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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인기 없어진 한국주식, 뱅가드 원망은 그만

日 치밀한 환율전쟁 나설 때 손 놓은 당국 "공격적 부양 절실"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3.01.29 17:33:06

[프라임경제] 외국인은 국내증시의 영원한 '키잡이'일까요. 코스피 지수가 1950선을 회복한 29일 시장에서는 기관이 2300억원 이상의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500억원대에 머문 외국인 매도 물량을 제압하긴 했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8일에는 외국인발 수급악화가 정점에 달하며 코스피 지수가 1939.71까지 밀렸습니다. 연초 최고치 대비 4.71% 하락한 셈인데요.

   
코스피 일자별 투자주체 매매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 이후 총 20거래일 중 13거래일에 걸쳐 매도공세에 나섰다. ⓒ네이버 증시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잘나갈 줄 알았던 코스피를 순식간에 뒤흔든 첫 변수는 '뱅가드 사태'였습니다. 뱅가드는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로 지난해 10월 한국을 이머징시장에서 제외하면서 90억달러(약 92조500억원) 규모의 국내주식을 처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외국인 '셀 코리아' 뱅가드만 죄일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뱅가드 물량'이 매주 3800억원 이상이 풀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뜩이나 외국인 수급에 민감한 국내증시가 벌벌 떠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그 영향일까요. 외국인은 연초 이후 매도 일변도의 투자동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달 2일부터 29일까지 총 20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순매수를 보인 것은 코스피 지수가 2030선을 돌파했던 2일을 비롯해 단 7거래일 뿐이었습니다. 나머지 13거래일 동안에는 적개는 27억원, 많게는 4900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외국인 수급 공백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예측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입니다. 글로벌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는 등 대외 여건이 나쁘지 않은데도 유독 국내증시만 외국인 투자자의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부터 한국증시가 글로벌 시장과 유독 연관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의외입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증시가 글로벌 시장과 '디커플링' 현상을 보인 것은 다소 의외"라며 "환율 변화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외국인의 수급 공백이 부담스럽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환율전쟁 나선 日, 우리는?

그러고 보니 최근 국내증시를 언급하면서 빠지지 않는 게 바로 환율 동향입니다. 특히 일본의 양적완화가 국내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달갑잖은 뉴스가 쏟아졌지요.

일본은 자동차와 가전 등 주요 수출 상품에서 우리의 강력한 라이벌입니다. 하지만 최근 양적완화 정책으로 막대한 통화를 시장에 풀면서 인위적으로 '엔화약세'를 조장하고 있는데요. 자국 통화값이 싸지면 자연히 수출업종에는 호재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경쟁관계인 우리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오지요. 그렇지 않아도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며 '원화강세' 기조가 길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설상가상의 상황입니다.

이를 주식시장에 그대로 대입해볼까요?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싸고' '많이 오를 것 같은' 전형적인 이머징시장 투자의 원칙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환율 탓에 국내주식 가격이 더 이상 착하지 않습니다.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가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요즘 같은 수급 상황 아래에서는 오히려 고평가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해외 주요 증시와 한국증시를 '주식 대 주식'으로 비교하면 한국주식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면서도 "문제는 각국의 채권 대비 주식의 저평가 정도를 비교하면 미국, 일본과 한국의 일드갭 차이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선택하면서 채권 대비 주식의 저평가 수준을 키웠음에 비해 한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김 팀장은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의 신속한 부양조치가 필요하다"며 "긴축 완화 속도를 높이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주식시장의 흥행을 좌우하는 변수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특히 환율은 '살아있는 생물'에 견줄 만큼 예측이 어렵다고 하지요. 하지만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이슈에 밀려 우리 정부의 경제 방어 정책이 유명무실하거나 아예 가동하지 않았다고 하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근혜노믹스'가 현 정권에 이어 "코스피 3000"을 입에 담은 만큼 공격적인 묘안을 선보이길 기대합니다. 전문가들이 2월 증시에 대해 잇달아 '1900선 붕괴' 같은 비관론을 쏟아내는 가운데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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