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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박근혜 정부의 역설적인 테마주 열풍

뜸들인 인선 결과에 관련주 요동 "개미무덤에 봉분 다지나"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3.02.19 13:43:58

[프라임경제] 최근 코스피 거래대금이 2조원대로 쪼그라들면서 국내주식시장에는 지루한 관망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정부 출범을 목전에 둔 탓일까요. 유난히 뜸을 들이던 박근혜 정부 1기 조각이 끝나자마자 테마주 동향이 심상찮습니다.

테마주라는 것이 도박과도 같아서 운발만 맞으면 대박 수익률로 효자 노릇을 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약중독'에 비유할 정도로 진저리를 치지요.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테마주 관련 질문을 던지면 짜증부터 낼 정도니까요.

   
대표적인 '김종훈 테마주'로 꼽히는 키스톤글로벌이 18일에 이어 이틀 연속 상한가 고지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의 1기 조각이 마무리되면서 인선 당사자들의 인맥 관련주들이 대거 급등하며 주식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 네이버 증시 캡쳐

원칙과 신뢰, 건전한 시장경제를 부르짖는 '박근혜 스타일'과는 안 어울리게도 새정부 첫 인선 결과는 주식시장에 도박 열풍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현재 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관련주는 일명 '김종훈 테마주'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신설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으로 내정된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 최고전략책임자(CSO).

그와 학연과 혈연, 사업관계 등으로 엮인 온갖 종목들이 관련주로 편입됐지요. 대표격은 키스톤글로벌(012170)로 정 크리스토퍼영 회장이 알카텔루슨트의 아태지역 사장을 역임했으며 특히 그가 김 장관 내정자와 처남-매부 사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상한가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이달 들어 1800원대였던 주가는 18일과 19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밟으며 2300원대 후반으로 치솟았지요.

김 장관 내정자의 알카텔루슨트 인맥은 다른 종목들의 가격도 일제히 끌어올렸습니다. 모다정보통신(149940), 대신정보통신(020180)이 그 예인데요. 모다정보통신은 이종희 회장이 벨 연구소 재직 경력을 갖고 있고 대신정보통신은 2005년 알카텔루슨트의 비즈니스 파트너 인증을 받은 사실이 주목 받았습니다. 두 종목 모두 19일 장중 10% 넘게 치솟고 있네요. 알카텔루슨트의 국내 총판사인 코닉글로리(094860)도 이틀 연속 급등세입니다.

반면 알카텔루슨트를 거래처로 둔 케이엠더블유(032500)와 에이스테크(088800)도 빛을 볼 뻔 했지만 차익실현 세력이 몰리면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한 게 아쉽군요.

박근혜 정부 인선과 관련된 테마주는 부처별로 깨알 같이 포진해 있습니다.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주 중 첫 거래일인 18일 창업투자회사, 즉 창투사 관련주도 크게 들썩였는데요. 박 당선자가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벤처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원인이었습니다. 뭐 상승세는 하루 만에 꺾였지만 유력 정치인이 '벤처'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만 해도 움찔거리는 통에 관심을 끌 수가 없네요.

방송 PD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청와대 홍보수석에 내정된 이남기 SBS미디어홀딩스 사장 역시 '친정집' 주가에 단단히 한 몫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인선이 발표된 18일 SBS(034120)는 3.81%, SBS미디어홀딩스(101060) 역시 2% 이상 상승해 코스피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으니까요.

눈에 띈 종목 중에는 한국전력(015760)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권 내정자가 한전 주식을 일부 갖고 있다는 게 주목 받았는데요. 더구나 윤 내정자가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과 행정고시 동기라는 점도 재료로 꼽힙니다.

상당수 테마주가 그렇듯 이들 종목들은 구체적인 정책 수혜가 결정되지도 않았고 인선 당사자와의 억지 인맥이 급등 재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박 당선자가 본인의 국정 구상에 맞는 인물들을 고르는데 너무 시간을 지체한 만큼 그 기대감이 '테마주 광풍'이라는 부작용으로 드러난 셈인데요. '원칙과 신뢰'를 금과옥조처럼 지켰던 박 당선자의 스타일과는 분명 어울리지 않는 작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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