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연재칼럼] 역지사지처럼 어려운 것은 없다

 

박천웅 대표 | press@newsprime.co.kr | 2012.11.20 09:22:00

[프라임경제]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거나 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오래 볼 사이가 아니라면 그냥 피하고 말 수도 있지만 그 상대가 나의 부모님이거나 혹은 매일 직장에서 만나야 하는 동료, 상사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번 피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싫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다간 서로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이러한 관계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서로간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는 것. 저 사람이 나에게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상대편의 입장에서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런 결론이 나오기 쉽다. “내가 그 사람이라면 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야” “아무리 입장 바꿔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어. 나라면 안 그래” 이것은 ‘역지사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지사지란, 상대방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고 이해하라는 뜻이다. 단순히 그 사람의 역할에 나를 대입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루는 외적, 내적인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면서 아예 그 사람이 되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사실 부모나 상사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연배 등의 차이로 인해 전혀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웬만한 노력 없이는 역지사지를 하기 힘들다. 이렇듯 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필자가 멘토로 있는 한국장학재단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얼마 전 ‘역지사지’라는 주제로 역할극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그만큼 상대방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자는 취지였다.

우선 팀별로 각각 갈등이 되는 상황과 역할을 선정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역할을 설정할 때 그 역할이 어떤 이력을 가졌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라는 역할을 정할 경우 나이와 학력, 성격, 가치관, 트라우마 등등 아버지를 이루는 세세한 환경적 요소를 설정하고 그런 프로필에 기초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역할이 가지고 있는 히스토리가 행동이나 말에 충분히 반영돼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첫 번째 팀은 회사 상사와 인턴 간의 갈등을 다루었다. 상사는 자신과 약속한 시간에 1~2분만 늦어도 전화로 심하게 독촉을 하고 인턴은 1~2분에 목숨 거는 상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매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다.

역할극이 끝나고 각자의 소감을 들어 보니 상사 역할을 한 멘티는 완벽한 몰입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본인이 인턴이었을 때 직접 겪은 일이기에 상사의 행동을 이해하고자 그 역할을 맡아서 수행했지만 그래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이것은 상사의 행동을 따라했을 뿐 그 행동이 어떤 가치관이나 생각을 바탕으로 하여 표출되는 것인지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사가 왜 1분을 금같이 여기는지, 시간을 어길 시 발생할 수 있는 손해가 어떤 것이 있는지, 전에도 그런 적은 없는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지 않다보니 역할을 직접 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사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시간을 어긴 것 때문에 본인의 신뢰를 잃은 경험을 해봤더라면 상사가 왜 그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두 번째 팀은 친구들과 만날 때마다 귀가가 늦은 딸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와 보수적이고 엄격한 아버지에 대해 불만이 많은 딸의 갈등 상황이었다.

실제로 평소 본인의 아버지가 그러하다는 여자 멘티가 역할극에서 아버지 역할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잘 표현하는 것 같았지만 갈수록 딸의 반발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며 아버지의 입장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했다.

이미 성인이 된 딸의 늦은 귀가를 불안해하며 기다리는 아버지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깊이 헤아리지 못하고 아버지의 역할을 하려다보니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부모와 자식 혹은 연인 관계와 같이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으면 상호이해의 폭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상사와 부하직원은 일로 만나서 일방적으로 지시를 하고 받는 관계다보니 이해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역지사지의 기본은 내가 상대방이 되는 것이다.

나와 갈등을 빚는 상대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 마음이 되어 생각하다보면 내 마음과 절충하여 찾을 수 있는 해결안이 분명히 존재한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를 먼저 생각하는 것은 역지사지가 아니다. 한 번도 그 사람으로 살아보지 않은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많이 알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천웅 스탭스 대표
또한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되도록 많은 이유를 생각해보고 그 입장에 서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처음에는 동년배나 동일 상황의 대상으로부터 시작해 점차 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단계적 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습관화된다면 직장에서의 조직 생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서 성공적인 대인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