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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매자책임 강화, 입증책임 반전 주장 대두 왜?

제도 바꿔도 사각지대 연구결과…시스템 대변혁 비용은 과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7.10 15:00:09

[프라임경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관심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금융소비자 권익 관련 법안에 정부가 재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최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국무회의 의결이 이뤄진 가운데, 대출상품에 대해 부풀려 설명하거나 부당하게 권유하는 판매자에게 과징금이 부과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소비자 한층 강화만으로 부족? 일각에서는 입증책임 반전 등도 주장

금융소비자법에는 금융상품 판매자의 손해배상책임을 확대하는 안, 특히 보험이나 대출상품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허위 설명 등 위법행위로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판매자가 이를 배상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보험설계사가 보장되지 않는 부분을 설명해 보험에 가입시켜 손해가 발생하면 해당 보험설계가 배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금융상품 판매자는 보장성 상품의 위험보장 범위나 대출상품의 금리, 중도상환 수수료 등에 대한 설명의무와 금융상품 광고규제 등 금융상품 판매자의 준수사항도 규정했다. 판매자가 설명의무나 부당 권유 등 영업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판매수입의 0.3%를 곱한 범위에서 과징금이 부과된다.

이런 안의 한편에서는 금융상품에 대한 분쟁시 판매자에게 완전판매 입증의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금융소비자 업무 담당 당국자의 요청도 제기되고 있다. 맥락은 같으나 한층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5일 은행연합회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중국은행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2012 한·중 은행산업 발전방향 포럼'에서 정영석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 부국장은 "최근의 금융상품은 지나치게 복잡화되고 세분화되어 일반적인 금융소비자가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전통적인 법리 공방전에서 책임 입증의 의무를 반전(反轉)시켜 부담케 하자는 혁신적인 주장이다.

펀드 완전판매 추진 등 해 봤지만 허점 여전 '교훈'

   
펀드나 KIKO의 특정 유형뿐만 아니라 금융 전반에 관련해 제도를 아무리 강화해도 금융기관들은 사각지대에서 면책 요소 마련하기에 안주할 뿐이라는 연구결과는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배상책임 강화에 그치지 않고 완전판매를 금융기관이 입증하도록 책임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판매 일선이나 소비자보호 체계의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도입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사진은 모 은행은 일선 금융창구의 금융상품 판매 현장(사진은 기사내용과 특정 관련 상관없음.)

이에 대해 이번 국무회의 의결안 정도의 책임을 과하는 정도로 족하지, 책임 입증 의무를 반전시키자는 주장(완전판매를 금융기관이 주장해야 한다는 논의)에 대해서는 반론이 만만찮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강한 강제를 하지 않으면 실무상 의미가 없다는 점이 일부 연구 결과로도 추론되고 있다는 점 역시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 환율 급변동 상황에서 극심한 소비자 피해를 불러온, 환헤지통화옵션상품인 KIKO 관련 민사 및 형사소송에서 소비자들은 대부분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극히 일부 KIKO 소송에서 소비자가 고등법원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외에는 대부분 금융기관 면책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이 주류를 이룬 것이다.

또 금년 6월에 대법원은 '수익성의 보장 권유 저촉 논란' 건에서 '원금손실이 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펀드 가입을 권유한 것만으로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수익보장 권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논리를 구성했다.

이렇게 법원에서는 판매자에 책임을 묻는 문제에 극히 보수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국무회의 의결안에서 정하는 책임 소재를 못박아도, 실제 분쟁 사안에서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다는 예상이 미리부터 나오고 있다.

더욱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펀드의 완전판매를 추구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진 이후에도 그 허점에서는 제대로 권유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발견되는 등의 새 문제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8월 나온 '펀드투자자의 펀드불완전판매경험에 관한 연구' 논문(인천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에 따르면 2008년 펀드 가입자군과 2009년 2월 이후(자본시장법 등 제도 강화 이후) 가입자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자정보 파악에 상당한 허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투자자정보파악 단계'에서의 차이점을 보면, 투자경험을 묻는 질문, 투자자금의 용도를 묻는 경우, 재정상태에 대한 질문 등에서 오히려 2009년 이후 가입자가 더 문의 및 파악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반면 투자자유형 분류단계에서의 불완전판매 경험 조사에서는 2009년 이후 현저히 강화된 모습이 관찰된다.

다만, 그 다음 단계인 적합한 펀드 선정단계에서의 불완전판매 경험 비율을 보면 위험성향에 대한 판단은 엄밀히 진행됐지만 다시 이 항목에 이르러 적당하지 않는 펀드를 추천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문서로 남는 기록과 책임 추궁의 가장 위험한 부분에 있어서만 관리가 집중되고 있으며, 전체적인 그림에서의 불완전판매 체감도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책임 파악의 사각지대에 여전히 금융기관들이 안주해 있으며 이로 인해 현제도의 범위 내에서는 여전히 펀드는 물론 여타 금융상품 불완전판매에 관해 근원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한 방증으로 읽히고 있다.

다만 금융시장 전반에서 금융기관쪽에서 자신들의 완전판매를 입증할 메커니즘을 만드는 과정 역시 상당한 검증이 필요하고, 이를 전반적인 흐름에서 파악할 전문성 있는 금융소비자보호의 체계를 구축하는 문제도 남기 때문에, 앞으로 입증책임의 반전 도입은 필요성은 높이 인정되면서도 적잖은 진통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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