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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지로·CMS·전용계좌? '한지붕 세 서비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7.26 13:48:57

[프라임경제] 물건 대금이나 서비스 요금, 기부금 등을 내야 하는 경우에 흔히 "이체 처리를 하면 편하다"고 표현하는데요.

휴가 첫날, 간만에 평일 늦잠을 잔 A양은 밀린 가스요금을 내러 간 집을 나섭니다. 달랑달랑 지로용지와 은행 통장과 체크카드가 든 지갑을 들고 나섭니다. 고지서에는 액수와 사용량(부피)뿐만 아니라 △이체 신청을 해 놓으면 편하다 △고객전용계좌번호는 은행별로 다음과 같다 등의 내용이 자잘하게 적혀있습니다.

공과금 수납기에서 지로용지를 넣고 요금 수납을 한 A양. 새삼 고지서에 적힌 여러 경로가 궁금해지는데요. 매달 불규칙한 퇴근 시간과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중에 공과금 같은 건 신경쓸 새 없는 A양은 이체 신청을 해 볼까 생각을 잠시 하며 은행 지점을 나섭니다.

저 작은 고지서 하나에 웬 복잡한 내용이 그렇게 많은지 아마 A양은 상상도 못할 텐데요.

우선 지로부터 보겠습니다. 지로는 우리 말이 아니고 'GIRO'라는 외래어인데요. 은행 따위의 금융권에서 돈을 보내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 돈을 받을 일정한 번호의 개인이나 단체의 예금 계좌에 돈을 넣어 주는 방식을 지로라고 합니다. 흔히 신문값 고지서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형식, 희고 긴 띠 모양의 지로용지 고지서를 보신 기억이 있을 겁니다.

집금 효율 확 높여주는 마법의 CMS, 고객입금정보 관리에 효과적

그런데, 매달 일정하게 이체를 빼갈 수 있도록 하는 CMS는 원래 은행계좌의 잔고와 불입금에 대한 정보처리에서부터 주식의 매매에 대한 정보까지 처리하는 업무 형태를 말하는 것이랍니다.

즉, CMS는 Cash Management Service라는 원명칭에서 보듯, 정보화 사회에서 통신 라인과 컴퓨터를 이용해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사용자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전화 라인을 이용한 방법이 널리 쓰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입니다.  

즉, CMS는 인터넷뱅킹하고도 약간 뿌리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회사에 다시는 독자의 경우, 회사에서 재무파트(흔히 경리과라고도 부름)에 근무하는 사람에게 CMS라는 이야기를 꺼내면 은행 이체 등을 생각하기 보다는 전반적인 자금 흐름의 관리라는 쪽에서 연상을 할 확률이 높습니다. '더존'같은 전문 프로그램도 있고요.

다만 일반 시민들이 금융거래에서 대면하는 CMS란 보통 CMS이체나 CMS코드, CMS이체 등으로 이어지는 정도에 특정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양이 매달 공과금을 내러 은행에 행차하는 게 번거로워서, 혹은 어느 날 어느 사회복지단체에 기부금을 꼬박꼬박 소액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할 때 "매달 얼마씩 내겠다고 신청을 했어" 혹은 "가스비를 이체 신청을 했어" 같은 경우가 바로 이 CMS이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큰 축에 드는 사회복지단체에 소액이나마 다달이 이체를 요청한 경우입니다.

   
CMS이체를 요청하는 포맷의 한 예. 돈을 매번 입금할 쪽(고객)에게서 정보이용과 거래의 동의를 얻는 형식으로 돼 있다.
이렇게 해서 계좌를 알려주고, 이 계좌에서 이런 액수를 이체해 가도록 허락한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지요. 가스값이나 수도요금 같은 특정되지 않는 요금을 약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CMS이체를 추진하면 좋은 점이, 지로나 수금인력을 두는 경우보다 대금의 집금 속도가 빨라진다고 합니다. 잔고만 있으면 매번 기계적으로 인출을 요청하는 것이니, 지로를 입금하러 나설 수고 등에 비해 내는 쪽에서도 수월해지기 때문인데요.

가장 큰 장점은 CMS로 집금할 때, 고객의 정보를 편하게 분류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CMS코드 이야기를 잠시했지만 일시적으로 이체를 할 때에도 CMS코드는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이걸 적어줘야 정상적으로 처리가 되(고 나중엔 분류 등을 하)지요.

삼성, 은행없는 글로벌 CMS 추진도 '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아무튼 CMS와 그 주변 여러 기능들은 참 장점이 많은데요. 예를 들어 2007년 6월에는 "삼성전자가 국내 은행의 결제망을 통하지 않고, 세계 은행간 금융전자통신기구인 스위프트(SWIFT) 망을 직접 연결해 독자적으로 글로벌CMS를 구축키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은행권을 긴정시키기도 했습니다.

은행망을 거치기보다 이렇게 CMS로만 일을 볼 수도 있다는 발상을 할 정도라는 방증이겠지요. 

하지만 CMS를 통한 이체가 만능은 아닙니다. 위에서 말한 정기적 이체의 처리, 에를 들어 후원금 등을 빼고 일시적 이체를 받는 경우에 CMS이체를 활용하는 경우를 기억하는 분이 의외로 많지 않을 겁니다.

그런 경우에까지 CMS코드를 입력하라고 하니 불편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고 실제로 에러를 내는 경우가 많죠.

두번째 약점, 이건 좀 치명적인데 예를 들어 갑은행의 CMS계좌는 다른 은행, 을은행이나 병은행의 지점이나 ATM에서 이 계좌로 입금이 안 되는 약점이 있다고 합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CMS계좌로) 이체신청을 할 경우 (은행) 전산에서 수취조회를 먼저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번호가 CMS인가 아닌가를 파악한 다음 실행을 하는 건데 다른 은행의 CMS를 우리 쪽에 가져와서 요청하면 인식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모 시중은행 ATM에서 이체의 요청을 하는 화면란. CMS이체를 카드나 통장을 입력한 뒤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
   
CMS이체의 단점은 고객코드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A은행에서 B은행의 CMS로는 이체를 하기 어려워 해당 은행 지점으로 가거나 ATM을 찾아야 한다는 데 있다(기사 중 해당 부분 설명 참조). 사진의 경우는 위의 설명과는 좀 다른 문제인데, 부산은행 체크카드를 넣자 아예 CMS이체의 요청 자체를 안 받는 경우다. 특정 은행이 하는 CMS에 다른 은행이 껴들기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한 방증이다.

일회용 통장? 쓰기에 간편하고 CMS와는 태생이 다른 '전용계좌'

그래서 일시적으로 그때에 한정해서 입금을 받아야 하는 경우 효자상품으로 등장한 게 고객전용계좌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리는 가상계좌입니다.

   
모 사회복지법인에 일시후원을 하는 경우의 처리 사례. 장기적으로 정기 후원을 하는 경우 CMS를 이용하는 게 적합하나, 이런 일시적 케이스 혹은 요금을 독촉해 받아야 하는 경우 등에는 가상계좌를 부여하는 쪽이 더 편하고 실무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잠시 거칠게나마 비교해 보자면  CMS계좌는 통장이 있는 실제의 계좌이고, 가상계좌는 말그대로 통장없이 사용할수 있는(은행과 돈을 받는 쪽간에 약정을 하고 시작함) 게 가상계좌입니다.

즉 CMS계좌는 집금용 실계좌입니다. 이에 반해 가상계좌는 말그대로 실계좌 아닌 가계좌. 쉽게 만들 수도 폐기할 수도 있지요.

그래서 일시적으로 사용할 번호를 받았다는 경우 즉 "이 계좌로 대금을 입금하시고요. 액수를 정확히 맞춰 주세요. 날짜는 언제로 하시겠습니까?" 등의 대화를 상담원과 '꼬치꼬치'한 다음에 통장번호를 받았다면 이건 가상계좌라고 이해하시면 쉽겠습니다.

그러니까 A양의 지로고지서에 적힌 문장들은 서로 그 태생부터 발전상까지도 모두 다름에도 모여있는 한 지붕 세 가족쯤 되려나요? 지로 말고도 CMS로 앞으로 계속 돈을 자동으로 빼도록 거래를 트든지, 직접 이 지로용지 들고 은행가기 뭣하면 이러저러한 번호로 인터넷뱅킹을 하든 뭐하든 편하게 입금하라는 유혹을 하는 가상계좌까지 아옹다옹하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은행 내외의 여러 자금 관리 기법이 총체적으로 녹아있는 것이니 '고객은 왕'이라며 편하게 제공되는 기법들을 당연하게 생각만 할 게 아니라, 한 번쯤 눈여겨 볼 만 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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