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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19대 통과 관심높은 까닭은

자금조달 다양화 외에 대선정국 재계 돌파구 될지도 촉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7.11 11:07:32

[프라임경제] 대선을 반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유력 대선주자의 순환출자 문제 발언으로 순환출자와 이를 둘러싼 제반 사항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 대선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며 출정식을 치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기업 신규 순환출자 규제 방침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박 전 위원장은 1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존 순환출자는 현실성 측면에서 기업 판단에 맡기더라도, 신규로 출자하는 부분은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의 방향’이라는 표현을 사용, 기존에 이뤄진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불문에 부친다는 뜻으로 해석돼 일종의 기득권 인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재계에는 좋을 게 없는 부정적인 이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유력하게 거론돼 온 수단들이 관련법 개정 국면에서 다시금 논의될지 주목된다. 바야흐로 자본시장법 개정안 재등장에 이번 이슈가 맞물릴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이상 의결권 행사 방치 않겠다…자금 조달 수단 강화 필요성?

박 전 위원장은 “순환출자는 거품이 끼어 자기가 투자한 이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불합리한 면이 있다”며 “이러한 점은 바로잡아 나가야 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현재의 순환출자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순환출자는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출자해 자본금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재벌총수가 장악한 A라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100억원을 투자해 A사를 설립하면, A사가 49억원을 투자해 B사(일반공모 51억원)를 설립, 총수는 적은 돈으로 회사를 하나 더(B사 경영권)도 소유한 셈이 된다.

비슷한 방식으로 C사를 설립, A사에 50억원을 투자하게 하면 A사의 자본금이 150억원으로 늘어나지만 총수의 입김은 여전히 강하게 유지된다.

문제는 재계의 인식이다. 순환출자가 일부 결함이 있는 지배구조이지만 국내에서 인정되는 데에는 ‘필요악’이라는 재계의 이미지 메이킹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기업 경영권 보호에 마땅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최선책이라는 점에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기 대권에 상대적으로 가까이 있는 주자 중 하나, 특히 보수층을 대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 전 위원장측에서마저 이런 인식을 드러낸 만큼, 경영권 보호 수단 마련에 대한 공론화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경영권 위협이 있는 기업 환경을 감안할 때 순환출자 구조를 앞으로 하지 말라는(기업의 확장은 불가피한 면이 있는데 이를 하지 말라는 것은 결국 순환출자를 장기적으로 폐지해 나가라는 것) 주문을 하려면 ‘반대급부’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상공회의소가 재계의 각종 현안을 취합, 전달할 방침을 근래 드러낸 바 있는 등 재계가 ‘미래권력’ 등장을 앞둔 과정에서 역량을 결집할 가능성이 높고, 그 요구가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 매듭과 제반 부수 사항에 대한 논쟁으로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논란과 추가손질 필요한 대목 많아

자본시장법 개정안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최근 상법 개정에 따른 조항의 개정, 즉 파생결합증권에 관한 조항을 개정하고, 새로운 조건부 자본증권과 신주인수선택권증권(warrant)제도를 도입한 부분 등이다.

첫째, 파생결합증권의 범위를 조정하겠다는 개정 추진 부분은 상법상 허용된 파생결합사채를 반드시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회사만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일반회사의 과도한 위험부담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큰 논란 여지는 없어 보인다.

다만, 조건부 자본증권은 바젤III의 조건부 자본제도를 법제화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아울러 개정안이 조건부 자본증권을 발행시 주주와 채권자 간의 이익충돌 등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는 않았다는 우려(이 우려점은 6일 ‘21세기 금융비전포럼’에서도 소개됨)이 숙제다. 앞으로 시행령 제정 및 실제 발행시 유의하여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셋째, 신주인수선택권증권 제도 즉 워런트는 상법상 허용되지 않는 증권을 자본시장법으로 허용함으로써 상장법인이 금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아이디어다. 다만 여기도 문제가 있다. 발행할 수 있는 경우를 4가지로 제한했으나, 실제로 남용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조건부 자본증권에 관해서는 자금의 조달이라는 측면에서 법 개정안의 통과 국면 이후에도 상당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약간 초점이 다른 개념이지만, 그간 자본시장법 개막 이후에도 특수사채(보통의 사채 외에 어떤 특별한 권리가 붙은 것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로 자금을 조달하는 움직임은 미미했다고 할 수 있다.

조사 자료를 보면, 2001년 이후 전반적으로 미미한 가운데 예를 들어 2010년을 보면, 사채의 발행 총건수가 2193건인데 특수사채 이용의 건수는 24건이라고 한다(이상철, '특수사태의 발행에 관한 법적 문제 연구', 성균관대 박사학위 논문, 2011년). 전반적으로 이런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조건부 자본증권 역시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치적 상황 변화의 여파로 인해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즉 순환출자의 신규 사용은 앞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이 개념이 상대적으로 유용한 효자상품으로 재조명받을 여지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 18대 국회 임기 만료에 임박해 이사철 전 의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관련(이때 처리가 못 되고 폐기되면서 이번에 재추진) “신주인수선택권증권과 조건부 자본증권을 도입해 상장기업의 자금조달수단을 다양화하고 기업에 최적화된 직접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조달수단 다양화의 요구는 순환출자라는 편한 방식이 묶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더 요긴해질 수 있다. 

포이즌필 욕구 높은 가운데 신주인수선택권 부각 가능성은

신주인수선택권의 경우를 둘러싼 보완 욕구가 다각도에서 높아질 점도 마찬가지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원래 지난 상법 개정안 추진 국면에서는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포이즌필’ 형태의 신주인수선택권 규정을 도입하면서 포이즌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동시에 규정하고 있었다(박형석 ‘상법개정안상의 신주인수선택권의 도입 논의에 관한 연구’ 인하대 석사논문, P.36). 이런 중에 워런트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었던 것.

그런데, 상법 개정안의 포이즌필 도입 시도가 결국 재벌 강화 논란 문제로 무산되고, 이번에 워런트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다시 부각된 셈이다.

문제는 포이즌필이 원래 워런트에 제도를 변형해 만들어진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라는 점이다. 포이즌필은 워런트 제도를 기반으로 하고, 제도의 효과적인 도입과 방어수단만의 신설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도 포이즌필 도입 전에, 혹은 그와 병행해서 워런트 도입이 요구되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박형석 석사 논문, P.50). 이번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신주인수선택권이 부상한다면, 이를 계기로 포이즌필 도입 논쟁은 위의 순환출자 규제 문제와 맞물리면서 함께 떠오를 여지가 생긴다.

또 포이즌필을 공식화하는 문제를 재론하지 않더라도, 신주인수선택권에 붙은 여러 제약을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와중에 수정 통과시키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우회적인 추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일반적인 신주인수권 제도라면, 법무부가 추진했던 과거 기존 포이즌필과 달리 기존 주주뿐 아니라 제3자 배정이 허용된다고 하겠다. 이런 구조를 만들고 경우에 따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 지분 비율대로 신주인수권을 부여하지 않고 대주주에게 몰아줄 수도 있게 허용한다면,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손색이 없다.

다만, 이렇게까지 자본시장법 개정 국면에 많은 수정이 이뤄진다면, 과거 대기업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면서 제3자(대주주 또는 그 후계자) 배정 방식을 취해 경영권을 방어하거나 물려주는 방식이 신주인수권에도 원용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런 재계의 여러 욕구와 이를 우려하는 반대 의견측의 우려점들이 법 추진 과정 내내 논란을 예비하고 있어,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통과 국면은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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