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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집 밖에 있던 변소, 언제부터 집 안으로 들어왔을까?

 

전지현 기자 | cjh@newsprime.co.kr | 2013.03.06 15:28:19

[프라임경제] 최근 지상파 방송인 KBS2에서 방영하는 TV소설 '삼생이'에는 1960~70년대 한국 판자촌 모습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말로만 듣던 과거 서울 판자촌 모습을 화면으로 접하니 가장 눈에 띈 것은 화장실 문화였죠. 옥외에 위치한 재래식 변소는 짚으로 엮은 듯한 가마니를 문 삼아 손으로 들어 여닫는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형태는 바뀌었지만 시골에서는 여전히 옥외에 위치한 재래식 화장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옥외에 위치한 변소 문화는 인류의 농경사회 시작과 관련이 높습니다.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배설물을 농작물의 거름으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구덩이를 파서 항아리를 묻고 배설물을 따로 모았죠. 이렇게 모아진 배설물은 숙성돼 거름이 됐고, 인류는 그 거름을 퍼 농토에 뿌리곤 했습니다.

국내의 경우, 조선시대 농촌에서는 용변을 본 어린아이의 밑을 개가 핥아 해결하도록 하는 일도 흔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밖에 위치했던 화장실. 그렇다면 집 밖에 있던 변소가 집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던 것일까요.

최초 수세식 변기는 1775년 영국 시계 제작자 알렉산더 커밍이 특허를 받으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약 200년이나 앞선 1589년 영국의 존 해링턴 경이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자신의 발명품인 수세식 변기를 선물했다고 하죠. 존 해링턴이 물탱크와 물을 뿜어내는 배수 밸브가 있는 '나무걸상'을 고안해냄으로써 근대적 의미의 수세식 변기가 탄생했고, 이를 궁전 곳곳에 설치하며 'Water Closet' 즉 '화장실'이라는 어원을 만들었죠.

현대 문명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인 수세식 변기. 이것이 '집 안에 화장실을 들이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국내에 수세식 화장실이 첫 선을 보인 것은 일제 강점기 전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방 후 국내 위생도기 산업은 매우 영세적이었으며 일본 제품을 단순 카피하는 수준으로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66년, 도자기 공업의 중흥을 위한 '요업센터'가 정부투자기관으로 설립, 위생도기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졌죠. 이후 요업센터는 1971년 대림요업(현 대림바스)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생산된 제품에 '곰' BI를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1960~70년대는 신식 아파트 건설 붐이 일며 국내에 수세식 화장실 문화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처음 도입 당시, 수세식 양변기는 서양인의 신체 구조와 생활 습관에 맞게 설계됐기 때문에 오히려 불편함이 컸다고 합니다. 시트가 넓어 엉덩이가 겉돌았고 바닥에서 시트까지의 높이도 맞지 않아 발을 편히 두기가 어려웠던 것이죠.

또한 육류로 배설물이 덩어리지는 서양인에 비해 국과 찌개, 채소 등 식물성 섭취가 많은 한국인은 효과적인 용변 처리가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대림바스는 한국인들의 특성에 맞는 한국형 맞춤형 변기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앉았을 때 느낌을 최상으로 구현하기 위해 한국인의 신체 표본을 수집, 평균적인 신체 사이즈와 구조를 파악하고 한국인의 신체에 가장 최적화된 양변기 시트 디자인을 개발했습니다. 아울러 수세 기능을 강화하고 한국의 아파트형 주거 문화에 적합하도록 저수압과 소음 문제도 개선했죠.

뿐만 아니라 욕실이 젖지 않도록 카펫을 깔아 건식 욕실을 유지하는 서양의 문화와 달리 물을 뿌려두고 빳빳한 솔과 세제로 구석구석 닦아야 속이 시원한 한국인의 청소 문화를 고려해 내구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일생 동안 1년 이상의 시간을 화장실 변기 위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사색과 독서의 공간으로 깨우침과 휴식을 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배설물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집 뒤 밖에나 위치했던 변소. 오늘 저녁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화장실이 생겨 실내에 들어오기 까지 수많은 연구와 노력의 땀방울이 함께 했다는 것을 상기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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