 없을 때 △재산범죄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계층에 해당할 때 △기타 정상을 참작할 사유가 있을 때 등이 포함됩니다. 위 항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수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 위원회에 회부되는 것입니다.

심사위원회는 해당 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생활안전과장을 포함한 애부위원 및 법률전문가(변호사) 등 지역 내 명망 있는 인사(매 회의 때마다 반드시 2명 포함) 총 8명으로 인력풀이 구성됩니다.

회의는 매월 2회 개최되고 장소는 경찰서마다 상이하지만 보통 경찰서장실에서 진행, 심의대상자는 자율적으로 참석해 의견을 소명하고, 불참할 경우 서면으로 심사를 대신합니다.

심사절차를 거치게 되면 형사입건 대상자는 사안을 판단해 즉심으로 처분을 감경하되 훈방은 금지됩니다. 반면, 즉결심판 대상자, 통고처분 이의 신청자는 사안을 판단해 훈방으로 처분 조정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번 제도가 시범운영되기 전까지는 형사입건 사례에 정상을 참작할 사정이 있는 경우 A씨 사례와 같이 해당 과장이 예심절차를 거쳐 즉결심판으로 감경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거의 사용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돼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번에 시범운영 되는 심사위 제도를 통해 경미한 범죄 피의자를 전과자로 만들지 않고 계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실제 지난달 29일 안산단원경찰서는 '제1회 경미범죄심사위'를 열어 공원 벤치에서 과자내기를 하려고 1000원씩 걸고 일명 '섰다' 도박을 하던 고등학생 4명을 형사입건하지 않고 선도프로그램 수료 조건부로 훈방 처분했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청 안팎으로 경미한 사건도 일괄적으로 형사처분 할 경우 계도 효과 없이 전과자만 양산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는데요. 경찰청은 심사위 제도 시범운영이 끝나면 여론조사 과정을 거쳐 제도를 보완한 뒤 전 경찰서로 제도를 확대 시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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