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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저원가성예금' 오매불망 이유 알고보니…

저원가성예금 확보 총력 '순이자마진 상향조정' 필요 달성 성공 케이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7.12 17:02:37

[프라임경제] 하나은행(086790)의 김종준 행장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이달 초 3분기 조회에서 김 행장은 하반기 저원가성예금(LCF) 확대를 영업 전략 화두로 언급했다. 김 행장은 2일 본점에서 열린 3분기 조회에서 “은행 이익의 근간인 기반확대를 지금 마련해야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이를 언급했다. 문제는 저원가성예금 이야기를 처음 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이미 지난 봄 취임사에서  김 행장은 “실행을 안 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분위기를 언급하는 경고성 발언을 한 바 있다. 김 행장은 “늘리고 싶다고 쉽게 늘릴 수는 없지만, 실행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영업 기반이 되는 예금이 많아야 이익도 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타행과 비교해 LCF가 적은 만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고 왜 늘려야 하는가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강경한 발언을 3분기 조회라는 계기를 통해 ‘검산’해 줌으로써, 하나은행 지도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마음가짐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은 특별한 강학상(학문연구상)의 개념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만기가 없는 요구불예금과 일부 저축성예금으로, 그 범위에는 다소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예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거의 없다시피 낮아서 은행의 수익성 향상에 기여하는 핵심 예금을 말한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자금을 많이 받을수록 대출이자를 낮출 수 있음은 불문가지다. 이 문제에 하나은행은 왜 강한 표현을 써 가면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인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저원가성예금 많으면 NIM 등 숨통 트여

   
명색이 4대 금융지주 산하 은행이지만, 하나은행은 신한이나 우리 등 다른 유력 금융지주사 산하 은행들에 비해 불리한 경쟁을 해 NIM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에 저원가성예금 확장 주문이 나오는 것도 이런 NIM 끌어올리기 필요성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야경.
돌이켜 보면 은행 실무를 지휘하는 사령탑에서 이런 발언이 나올 가능성은 이미 예비돼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작년 가을, ‘2011년 금융동향과 2012년 전망’ 세미나에서 금융연구원 서종호 연구위원은 “급여이체, 결제계좌 등 저원가성 수신기반을 확충하고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의 수신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ELD 등 시장형 예금상품과 종합자금관리서비스(CMS) 수익모델 정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리먼 위기 직후 기류를 반영해 나온 연구 결과에서도 이런 문제는 발견된다. ‘은행권 자금이동과 수익성에 관한 연구(한성민, 부산대 석사논문, 2009)’이 그 한 예다.

이 논문은 국내 은행의 자금조달 문제와 관련 각각 다섯 가지씩의 분석 결과와 시사점을 제시했는데 리먼 사태 직후 금융의 불안 사정에서 은행의 나갈 바를 연구한 시도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어 보인다.

논문의 5대 분석 결과 중 이번 LCF 강조 국면과 맞물려 눈길이 가는 부분은 2번 항목 즉 “시장성수신 비중이 증가할 수록 순이자마진이 유의하게 하락하였으며”라는 부분과 “저원가성예금인 원화 요구불예금이 증가할 수록 순이자마진이 유의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대목이다.

이는 시사점 중 두 번으로 연결돼 “둘째, 안정적인 수신기반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으로 연결된다. 저원가성 수신기반으로 연결 지어 주목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이와 부수적으로 이 논문은 “은행채 발급 급증 현상은 장기적으로 영업기반 확보를 저해할 우려가 있고”라고 지적하는데, 현재 은행들이 바젤 III 임박 국면에서 올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후순위채를 쏟아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떤 식으로든 저원가성 수신기반을 강화할 필요는 높다는 점이 입증되는 셈이다.

특히, 2010년의 경우를 보면 당시 리먼 사태 바람 이후 금융위기 여파로 악화된 수익성을 회복하고자 시중은행들이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NIM, 즉 순이자마진 상향조정 필요를 달성하는 데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요약하면, NIM 상승의 유력한 수단 등으로 은행은 저원가성예금을 늘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은행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특히 이와 같은 문제와 겹쳐보면 특히 은행들이 NIM 관리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나은행 김 행장의 요청은 이런 맥락에서 일차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KB국민 등과 NIM 개선 가능성 비교되는 부분도 ‘일종의 채찍’

물론 하나은행의 모기업인 하나금융의 NIM 개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떻게든 NIM 개선 노력에 매달려야 할 지경은 분명 아니라는 것. 하지만 KB국민은행(KB금융의 주력사) 등의 NIM 개선 가능성을 언급하는 애널리스트 발언 등을 비교해 읽어보면 어쨌든 저원가성예금 확충 필요를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시사된다고 하겠다.

10일 나온 하나대투증권의 KB금융 목표주가 관련 리포트에 따르면 “2분기 순이익은 성동조선에 대한 비용부분을 감안, 당초 전망치인 6000억원보다 낮은 5428억원으로 추정한다”고 부정적 발언을 하면서도 “1분기와 달리 대출이 늘고 NIM이 잘 방어되면서 이자이익이 늘어난 부분이 그나마 비용 상쇄 여지를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NIM(문제 중 일부를 이루는 저원가성예금)의 관리만 잘 해도 ‘방탄’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방증하는 예다.

   
하나은행 김종준 행장이 지난 봄 취임사에 이어 최근 조례사에서 다시금 저원가성예금을 강조,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런데, 같은 무렵(6일) 나온 대신증권의 하나금융 관련 보고서를 보면, “외환은행의 높은 대출 성장과 더불어 2분기에 은행 중 NIM이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등 하나금융의 건전성을 이끄는 원동력이 하나은행이라기보다는 하나은행과 독립경영을 하는 외환은행(근래 피인수돼, 하나금융에 편입돼 있음)의 공로로 읽히는 감이 없지 않다.

하나금융에 대해 분석한 LIG투자증권 보고서를 보면 “고금리 외화사채 롤오버에 따라 하나은행의 NIM이 1분기 대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환은행은 대출 성장, 하나은행은 비싼 조건의 빚을 운영하는 데 묘미를 살리는 방향으로 다소 다르게 NIM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비교를 할 수도 있는 대목인데, 이른바 ‘한 지붕 두 은행’ 상황에서 하나은행으로서는 크게 기분 좋을 부분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근래까지도 외환은행 노조 쪽에서 하나은행에 대해 “독립경영이 아니라 분리경영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우리 합의 대상은 하나금융이지 노조가 아니”라고까지 자존심을 세우는 문제 같은 큰 사항도 기본적으로 이런 작다면 작은 데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NIM 때문에 계속 골머리를 앓아 왔다.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이 2002년부터 2011년 사이 3%대에서 2.5%선으로 유지해 온 것과 비교해 하나은행은 2%선을 배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1년에도 하나측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긴 시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NIM 때문에 분투해 온 상황에서, 이제 근래 외환은행과 형제은행으로 아무래도 비교가 되어야 하는 상황까지 새롭게 조성되고 보면 NIM 개선 문제에 하나은행이 기여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유력한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저원가성예금이라고 해서 크게 이상할 것은 없다는 점은 이미 위에서 여러 측면에서 본 바와 같다.

금융그룹은 ‘Joy Together’, 개별은행은 강한 독려 패턴 ‘우려’

물론 이런 필요성에 따른 저원가성예금 강조 배경은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의 관계, 최고수뇌부의 성향 등을 보면 이런 LCF 관련 주문이 강하게 이어지는 상황이 좋은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나은행에서 행장을 지내다 ‘포스트 김승유 시대’의 사령탑으로 하나금융그룹을 이끌게 된 김정태 회장과 현재의 김 행장 모두를 업계에서는 ‘영업통’으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런 두 영업통 수장이 이끌고 있는 하나금융-하나은행 라인, 그리고 그런 사정에서 나온 일련의 발언들이 얼마나 치열한 영업대전 바람을 일으킬지, 그 파장은 어떨지 하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그렇잖아도 한국투자증권은 CEO 교체 국면에 즈음해 낸 보고서에서 “(하나금융이) 통합과정에서 시너지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비용관리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거친 요약이지만, 저원가성예금 확보전 주문 같이 무조건 ‘나가자, 싸우자’를 할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가 나도록, 그 어느 때보다 ‘열린 토론 문화’와 ‘조준과 관측에 공을 들이는’ 정신이 을지로 쪽에 요구되는 상황이자 조이 투게더 정신이 필요하다고 하겠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LCF 전쟁 국면을 강조하는 상황이 이해는 가지만 수긍은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과연 김 행장의 LCF 사랑 발언이 행원들의 노력과 실질적 성적표 만들기로 이어질지, 호기심과 걱정이 함께 섞인 관심이 을지로 쪽에 특히 그 중 하나금융보다 하나은행 측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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