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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바람과 함께 사라진 '컨틴전시 보험'

베이징엔 있지만 런던엔 없어…불경기와 당국 입김 합작품

조국희 기자 | press@newsprime.co.kr | 2012.08.07 10:35:49

[프라임경제] 런던올림픽에서 연일 승전보가 들리고 있습니다. 초반 판정논란으로 우울한 성적표를 거두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았지만, 어느덧 목표치인 금메달 10개를 조기에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네요.

하지만 응원 함성은 높은 데 비해, 떠들썩하게 유통이나 금융권에서 이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경우로 연결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이런 때 금메달 개수를 조건으로 내걸고 이벤트 선물 등을 주며 떠들썩하게 치렀던 지난 국제 스포츠 경기들을 기억하는 이들로선 아쉬운 대목인데요.

일명 ‘컨틴전시 보험 특수’가 확실히 사라진 것 같아 2% 허전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경품 행사나 사은 행사가 꼭 컨틴전시 보험과 연결돼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조건 성취와 관련된 경우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붙는 게 사실이었는데요. 바람과 함께 사라진 컨틴전시 보험 특수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연아 열풍 등으로 눈길…보험사고 확률 높으면 보험사 거절도

컨틴전시 보험이란 전통적으로 손해보험에서 보상하지 않는 위험을 담보하는 새로운 개념의 상품입니다. 즉 날씨·기온·경기결과·행사 등 특정한 대상을 보장의 전제로 해서 보장 대상이 실현됐을 때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입니다.

예를 들어 화이트크리스마스가 오면 고객들에게 경품을 대거 뿌리고 싶은 백화점이 있다고 할 때, 준비를 하자면 부담이 크겠지만 이를 보험으로 들어놓으면 부담을 줄일 수 있겠죠. 바로 이럴 때 사용되는 게 컨틴전시 보험입니다.

롯데백화점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금메달 ‘12개 이상’ 달성 때 경차 ‘모닝’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때 롯데손해보험은 롯데백화점에서 받은 보험료 2억5000만원을 훨씬 웃도는 8억8000만원을 지불했습니다. 계산상으로는 약 6억3000만원정도 손실을 본 셈입니다.

물론 많은 경우 보험사들도 보험사를 상대로 하는 보험사인 재보험사에 보험을 들기 때문에, 이 액수를 곧이곧대로 손실을 보는 건 아니랍니다.

다만 컨틴전시 보험을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보험사고가 날 확률(즉 조건이 달성될 확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보험사에서도 컨틴전시 보험을 기피합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행사를 준비하던 국민은행이 컨틴전시 보험을 들고자 했지만, 김연아 선수의 우승 확률이 너무 높아 보험업계에서 아주 높은 보험료를 요구해 보험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경기로 사양길·사행성에 철퇴 ‘풍전등화 운명?’

하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면서 세계경제가 어려워지자, 컨틴전시 보험 수요도 줄어들게 됩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이거나 이 잔치의 위험 비용을 처리하기 위한 컨틴전시 보험을 들거나 하는 일이 사치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죠.

업계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연말 날씨를 갖고 보험에 든 예가 이전에 비해 뚝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번 올림픽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런던 올림픽과 관련, 은행권에서 금메달 수에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등의 상품도 거의 마련되지 않고, 유통업계에서도 떠들썩한 고객 행사를 준비한다는 소리를 듣기 힘듭니다. 

이에 대해 올림픽 관련 컨틴전시 보험 수요가 있는지 탐문해 봤습니다. 모 보험사는 기자의 질문에 “수요 문의는 있었으나 이뤄진 계약이 없고, 올림픽 특수임에도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들이 찾지 않는다”고 답했는데요. 문제는 불경기로 인한 위축보다도 사행성 논란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입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과거 베이징 올림픽 때 입은 손해도 그렇지만 작년 8월 감독당국에서 날씨관련 컨틴전시 보험인 지수형 날씨보험을 사행성 부분도 있어 판매를 제지시켰다”며 “그런 부분 때문에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어쨌든 경기도 풀리고, 당국 입장이 변해야 컨틴전시 보험도 풀릴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인데요. 불과 몇 년만에 흔적도 없이 퇴장하다시피 한 컨틴전시 보험이 언제 또 바람을 타고 돌아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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