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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㉑]박찬선의 이론조론 (理論造論)

적정 기술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②

박찬서 부사장 | press@newsprime.co.kr | 2012.07.10 07:40:43

[프라임경제] 지난 회에도 언급한 바 있는, 적정기술의 전도사 폴 폴락(Paul Polak)은 2010년, 적정기술이 들어갈 시장 환경이나 유통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술적인 관점으로만 적정기술이 전개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적정기술은 죽었다’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한 바 있다.

실제로도 적정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마치 새로운 발명품을 소개하듯이 빈곤 지역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싸고 실용적인 제품 만이 관심의 대상이 되곤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호기심이나 아이디어만으로는 적정기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를 실현할 수 없다.

전 세계, 각 산업 분야의 제품 설계자들은 자신들의 시간 대부분을 구매력 있는 상위 10%의 소비자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보다 극단적인 표현으로 ‘1%의 부자들을 위한 세계경제’는 2012년 현재,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렇듯이 자유경제 체제 하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다수를 위한 사업은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부자들을 위한 사업에 비해 수익성도 전망도 없어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자 현실인 것이다. 투자대비 기대수익, 차별화된 제품의 부가가치, 인당 생산성 등 우리가 그 동안 배워온 모든 경제지식은 적정기술을 옹호할 만한 토대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적정기술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과감한 결단으로 빈민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이를 지원해주는 것으로만 이해될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적정기술 또한 엄연한 하나의 경제논리로서도 그 가치가 인정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되어 적정기술의 지지자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정기술의 경제학을 생각할 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 관점은 IT분야의 유명한 개념인 Long Tail(긴 꼬리) 이론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롱테일 이론은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이라고 하는 인터넷비즈니스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인 처음으로 주장한 이론이다.

학문적인 경제이론으로 검증되거나 지지되는 이론이 아닌, 현재 시점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이론 중의 하나이지만, 8:2 법칙으로 유명한 팔레토(Pareto) 법칙과 대비되는 흥미로운 이론인 것만은 사실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제품의 보관, 유지, 배송 비용이 충분히 작아진다면 과거 큰 수익을 내지 못하던 나머지 80%의 제품에서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되어 새로운 수익의 원천이 될 것이라는 이론이다. 전 세계의 수많은 빈민지역의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활에서 ‘수익 대비 지출의 구조’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물건과 사업구조를 제공해 준다면 마치 롱테일의 꼬리가 새로운 수익의 원천이 되듯이 이들 또한 새롭고 가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넥서스커뮤니티 박찬선 부사장

또 하나의 관점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따라잡기 효과’라는 것이다. 경제개발의 초기상태에서는 고도경제 성장이 가능해 다른 나라를 ‘따라잡기’가 용이하나, 경제가 발전할수록 자국보다 앞선 나라를 따라잡기가 어려워진다는 의미이다. 이는 소위 말하는 한계생산체감 또는 수확체감의 법칙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부유한 지역에서의 사소한 관심과 투자만으로도 빈민지역에서는 큰 가치와 효용을 거둘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의 관점을 통한 우리의 관심을 수십 억에 이르는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의 사람들에게 돌려 그들이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인류가 추구하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듯 적정기술은 더 이상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부나 동정이 아니다.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 인류의 지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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