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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개인택시기사 전세버스 못몰게 하는 ‘개선명령’ 저의는?

정부제출법안 대안입법으로 1년만에 통과…8월 시행 전에 불이익 조치 웬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6.04 16:35:03

[프라임경제] 강원도 양양에서 일어난 안산상고 수학여행단의 교통사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은 이 사고의 원인으로 당시 경찰은 버스운전사 K씨의 졸음운전을 의심했다(1996년 5월 23일 동아일보 등 도하 언론 보도). 그리고 최근까지도 수학여행이나 각종 전세버스를 대절한 관광단의 이른바 행락객 버스 참사의 경우에는 이러한 안전사고 패턴은 반복되고 있다.

졸음 운전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전세버스에 대한 안전 사고가 최근 빈발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택시운전자가 임시로 전세버스의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4일 국토해양부는 △안전운송의 확보와 △서비스 향상 목적으로 개인택시운전자는 전세버스를 운행할 수 없도록 전국 지자체로 하여금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에 개선명령을 내리도록 했다고 공표했다.

이는 행락철에 전세버스운송사업자가 전세버스 운전자의 부족 등을 사유로 개인택시운전자를 임시로 채용·운행토록 하여, 버스운전 미숙 등에 따른 사고발생이 우려됨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운전자도 전세버스 대수만큼 있다? 이것으로 충분한지 의문

국토해양부의 4일자 제공 자료에 따르면, 전세버스는 금년 3월 현재 전국 1549개의 업체에 총 3만6079대가 있다. 운전자는 3만3092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기준을 보면 전세버스를 모는 데에는 △20세 이상 △운전의 경력 1년 이상 △대형면허소지자의 각 항에 해당되면 됐던 것인데 개인운전택시를 모는 기사들 중에는 대형운전을 할 자격을 가진 자가 있어, 이들이 임시로 전세버스를 모는 일이 있었다.

국토해양부가 가진 버스의 대수와 운전자를 봐서는 운전자가 버스를 여러 번 회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다고 단정하기에 어려운 감이 있으므로(한 대의 버스에 교대 운전자가 충분히 더 지원되면 운송 도급의 확보 능력에 따라서는 몇 번이나 더 운행할 수 있을 가능성 등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움), 이런 관행이 형성된 게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일견 운행의 종사자를 더 투입할 여지를 두는 것이 여객의 안전운송을 위해서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으로도 보이는 상황에서, 국토해양부는 개인택시운전자의 전세버스운행을 금지 및 단속하는 등 전세버스 운전자격을 갖춘 자로 하여금 운행토록 개선명령을 시달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는 개인택시운전자가 임시로 버스를 몰기 위해 나서는 경우가 부제 시행 등으로 쉬는 때에 해당한다는 전제를 깐 것으로 해석된다.

운전자 피로도에 따라 사고율 영향 있다지만…

   
국토해양부가 대형운전면허 보유 개인택시운전자의 전세버스 운행 금지라는 개선명령을 내려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의 결과 국토해양부측은 현행 여객운수사업법 제23조 1항 9호상의 재량 조항을 근거로 하는 것으로 보이나, 8월 시행될 법 개정안과 이전의 발표 내용 등과 배치되는 문제를 성급히 결정,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임시로 투입돼 전세버스를 몰 개인택시운전자가 휴식을 완전히 취한 상황인지를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전제)의 논리성이 확인되어야, 이 국토해양부 조치의 타당성도 함께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다소 오래된 자료이고 영업용 택시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교대 없이 일을 하는 경우에 안전의 저하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05년 연말에 나온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의 ‘택시 노동자 노동·건강실태 보고서’는 택시를 장시간 모는 경우, 안전에 영향이 있다는 가설이 실제로 타당함을 입증한다.

이에 따르면, 임금 형태별로 볼 때 월급제를 실시하는 6개 사업장 708명 중 연간 운수사고 발생은 137명으로 19.4%인 반면, 사납금제를 실시하는 24개 사업장 2079명 가운데 운수사고 발생은 263명으로 23.1%에 달했다. 근무 형태별로는 1일 2교대(12시간 맞교대)를 실시하는 11개 사업장의 연간 운수사고는 19.9%인 반면, 1인1차제(교대 없이 1대 1인 배차)·격일제 등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19개 사업장에서는 운수사고가 26.4%로 더 많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가 택시운전자가 임시로 전세버스의 운전대를 잡는 일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쉬는 날에 임시로 파트타임을 하려 들 것이 아니라 그냥 쉬는 게 택시의 승객에게든 전세버스의 승객에게든 안전목적상 좋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만 이를 확정짓기에는 아직 의구심이 남는다. 개인택시의 운전자는 알다시피, 개인사업자이다. 특정회사의 업무지시에 따르지 않고 스스로가 영업의 방식과 강도를 정하며 다만 행정목적상 제한을 둔다든지 예외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을 따름이다. 부제 운행을 생각해 보자.

부제 운영이 없다 해도 개인택시운전자가 사납금에 시달리거나 특정한 이유가 있어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리는 영업용택시의 운전자라는 경우처럼 혹은 그 이상으로, 매일같이 고강도 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가?

이번 봄에 시내버스 파업 위기에 직면했던 서울특별시의 경우, 파업이 풀릴 때까지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그 방안 중 하나로 파업기간 동안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해 하루 평균 1만5800대의 운행을 임시로 허가한다는 것이 있다.

개인택시운전자의 경우, 비상수단으로 이러한 방안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출퇴근 대란을 차단해야 한다는 합목적성도 있지만, 매일 같이 일정량 이상의 고강도 노동을 스스로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능성 또한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행락객이 몰리는 철에 피로 상태의 운전자가 더욱이 그 전문성이 없는 임시운전자가 전세버스의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하자는 구상과 그 기본 아이디어는 일단 합리적이겠지만 그것을 개인택시운전자 중 개인면허의 소지자가 아예 이런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으로 귀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울러 이런 문제가 이 경우를 차단한다고 해서 모두 해결될 것도 아니다.

8월까지 기다려야 관련법조항 시행되는데 개선명령 월권?

어쨌든 국토해양부는 이러한 내용의 개선명령을 추진하면서, 만일 개선명령을 어길 경우에는 개인택시 및 전세버스사업자 에게는 과징금 120만원을 부과한다고 했다. 아울러, 운수종사자의 자격을 갖추지 아니한 사람을 전세버스 운전업무에 종사하게 한 경우 전세버스운송사업자에게는 도로교통법령 위반에 따른 처분 이외에 과징금 180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의구심 외에도 다른 문제 역시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개선명령이란, 2010년 8월25일에 제출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정부안, 제9170호)에서 연원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법안은 이후 대체안으로 몇 개의 의원입법안들과 합쳐지면서 2011년 12월에야 통과가 되는 것인데, 주로 특기할 만한 부분으로는 △여기서 논의 대상이 되는 버스 운전자에 대한 전문성 제고의 문제(자격시험 제도) △살인이나 강간 등 강력범죄 전과자의 택시 등 종사 제한의 틀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국토해양부에서도 이번 1월에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위해 법 개정안이 1월25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됐고, 6개월 후(8월1일 예정)에 시행된다’고 선언하고, △ ‘버스운전자격제는 버스운전자의 전문성확보와 자질향상을 통해 안전사고를 줄이고 운송서비스를 제고하기 위해 도입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기득권의 보호 등을 위해서 △‘다만, 이 개정법률 공포일에 사업용 버스 운전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법률 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교통안전공단에 신고하면 시험 없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법의 정부제출안이 합병처리된 경우의 개정안(통과된 것)을 확인해 보면, 8월부터 실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후 한 번 더 법 개정이 있었으나 이 11월 시행안은 안전띠 관련 규정들이 개정된 것이다).

따라서 8월부터 이를 조치하고, 위에서 말한 신법의 각종 규정(자격의 시험 등)은 대통령령 등으로 뒷받침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에 앞서서, 더욱이 과징금을 거액으로 부과하겠다는 것은 이른바 ‘행정지도’의 범위로는 아무리 그 합리성이 있다고 해도(그에 대한 의구심은 위에서 지적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 국토해양부 보도자료. 이와 배치되는 듯한 이번 개선명령과 과징금 부과 천명은 온당한지에 대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보도자료로 일정한 기대를 발생시킨 경우에도, 일명 행정청 내부준칙의 예외적 구속력 발생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관건이다.

더욱이 보도자료를 통해 대국민적 공표를 한 경우이므로(8월부터이며 그 전에 종사하던 이는 이 ‘새로운 법 시행일로부터’ 시험 없이 자격을 얻을 수 있다고 함), 이를 통해 일종의 기대권을 갖는 개인택시운전자들에 대해 정부 당국은 신뢰 보호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택시운전자이며 대형운전면허를 활용해 종종 전세버스를 몰아오던 갑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국토해양부의 이번 과징금 부과 선언이 없었다면 종종 이러한 종사를 계속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향후 규정 정비에 따라서는 이러한 자격을 무시험으로 얻을 여지도 없지 않은데, 과징금이 무서워 이런 업에서 손을 떼면 이런 기회는 스스로 포기함이나 다름없어지는 불이익이 생긴다. 이 점 또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월 보도자료 태도 뒤엎고 과징금 주장할 합리성 여부

대체로 행정청에서 어떤 (특히 단속적인) 조치를 할 때 내부적 가이드라인의 경우에는, 이 조치가 피조치 대상이 되는 국민에게 유리한 경우 가볍게 처리하거나 법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이른바 내부사무처리 준칙의 대국민 기속력 논란인데, 이런 준칙 규정 등이 유력한 판단 잣대로 받아들여지는 사정에는 이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데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판례의 태도도 같다. 예를 들어 대법원 2010.4.8 선고, 2009두22997 사건 등이 있고, 과거 고려대에서 행정법을 강의하던 김남진 전 교수 같은 분들이 내부사무처리 준칙의 법적 성격에서 보호와 신뢰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입장이었다.

양약사의 한약조제 기득권 뜨거운 감자 전례 살펴야

덧붙여서, 일정하게 무시험으로 이미 업무를 봐 왔던 이들의 기득권을 인정, 이를 어디까지 보호할지에 대해서도 이미 전례를 보면 상당히 넓게 인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옛 보건사회부(오늘날의 보건복지부)는 1993년부터 약사(양약사)의 한약재 취급 문제를 차차 금함에 있어서 상당히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한방도 의약분업의 대상임을 선언, 한약품도 약사가 취급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우되 의약분업의 시행은 양방과 한방의 여건이 각기 달라 실시시기에 차이를 두기로 하는 등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한 바 있다.

1993년 가을에 당시 보사부는 당초 일정한 한약교육을 이수한 약사에게 자격시험을 치르게 한 뒤 합격자에 한해 한약조제를 허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던 바를 폐기했다(한-양 양측의 분쟁을 해소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미봉책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개선안에 반영치 않음). 아울러 보사부는 이때 당시 한약장을 설치하고 있는 약국에 대해서만 한약취급 기득권을 인정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역시 한-양 양측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채택하는 것을 보류했다.

이후 조제시험 등 여러 안을 조심스럽게 처리했음은 1996년 등까지 이와 관련한 여러 논쟁이 있었음을 보면 그 격렬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형식으로든 갑자기 직업종사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이 그 합리성이 있다고 해도 검토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8월 시행법의 기종사자 무시험 자격 인정도 이런 맥락). 더욱이 무시험 자격 부여에 관한 행정청의 선언도 있었던 마당에 이와 배치되는 것으로 이해되는 일부 종사자(임시적 종사자)에 대해 과징금 운운하며 사실상 이를 장래적으로는 포기하도록 함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에 대형면허를 소지한 경우라 하더라도 개인택시운전자는 전세버스를 임시로 운행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과징금으로 규제하겠다고 나선 6월 국토해양부 발표는 8월 시행 법의 근본적인 철학과 무관하게 일부분의 운전자에게 과도한 제약을 취하려는 것이다. 더욱이 그 합리적 성격에 의문도 일부 없지 않으며, 스스로의 대국민적 사실행위(1월 보도자료)의 내용과 배치되는 내용, 더욱이 이를 다투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과징금을 통한 현업에서의 물러남을 강요하는 문제점 등을 다시 검토해야 옳다. 이런 점에서, 개인택시운전자에 대한 전세버스의 운행을 규제하겠다는 아이디어는 8월 이후에 논의할 문제이며, 기존에 파트타임 형식으로나마 이를 해 왔던 이들에게도 무시험 자격의 부여를 할 필요성을 이미 스스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 부분도 신뢰를 지켜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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