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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애물단지' 디아이, 싸이에 막말 마세요

'3대주주' 싸이 할머니 5000만원어치 지분매각은 논란

이수영 기자 | lsy@newsprime.co.kr | 2012.10.18 17:13:05

[프라임경제] '싸이 테마주' 디아이가 그야말로 '갈데까지 간' 모양입니다. 디아이는 싸이의 부친인 박원호씨가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 중이고 10.11%의 지분으로 2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회사입니다. 최대주주와 3대주주는 각각 싸이의 작은아버지와 할머니입니다.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메가히트를 기록하면서 싸이의 직계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도 투심이 몰렸습니다. 싸이의 소속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보다도 단기 수익률이 더 좋았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요. 18일 싸이의 빌보드 핫(hot) 100 차트 4주 연속 2위 수성 소식이 무색하게 디아이는 3거래일 연속 하한가의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날 종가기준 주가는 8080원. 지난해 7월26일 1435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463%나 불어난 것입니다만 불과 나흘 전만해도 1만3000원대까지 찍었던 것을 생각하면 공포스러운 급락세입니다.

   
가수 싸이의 미니홈피 방명록에는 최근 디아이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의 항의 및 도움 요청글이 쇄도하고 있다. 디아이는 18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 3대주주인 할머니 이애숙씨가 17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 120만5378(3.85%)주 가운데 5378주를 장내매도 형식으로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자들의 충격은 극에 달했는데요. 뭐 이날 종가기준으로 환산하면 현금화한 것은 5100만원 정도이니 어마어마한 규모는 아닙니다.

그렇다해도 대주주가 주가 급등기에 보유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겠지요. 더구나 한국거래소 등 감독기관이 디아이의 주가 폭등과 관련해 작전 세력 개입 여부를 낱낱이 들여다볼 것이라고 공언한 상황이니 톱스타 친인척 치고는 모양 빠지는 일이네요.

어쨌든 말 그대로 '멘붕'에 빠진 투자자들이 몰려간 곳은 어디였을까요. 공교롭게도 이날 하루 싸이의 '싸이'(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디아이에 쌈짓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협박 및 자살소동(?) 게시물이 쏟아졌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강으로 가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아버지 회사가 주가 폭등하는거 알면서 모르쇠로 방관했으니 싸이가 책임져라'는 등의 을러댐부터 '아버지가 디아이에 퇴직금을 몽땅 투자하셨다. 지금 거실에서 소주 드시며 울고 계시다'는 읍소까지 연속된 하한가에 크게 데인 개미투자자들의 원망이 곳곳에 묻어났지요.

이 같은 난리 속에서 기존 싸이의 팬들은 "투기에 뛰어들 때는 언제고 싸이에게 책임지라는 건 무슨 논리냐" "애초에 싸이 이름만 보고 묻지나 투자한 당신들이 바보" 등등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관련 소식이 일부 언론을 통해 확산되면서 디아이 투자자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폭주했습니다.

하루가 지난 18일에도 싸이의 미니홈피 방명록 분위기는 흉흉합니다. 전일 같은 '자살협박' 등의 과격한 발언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어쩌면 좋아'식의 체념이 가득하네요.

안타까운 마음은 잠시, 최근 디아이 주식을 사들여 '상투'를 잡은 개미들, 과연 투자 전에 실적 보고서를 한번이라도 보긴 했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약 159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3억원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입니다. 영업이익은 14억8800만원 순손실을 냈고 당기순이익 역시 35억2800만원 상당의 손해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2011년과 2010년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마이너스'였습니다. 이런 회사에 퇴직금을 '올인'했다면 비상식적일 수밖에요.

억울함을 호소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작전세력의 거짓 정보에 놀아났다" "정보력이 떨어지는 개미들은 속을 수밖에 없다"며 항변합니다만 글쎄요.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다보니 과거 모 종교단체와 관련된 소동이 생각납니다.

그 종교단체는 자신들이 예고한 날짜에 세상이 멸망할 것이며 열심히 기도한 신도들만 구원받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예고한 시각, 멸망은 일어나지 않았고 주장은 허구였음이 드러났지요. 사람들은 그 단체가 해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기도 덕분에 멸망이 늦춰진 것이라며 더 열렬히 종교활동에 심취했다고 합니다.

낙제점의 실적 보고서를 눈앞에 두고도 '국제스타' 싸이의 인맥이 어떻게든 주가를 끌어올려 줄 것이라며 현실을 부정한 일부 투자자들과 꼭 닮은꼴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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