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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후 필름끊김·주폭 잦으면 '알코올성 치매' 의심해야

젊은층 치매환자 급증…음주습관으로 자가진단 가능·조기 예방해야

조민경 기자 | cmk@newsprime.co.kr | 2012.09.18 09:45:22

[프라임경제] 오는 9월21일은 '세계 치매의 날'이다. 치매는 보통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에서도 치매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30~40대 젊은 치매환자 수가 약 60% 증가했다. 이처럼 젊은 층에서 치매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술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가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알코올성 치매는 전체 치매환자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알코올 과다 섭취로 인해 우리 뇌의 기억 전반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뇌 구조의 변화 없이 기능에만 문제가 생기지만, 뇌 손상이 반복될 경우 뇌가 쪼그라들고 뇌 중앙에 위치한 뇌실이 넓어지면서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하게 된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최경규 교수는 "음주를 즐기는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알코올성 치매 위험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알코올성 치매는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증상을 방치할 경우 짧은 기간에 노인성 치매로 발전할 수 있어 자가진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경규 교수에 따르면 알코올성 치매는 자신의 음주습관으로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알코올성 치매의 증상과 특징을 숙지하고 음주습관과 비교하는 방법이다.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블랙아웃이다. 소위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은 유도성 기억장애로, 음주 중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술을 마신 다음날, 전날의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어떻게 귀가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블랙아웃이다. 처음에는 블랙아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반복될 경우 장기적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켜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

또 다른 증상은 폭력성이다. 뇌에서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 전두엽은 술을 섭취하면 가장 먼저 손상되는 부위다. 알코올성 치매가 노인성 치매와 달리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것도 이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폭' 등 술만 마시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폭력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알코올성 치매의 증상 중에는 단기 기억장애도 있다. 술을 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2~3일 전에 있었던 일 등 근래에 발생한 사건도 기억하지 못하거나 심할 경우 하루 전에 있었던 일도 답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정도에 따라서는 사라진 기억을 대신해 기억을 상상해서 채워 넣는 작화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단기 기억장애가 생길 경우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이 같은 증상이 자주 발생하거나 1년 이상 지속될 때에는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최 교수는 "술에 관대한 음주문화가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제약이 되고 있다"며 "누구나 알코올성 치매를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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