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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고발도 아닌 것이…'수사의뢰', 누구냐 넌?

 

임혜현·이종희 기자 | tea@·jhlee@newsprime.co.kr | 2012.10.10 10:38:47

[프라임경제] 불법채권추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노회찬 의원(무소속)이 이 문제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했는데요. 특히 노 의원은 매년 평균 2600여건의 민원이 들어왔는데도 금감원이 불법채권추심으로 고발한 건수는 0건으로 드러났다며 금감원의 소극적 업무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국감 현장에서 기사를 정리하던 A양. 하지만 노 의원 자료에 보면 금감원이 수사의뢰를 한 경우가 (적기는 하지만)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고발과 수사의뢰, 어쨌든 수사를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니 뭐가 다른지 아리송한데요. 선배들에게 물어 봐도 '그게 그거'라는 풀이, "그래도 고발이 상대적으로 강한 뉘앙스다"라는 등 설명이 엇갈립니다. 고발 같기도 한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이 수사의뢰는 대체 무엇일까요?

우선 범죄의 피해자·기타 고소권자가 직접 수사기관에 대하여 일정한 범죄사실을 신고해 소추를 구하는 경우는 '고소'라고 표현합니다. 한편, 위에서 금감원과 같이 범인 또는 피해자 이외의 제3자가 등장하여 수사기관에 범죄사실을 신고해 그 처벌을 요구하면 '고발'이고요.

이 둘은 형사소송법상 용어들이며, 피해 당사자냐 제3자냐에 따른 구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사의뢰'인데요. 통상 관계기관이 범죄 혐의가 있거나 있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수사를 해 달라고 하는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 보도 등을 통해 일반인들도 많이 접했을 겁니다.

대체 두 개념의 차이는 무엇이고, 어떻게 나눠 처리를 하는 걸까요? 이에 대한 금감원 법무실 관계자 설명은 이렇습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제 32조 5항) 사회적, 경제적 물의가 상대적으로 크거나 위법성의 정도가 심하다고 인정되고,  위법성 및 고의성 등 범죄사실에 관하여 증거자료, 관련자의 진술 등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한 경우에는 수사당국에 고발한다고 합니다. 한편, '상대적으로 경미하거나 위법성 및 고의성의 혐의는 충분하나 검사권의 한계 등으로 객관적인 증거의 확보가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수사당국에 통보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즉 금감원의 수사의뢰라는 표현은 이 통보 규정에 기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이 수사의뢰는 형사소송법상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소송법에서는 찾아 봐도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등에는 수사의뢰라는 표현이 명시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요, 공직선거법 제52조 3항에 수사의뢰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나 단체가 '수사의뢰'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진정·탄원에 불과하다고 수사기관에서는 보는 모양입니다. 즉, 고소나 고발과는 다소 격을 달리 보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금년 3월에는 검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수사의뢰된 사건을 서울 금천경찰서에서 조사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는데, 경찰에서 이런 수사의뢰는 내사 사건(아직 공식적으로 수사가 시작되지 않고 범죄 관련 정보 등을 알아보는 단계)이라며 이 단계에서는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겠다고 거부한 경우가 있습니다.

결국 수사의뢰는 개별법에서 규정돼 있거나 혹은 통보 등 표현에 의해 실무상 운영되는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는 회색지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발할 정도는 못 되는 사안, 증거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경우에 사용되는 도구인 셈인데요.

이 정도 융통성의 여지는 있어도 좋겠지만, 적어도 중대한 사안을 적극적으로 고발하기 번거롭다는 이유로 오용 혹은 남용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은 갖춰져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을 두루 살펴 볼 때 이번 국감에서 나온 (수사의뢰 등은 있는데) 왜 고발은 한 건도 없느냐는 비판의 의미가 더 명확히 부각된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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