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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기업대출과 기업예금은 어려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9.06 17:30:11

[프라임경제] 한쪽에선 기업이 불황에 대비해 자금을 쌓는다고 하고 한쪽에선 기업 돈줄이 말라붙었다고 비명입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차이에 따른 사정의 천지차이인데요. 그 와중에서 은행들만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기업예금은 받아도 어쩐지 난감하고, 또 기업을 살리자는 좋은 취지로 대출을 활성화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 두 가지 어려운 문제가 한계기업이라는 이슈 하에 겹쳐 더욱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그럼 한계기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살펴볼까요.

일단 가까운 뉴스만 몇 가지 훑어봐도, 7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준비한 중소기업 정책 토론회에서도 '한계중소기업 및 신용불량자 회생 방안'(한국기업회생연구소 이기철 사장) 발표가 있고요.

지난달 말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토론회'에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양금승 중소기업협력센터 소장이 "중소기업 경영 애로 해소에 치중한 현 정부정책은 한계ㆍ영세기업을 양산하고 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킨다"고 쓴소리를 한 바 있습니다.

어차피 넘어질 기업을 억지로 연명해 한계기업으로 살려두면 어쩌냐는 소리지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영국에서도 '좀비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관찰하고 있는데요.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경제연구전문기관인 R3를 인용, 영국 기업 10곳 가운데 1곳이 회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부나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이른바 '좀비(zombie)'라고 조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정부의 경기부양책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다음 주 발표 예상) 이 역시도 한계기업 논란과 무관치 않은 주제입니다.

이 방안으로 이미 시행 중인 총액한도대출제도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한도를 확대하고 하반기 내 실시 예정인 서민금융지원방안 규모를 크게 늘리는 쪽으로 실제 가닥을 잡으면 은행권으로 문제가 넘어오게 됩니다.

양자 모두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여수신제도를 통해 이뤄지게 됩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일정금액을 저금리로 시중은행에 대출해 주면 은행권이 다시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은행들이 그렇게 녹록한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6일 나온 은행의 경기침체에도 자기자본능력이 일단 양호한 것으로 나왔지만,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현재 예대율 규제나 시장성 수신 비율 문제 등으로 내부적으로는 불안한 사정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단 당국이 규제 잣대로 들이대고 있는 예대율은 원화대출금의 월평균잔액을 원화예수금 월평균잔액으로 나눈 비율로, 100% 이하면 조달한 예수금 범위에서 대출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은행들은 대출금을 줄이거나 예수금을 늘려 이를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대출금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예수금 늘리기 쪽으로 가닥을 잡아왔습니다. 이 와중에 시장성 수신 비율이 너무 떨어지고 예금에만 치중해 문제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금융연구원에서는 특히 예금 중에서 기업예금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은행 위험관리 면에서 좋지 않다고 우려합니다. 기업예금은 경제 사정이 변하면 가계예금보다 이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어 바젤III 관련 가중치를 잡을 때도 위험도를 가계예금보다 높게 본다고 하는군요.

예금을 유치해 놔도 거기서 또 가계예금과 기업예금 비중 맞추기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상황이니 보통 복잡한 게 아닌 상황입니다. 오죽하면 예대율 규제를 좀 풀어줘서 시장성 수신 조달을 은행들이 하게끔 하자는 제안을 금융연구원 보고서에서 할 지경일까요.

결국, 예금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채 줄이기'에 신경 쓰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뜻으로도 읽히는데, 위에서 말한 경기부양책대로 간다면, 또 대출을 풀어주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게 아니냐는 난감한 기분이 듭니다. 방정식에 방정식을 더하는 상황이랄까요.

다시 한계기업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임에도 모두 감수하고 정부나 중앙은행, 시중은행들이 합심해 한계기업을 살려놓으면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인데, 해피엔딩이 어렵다는 데 함정이 있습니다.

텔레그래프지 기사를 다시 보자면, R3는 이들 좀비 기업은 현재보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더 이상 이자를 갚아나갈 수 없는 불안정한 채무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은행으로서는 기업들에게 대출을 마냥 줄이는 칼을 휘두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업을 살리자며 대출에 온정을 베풀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나중에 경제가 좀 호전돼 금리가 올라봐야 부실채권으로 돌변하면 정말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업예금을 받아 놓은 건 이제 경기가 좀 좋아졌으니 투자할 곳 찾겠다며 떠나 은행을 휘청이게 하고, 한계기업에 준 대출은 부실채권으로 돌변하는 상황, 그야말로 최악이겠지요. 이런 상황을 피해보고자 기업예금과 기업대출 사이에서 줄을 타고 있는 은행권의 줄타기가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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