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칼럼] 경력상담사 동기부여, 무엇이 문제인가?

 

지윤정 대표 | press@newsprime.co.kr | 2012.07.06 09:08:22

[프라임경제] 잘 규명된 문제는 문제를 푼 것과 같다. 경력상담사를 위한 동기부여 현황을 곰곰히 되짚어 보면 그 안에 답이 있다. 대안 없는 비판은 비난이지만 대안을 찾기 위한 비판은 건설적 문제의식이다.

다들 현장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끌어안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담사에게 이렇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해도 문제는 문제다. 내가 문제해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내가 문제의 일부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냉철한 문제의식이 간절한 소망을 만든다. 이번 호에서는 경력상담사 관리 현황을 6가지 문제로 짚어 봤다.
 
◆업무 자체 문제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는 일이 의미조차 모를 때 사람은 냉소적으로 바뀐다. 매장은 고객이 언성을 높이면 와서 말려 주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고객센터는 스스로 그 고독한 부스 안에서 다 감당해야 한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사귈만한 남자도 없고 경쟁심을 자극할만한 배움을 주는 동료도 없다. 일은 반복되고 과도한데 늘 해도 해도 여전히 컴플레인은 밀려든다. 고된 일보다 헛된 일이 더 고단한 법인데 고객센터가 꼭 그렇다.

고객에게 자꾸 꾸중을 듣다보니 자기 효능감은 떨어지고, 관리자에게 늘 감시당하다 보니 자발성도 뺏겨버렸다. 그렇다고 고객센터 남자직원 늘리고, 컴플레인은 따로 받고, 평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애로사항과 아픔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보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계량적 평가 문제

엘리베이터에 맨 먼저 탔지만 맨 나중에 내린다. 억울하지만 그게 현실. 열심히 한 사람보다 요령을 피워 한 사람이 일등하고, 꾸준한 사람보다 운 좋은 사람이 상금을 탄다.

다른 동료가 일등하면 내 일등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고, 다른 동료가 전화를 당겨 받으면 내 실적이 불안해진다. 고객센터는 영업팀의 스트레스와 사무실의 관리감독을 동시에 짊어졌다.

영업팀은 결과로서 평가받기 때문에 실적 그래프가 그려지지만 낮에는 외근 나가 자율적으로 일한다. 사무실은 정성적 업무를 하다 보니 실적 그래프는 없지만 상사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런데 고객센터는 상사의 눈치를 늘 보면서 전광판도 의식해야 하는 것. 거칠고 현실감 떨어지는 평가제도가 열심히 일하려는 상담사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조직 관리하는 리더의 문제

흔히 고객센터를 솥뚜껑 조직이라고 한다. 일반 조직은 부장 한명에 과장 2명, 대리 3명, 사원 4명 정도가 한 팀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고객센터는 15명 상담사에 관리자 한명.

일반 조직은 10명 정도의 팀을 이끌려면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 그 사이 리더 교육, 커뮤니케이션 경험 등을 다양하게 한다. 그런데 고객센터 관리자는 우수상담사였다가 어느날 갑자기 관리자로 발령받는다.

리더의 역할과 사명, 책임과 권한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극단적 리더가 되곤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사나운 리더이거나 아주 물렁한 리더일 수 있다. 그래서 경력 상담사는 나와 경력도 비슷한 동료에게 독하고 못된 윽박지름을 당하거나 눈치 보며 방치당하는 것이다.

입사년차도 비슷하고 나이는 비슷하다. 엄밀히 말해 고객센터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없고 ‘총무’만 있을 뿐인 것이다.
 
◆피드백 문제

한비자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고 했다. 잘한 사람은 상주고 못한 사람은 반드시 벌을 줘야 한다. 그런데 고객센터는 상도 벌도 없다. 잘하면 당연한 거고 못해도 패널티가 없다. 단지 평가만 있을 뿐 피드백이 없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상담사도 퇴사한다고 할까봐 눈치만 보고, 오히려 우수한 상담사에게 부진 상담사의 몫까지 떠넘긴다. 못한 사람은 당당해지고 잘한 사람은 고통스러워 지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들 적당히 일을 하게 돼 하향평준화 된다.

사과상자는 한꺼번에 썩지 않는다. 썩은 사과 하나가 전체를 썩게 하기 때문에 썩은 사과를 그냥 방치하면 전체가 썩어간다. 고객센터에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나오려면 신상필벌(信賞必罰) 해야 한다.
 
◆보상 문제

연구한 바에 따르면 금전적 보상이 내적 동기를 방해한다고 나왔다. 안나와 스패인 글럭스가 실험한 바에 따르면 미술가들이 자발적으로 그린 그림과 돈을 받고 그린 그림의 예술성은 달랐다고 한다. 아무런 돈의 대가 없이 그렸을 때 더 작품성이 높았고, 오히려 돈을 받고 그릴 때 더 신경 써서 잘 그렸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뜻밖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보상은 본질상 우리의 시야를 좁게 만들고, 돈만 보게 한다. 작업의 즐거움보다 노동에 더 가까워지면 피곤하다. 우리 모두 돈을 위해 일하지만 단지 돈 때문만 일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돈으로 불행을 해소할 수는 있지만 행복을 살수는 없다. 그런데 고객센터 경력상담사가 바랄 것은 돈 말고는 없다. 다른 바랄 게 없어 더 돈만 밝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돈을 좋아하는 것은 인정받았다는 ‘실감’, 자신만 받았다는 ‘승리감’,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자존감’이 고취돼서다. 보상의 의미와 보상의 형태를 다시 봐야 할 때이다.
 
◆비젼 문제

이런 말이 있다. 남자는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마지막에 택시 기사 하고, 여자는 고객센터 상담사를 한다고 한다. 우리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가치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언제 어떻게 소속사가 바뀔지 모르고, 기껏 외운 업무지식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기약이 없는 것이다. 기껏 OJT시킨 신입상담사는 가을 낙엽 떨어지듯 사라져 가고, 매일 한 말 또 하는 관리자는 고장난 녹음기 같다.

관리자로 승진시켜 준다고 해도 손사래를 치는 경력상담사가 문제일까? 부럽지 않는 관리자를 만든 회사가 문제일까? 동료 상담사가 관리자로 승진하면 상담사들끼리 공공연히 위로한다고 한다.  ‘어떡하니? 힘들어서…나는 관리자 되라고 하면 사표 쓸거야. 돈도 얼마 안되면서 그 고생을 왜 하니?’라고…

직업적 비전도 없고, 회사의 비전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니트족이 돼 가는 것이다. ‘NEET’족이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이다. 즉, 학교도 안다니고, 직장도 없고, 훈련도 안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윌토피아 지윤정 대표
고객센터 경력상담사도 니트족의 여러 조건과 유사하다. 직장은 있지만 마음은 떠난 상태, 성장하기 위해 교육을 받으려는 열의가 떨어진 상태기 때문이다.
 
‘말 잘듣고 체력 좋은 신입상담사가 좋다. 까칠하고 냉소적인 경력상담사는 2년 지나면 체력도 떨어져서 밧데리 갈아 끼우듯 갈아치워야 한다‘고 말하는 센터장을 본 적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는 고객센터가 스마트하게 감성적인 상담을 하기는 어렵다. 기계와 유사한 정보 안내, 시키는 대로 말하는 앵무새만 필요하다면 모를까 그런 생각으로는 우수상담사를 육성하기 어렵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