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사회적기업 탐방 ③] 세 마리 토끼 잡은 88년 전통 '동춘서커스'

"일자리창출·사회봉사·서커스전통 지켜낸 착한 고집…자부심 커"

이보배 기자 | lbb@newsprime.co.kr | 2013.01.24 08:47:12

[프라임경제] 올 겨울 들어 가장 포근했던 지난 1월19일 경기도 안산으로 향했다. 대부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낯익은 대형 천막 극장이 눈에 띄었다. '바로 저기구나!' 88년 전통의 '동춘서커스'를 다시 만나는 순간이었다.

   
"추억은 방울방울" 동춘서커스단은 현재 30여가지의 공연을 교대로 선보이고 있다.

20년만에 다시 보는 서커스 공연은 어떤 느낌일까. 예상과는 달리 공연장은 관객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림잡아도 200명은 족히 되어 보였다. 가족단위의 관객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커플들이 눈에 띄었다.

공연은 마술을 시작으로 줄타기, 맨 몸으로 봉 오르기, 중심잡기를 비롯해 저글링으로 이어졌고, 90분이라는 공연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슬아슬하면서도 몸짱, 훈남훈녀들의 능청스러운 표정 연기에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1925년 창단 이후 지금껏 연중무휴…국내 유일 전국순회 서커스단

동춘서커스단은 1925년 5월15일 창단된 이후 88년째 연중무휴 공연을 펼치며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국내 유일의 전국순회 서커스단이다. 1950~1970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남철, 남성남, 서영춘, 배삼룡, 허장강, 황해 등을 배출한 종합예술공연단이다.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서커스단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동춘서커스단'을 떠올린다. 하지만 동춘서커스단이 사회적기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세 마리 토끼 잡았다" 45년간 동춘서커스에 몸 담고 있는 박세환 단장은 "사회적기업이 동춘서커스를 살렸다"며 이를 권장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박세환 단장은 "사회적기업으로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100년 가까운 전통의 서커스를 지켜냈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으며, 사회봉사에 적극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동춘서커스단이 사회적기업에 선정된 배경은 무엇일까. 박 단장은 "2006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노동부가 선정하는 '문화·예술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가한 150개 단체 중 20개 단체에 선정된 것이 사회적기업으로 가는 첫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이후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된 2009년 12월까지 3년간 열심히 노력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의 확산으로 7월 이후 5개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해 도산 위기에 몰린 것. 결국 그해 11월15일 해체선언을 했고, 박 단장은 그때를 떠올리며 "당시 100년에 가까운 서커스의 명맥을 지키지 못하게 될까 가슴이 무척 아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춘서커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해체선언을 이후 채 한 달이 안 돼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서 정부에서 인건비, 사업개발비 등을 지원받으며 재기의 기회를 잡은 것.

박 단장은 "예비사회적기업에서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워크숍 등에 참가하며 노무, 세금, 회계 심지어 노무법까지 공부했다"면서 "이전에는 주먹구구식으로 서커스단을 운영했다면 지금은 기업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터득해 서커스단 운영이 더욱 보람있다"고 말했다.

◆문 닫을뻔 했지만 사회적기업으로 새 출발

2009년 12월 예비사회적기업에 선정된 동춘서커스단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같은 달 19일부터는 김포 실내체육관 1000석을 빌려 한 달간 공연을 진행했고, 당시 2만5000여명이 몰리는 등 호황을 누렸다.

이후 2010년 11월부터는 경기 수원시 팔달구 장안문 옆에 빅탑극장을 짓고 6개월 동안 공연을 하면서 12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회적기업 인정은 하늘의 별따기" 동춘서커스단은 2009년 예비 사회적기업에 선정된 이후 3년여의 노력으로 2012년 12월 드디어 '사회적기업'에 선정됐다.
입소문을 탄 동춘서커스단은 국민들의 성원과 정부의 도움으로 적자를 해소한 뒤 소외계층에 문화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기업으로서 나눔 실천에 앞장섰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복지관, 보육시설, 병원, 전통시장 등 지리적 여건이나 경제적 이유로 문화혜택을 쉽게 접할 수 없는 문화취약계층 8만여명을 직접 찾아 무료공연을 펼친 것도 그 일환이다.

매년 5일장이 열릴 때마다 경남 고성군, 충남 서산의 전통시장을 찾아 공연을 펼쳤고, 2011년 3월부터 5월까지는 서울 시내 55개 복지관의 노인·장애인 등을 각 150명씩 초청해 총 8000여명에게 서커스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렇게 또 3년이 흐른 2012년 11월 동춘서커스단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데 성공했다. 이후 동춘서커스단은 더욱 열심이다. 일자리 창출에도 발 벗고 나섰다.

장애인, 장기실직자, 노인 등 취약계층 13명이 마술사, 저글링 곡예사, 조명 스태프, 주차관리요원 등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4대보험과 함께 상시근무를 보장받는다.

1년에 700회의 정기공연 및 전국 순회공연을 펼치고 있는 단원의 숫자는 계절에 따라 유동적인데 성수기인 봄부터 가을까지는 70여명, 비수기인 겨울에는 40여명 수준이다. 관람객수는 성수기에는 600~700명을 상회하고, 비수기에도 200여명 정도는 유지하고 있다.

도산위기에 몰려 문을 닫을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모범적 사회적기업으로 재탄생한 '동춘서커스단'. 박 단장은 "사회적기업이 되면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사명감이 생겨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면서 "취업난으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단장에게 꿈을 물었다.

"2014년으로 예정된 세계 서커스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준비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서커스 상설극장을 짓고 싶다. 나아가 곡예사를 양성할 수 있는 아카데미 설립과 대중문화 박물관 개관이 목표다."

18세에 동춘서커스단에 입단한 뒤 45년 간 단원, 단장으로 활동한 박 단장에게 '서커스'는 지켜야할 보물인 동시에 전부다. 사회적기업이라는 제도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실현한 박 단장과 '동춘서커스'단의 2013년이 궁금하다.

   
"우리가 바로 동춘서커스단" 동춘서커스단은 성수기인 봄, 여름에는 70여명의 단원이 비수기인 겨울에는 40여명의 단원이 함께 공연을 펼친다. 사진은 박세환 단장을 비롯한 단원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