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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담사 처우개선과 '실리 챙기기'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협회 사무총장 | press@newsprime.co.kr | 2013.03.12 10:51:59

[프라임경제] 얼마 전 120다산콜센터에 노조가 생겼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상담사들이 행복해야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기에 진정으로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고, 이를 계기로 상담사에 대한 처우가 달라지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요구했던 대부분의 것들이 개선이 되었다. 그들이 요구했던 대부분의 것은 무리한 것이 아니고 상담사 입장에서 조금만 배려를 했다면 진작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문제는 그들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서울시에서 직접 채용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모든 상담사들의 생각인 지 아니면 몇 명 조합원의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서울시에 500명이 넘은 상담사들을 채용해 달라고 하는 것은 서울시가 결정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지금 다산콜센터에 500명이 넘는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가 처음부터 아웃소싱을 통해 고용의 유연성을 유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지 않고 직접 공무원을 채용해서 시작했다면 지금의 상담사들은 어렵다는 공무원시험에 합격해야 그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럴 경우 예산을 포함한 많은 문제로 인해 현재 30명 정도만 근무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처럼 500명의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얼마 전 현대자동차 김억조부회장이 울산에서 철탑 농성중인 한 사람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라고 판결이 났지만 글로벌기업으로서 노조문제로 논란이 야기되면 좋지 않을 것 같아 비 정규직 3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비정규직 100%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자, 고작 수백 명 뽑는 생산직 신입사원 채용에 수만 명이 지원했다. 이처럼 취업 문제가 심각하고 아예 직장을 못 구한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파견근로자들은 "하도급업체에 취업된 사람들인데, 이들 3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돈으로 무직자들을 구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수도 없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100% 동의한다. 내 생각에도 하도급업체 정규직이 현대차에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싶으면 다른 구직자들과 함께 현대에 지원하면 어떨까. 경험이 많으니 쉽게 채용이 되지 않을까. 만약 이들처럼 하도급업체에 들어가서 근무하다 현대차에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면 구직자들이 현대차에 직접 들어가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한 기업이 하는 것을 어렵다. 애플도, 삼성도, LG도 핵심적인 것과 하고 나머지는 다 중소기업에 맡기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의 정규직들이 내가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인데 협력기업에 맡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하면서 모두 애플과 삼성, LG 정규직으로 채용해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러다가는 중소기업은 모두 사라지고 대기업만 살아남을 것 같다. 진보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경제민주화를 외치면서 그토록 미워하는 재벌들에게 중소기업의 정규직을 대기업에 모두 고용해달라고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협회 사무총장.
현재 컨택센터 산업에는 40만명 가량의 상담사가 근무를 하고 있다. 5년전까지만 해도 비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이 많았으나 고용의 안정을 위해 정규직화하기 시작했고, 대부분 정규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특히 근무환경도 좋고, 잔업도 없으며, 필요할 경우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향후 계속 성장을 해야 하므로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안정된 직업이다. 아직까지 상담사들의 업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업무에 합당한 봉급을 받지 못하고는 있지만 이는 많은 전문가들이 노력을 하고 있으니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컨택센터 산업도 그 동안 덩치를 키우는 데만 치중해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상담사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다면 많은 투자 없이도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상담사들도 이번 기회를 그 동안 부족했던 많은 부분들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지 무리한 요구를 함으로서 그들의 정당한 요구가 퇴색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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