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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탐방 ②] 딜라이트…'34만원의 기적'

'난청인 문제 해결사' 자처… 유통거품 걷어치우고 상품 고급화 주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3.01.23 17:36:00

[프라임경제] 소셜벤처 설립 만 3년이 채 못 된 시점에 매출 50억원 달성(추정)이라는 결과를 빚어낸 기업이 있다. 이쯤 되면 소셜벤처로서만 성공한 게 아니다. 보청기 전문업체 딜라이트는 매년 200%의 매출 신장율을 보이고 있으며, 제품수 기준으로 시장의 6% 내외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보청기 업계의 신예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정현 대표와 만나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춘 기업으로서 사회적 기업이 발돋움할 비법을 들어봤다.

34만원의 기적? 소셜벤처를 모토로 창립된 딜라이트는 사회 난청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 △대량 생산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해 시장가 대비 50~70% 저렴한 가격에 보청기를 판매한다.

가격 거품을 빼기 위해 직영점을 통해서만 물건을 판매하면서 확실히 가격을 낮추면서 A/S 만족도도 높이는 등 박리다매의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

34만원의 기적, 표준형은 정부 보조금만으로 살 수 있어

표준형 제품인 2채널 보청기의 가격은 기초생활 수급자인 청각장애인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으로 책정된 34만원, 매우 저렴한 편인 데다 개인의 지출이 별도로 필요 없다.

그렇다고 얼렁뚱땅 만들어 대량으로 찍어낸다는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 이미 딜라이트는 적정기술 개발을 통해 표준형 보청기 특허, 중소기업청 핵심기술부문 금상과 노동부 소셜벤쳐대회 대상 등을 받았다.

기술적으로도 능력을 인정받은 데다, 부속은 최대한 좋은 물품을 들여온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독일에서 부품을 모두 수입한다"면서 "특정 업체, 특정 부품에 얽매이지 않고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좋은 조건으로 사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이미 설명한 대로 박리다매를 통해 가격의 거품을 빼면서 남은 여력을 모두 좋은 부품을 사들이는 데 투자했다. 이제 업체가 성장하면서 "구매력, 협상력이 생겨 더 좋은 가격으로 부품을 사들일 수 있어 좋다"며 김 대표는 뿌듯해 한다.

딜라이트는 저가에 보급형 보청기를 판매하는 외에도 '나눔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설립 이래 딜라이트는 가톨릭 사회복지회·신내동 성당·용인정신병원 등 200 여개의 보청기를 지원했다.

고급 시장도 두렵지 않아, 두 날개로 나는 회사

물론 유통의 거품을 뺐다는 점이 딜라이트가 보급형 제품을 통해 난청인의 복지 확대를 수행하기는 하지만, 비밀은 여기에만 있지 않다.

김 대표는 이러한 보급형 제품을 통해 "딜라이트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뿌듯해 하면서도 현재와 같은 운영을 위해서는 고급형 시장에서도 적잖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딜라이트는 현재 '미니'를 출시하는 등 신제품을 선보이는 데에도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대표는 고급형 시장에서도 충분히 타업체들과 경쟁할 능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외국 업체들과 한국의 기업들이 보청기 시장을 8대 2 정도로 나누고 있다고 분석하고 적어도 한국계 업체들과는 바로 경쟁해도 전혀 모자라지 않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김정현 딜라이트 대표는 사회적기업이라는 사명감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반기업처럼 경쟁력이 있는 상품 사업도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이 구상을 실제로 성공시켰다.

김 대표는 많은 사회적 기업이 출범 초기 정부 지원을 받는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김 대표는 초기에 현재와 같은 일반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 경영이라는 두 가지 영역 모두에 나선 데 대해 "지속성을 갖도록 일반 사업까지 하자"고 각오를 다졌다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다른 사회적 기업들에 대해서도 "그런 방법을 찾아내는 게 필요한 것 같다"면서 "그 방법이 굉장히 다양할 수 있는데, 정부 지원은 초기에 뿌리를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결국 일반 기업처럼 자생력을 가져야 오래 갈 수 있다"고 부연한다.

외국 사회적 기업들도 인정해 주는 딜라이트

이 같은 독보적인 위상과 경영 모델 때문일까. 한국의 사회적 기업들이 아직 튼튼히 뿌리내린 케이스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딜라이트는 경영 성공은 물론, 해외 사회적 기업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가을, 딜라이트는 미국 사회적 기업 인증기관 '비 코프(B Corp)'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다. 딜라이트는 지자체 및 각종 지역사회 관련 기관과 연계한 지원사업과 다양한 봉사활동,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 취약 계층들을 적극 고용한 점이 호평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이 '딜라이트, 미국 사회적 기업으로도 인증'으로 요약, 알려지면서 적잖은 유명세를 치렀지만, 딜라이트로서는 이 인증이라는 뉴스에 부담을 약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미국에 우리처럼 사회적 기업을 '인증'해 주는 곳은 없다"면서 "비 코프의 경우 이윤을 넘어 유익을 추구하는 '베니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을 의미하며, 주주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환경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해 네트워크를 하는 정도"라고 소개했다. 즉 일종의 클럽으로, 비즈니스로 인증 기업 간 협력을 중개하는 등 친목을 도모하는 모델로 보는 게 오히려 정확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같은 위상 강화는 딜라이트의 역할 강화와 해외 협력 모델 개척에 적잖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로 아쇼카 등이 조직이 있는데 (딜라이트가 이번에 참여하게 된) 베네핏 코퍼레이션 소속이 아니더라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기도 한다"고 한다. 실제로 손을 잡은 해외 보청기 업체인 솔라이어의 경우도 비 코프 쪽 업체는 아니지만 같은 목표를 가진 사회적 기업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국경을 넘은 협력을 구축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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