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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드포털 승부수’ 카드고릴라 고승훈 대표

아이디어 하나 믿고 30세때 잘 다니던 대기업 사표 던지고…

이지숙 기자 | ljs@newsprime.co.kr | 2012.06.04 11:10:46

[프라임경제] 카드고릴라 고승훈 대표의 무기는 ‘아이디어’다. 카드포털이라는 생소한 서비스로 카드업계에서 2년3개월을 보내며 고 대표는 ‘젊은 아이디어’로 승부했다. 신용카드 월드컵, 카드 컨설팅 등 시도되지 않았던 이벤트를 진행해 업계를 긴장시킨 것이다. 물론 ‘아이디어’란 무기 뒤엔 수없이 많은 고민과 연구가 뒤따랐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는 자신만만한 33살 ‘젊은 피’ 고승훈 대표를 만나 앞으로 계획과 그가 바라보는 카드업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30살. 고 대표는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책상 두 개가 간신히 들어가는 사무실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언제나 ‘내편’이던 어머니와의 대화도 단절됐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아직 젊었고 그에겐 재산과 다름없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픈 5개월만에 첫수입, 1년만에 적자행진 극복

현대카드에 근무하며 기본을 다진 고 대표가 ‘모든 카드를 객관화해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를 꿈꾸며 탄생시킨 카드고릴라는 현재 하루 방문자 수가 평균 5000명이 넘는 국내 유일의 신용카드 정보 사이트로 성장했다.

   
고승훈 대표는 현명한 카드소비에 대해 “소비가 적다면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신용카드 사용시엔 통합 할인카드와 마일리지카드 두 가지를 함께 쓰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1년간은 무보수를 각오했습니다. 처음에는 광고가 들어오지 않아 사이트와 어울리지도 않는 무료광고도 많이 돌렸었죠. 하지만 점차 제공하는 정보가 많아지고 홈페이지 트래픽이 올라가며 5개월만에 처음으로 광고수입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조금씩 들어오던 수익은 크게 증가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이를 악물었다. 카드의 랭킹을 매기는 ‘신용카드 월드컵’을 진행하고 소비자에게 상품 컨설팅을 무료로 해주었다. 그 결과 사이트를 오픈한지 1년 만에 적자행진을 끝마치고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신용카드 월드컵’ 카드사 눈치싸움 치열

카드고릴라가 큰 주목을 받은 건 ‘신용카드 월드컵’의 공이 컸다. 1회 당시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던 카드사들로부터 ‘잘 부탁한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투표를 독려한다’는 소문도 들렸다.

“평소 카드고릴라 홈페이지 랭킹 부문이 페이지뷰가 잘 나오는 것을 보고 신용카드를 두고 월드컵처럼 투표를 진행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1회를 진행할 땐 다들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는데 2회 때는 일반 소비자들 외에 카드사들의 신경전도 치열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3, 4회 월드컵에서는 신용카드사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대진표를 작성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이벤트를 키워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신용카드 맞춤 컨설팅도 인기메뉴 중 하나다. 회원들이 평소 자신의 소비패턴을 올리면 그에 맞춰 약 700개 카드 중에서 맞춤카드를 찾아주는 방식이다. 한 사람의 컨설팅을 위해선 2~3시간 동안 소비패턴을 분석해 맞춤카드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고된 작업이지만 카드사들과 카드포털의 가장 큰 차이인 만큼 서비스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한 달에 10만원을 쓰면서 모든 할인혜택을 달라는 소비자부터 연회비 없이 엄청난 혜택을 바라는 고객까지 당황스러운 요청도 많습니다. 하지만 카드회사와 달리 열린 공간을 만들어놓고 고객이 가장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카드고릴라의 장점인 만큼 앞으로도 ‘맞춤 카드’를 컨설팅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카드사 수익악화…기회로 활용할 터

카드포털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올해 초 터진 카드수수료 인하,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체크카드활성화 정책은 신용카드 업계 전체에 ‘수익률 악화’라는 시련을 안겼다. 하지만 고 대표는 이러한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돈을 많이 벌기 보단 손해보는 서비스를 통해서라도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며 “돈은 직원들이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될수록 인력비 및 부대비용을 줄이기 위해 카드모집인(CP)들을 점차 줄여나갈 것입니다. CP를 감축하고 카드모집을 위해 온라인 홍보에 집중하는 카드사들에게 카드고릴라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사업 확대 계획도 있다. 서비스를 신용카드로 한정하지 않고 체크카드, 포인트카드 등으로 정보제공 분야를 넓히는 것이다. 그는 정보제공 분야를 넓히며 동시에 기자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많이 둬 가이드북이나 읽을거리가 될 수 있는 미디어를 출판하고 싶은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집단을 좀 더 크게 보유하고 카드고릴라가 카드포털로써 좀 더 권위가 생긴다면 선호도 1~100위까지의 카드를 정해 그 카드에 대한 가이드북을 제작하고 싶습니다. 그쯤 되면 카드사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저희가 상품개발에 조언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밉더라도 ‘바른말’하는 사람되고 싶다”

고 대표는 카드고릴라가 모든 카드사를 묶는 포털이다 보니 가끔은 생각지 않은 분란을 만들게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선호도 조사 등을 하다보면 하위권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소위 ‘광고주’인만큼 그런 과정이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는 앞으로도 ‘바른 소리’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업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숨긴다면 고객들은 카드고릴라를 믿지 못할 것입니다. 돌아보면 카드업계에는 객관적으로 업계를 대표해 발언할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이해관계가 적어도 모든 사람과 연을 맺고 있는 저희라도 바른 소리를 해야죠. 계속하다보면 ‘저 친구는 원래 좀 듣기 불편한 소리를 하는 친구’라고 이해해주지 않을까요.”

그런 면에서 그는 얼마전 화제가 된 상품 표절문제와 수익성 악화에 따른 카드업계의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했다.

“얼마 전 한 작곡가가 음악표절에 대해 ‘음악에 음계가 한정돼 있다고 하지만 그럼 컬러가 한정돼 있는 미술은 어떻게 다양한 작품이 나오나’라고 반박한 것을 보았습니다. 카드도 마찬가지 않을까요? 수익률을 감안하면 서비스가 한정돼 있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도 얼마든지 창의적인 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수익성에 대해서는 ‘카드사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앞으로는 모바일 등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동시에 기존 고객들의 카드 사용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사용률이 낮은 카드를 대폭 줄이고 소비실적에 따라 카드를 선택하는 등 최대한 효율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다수의 휴먼고객보다는 소수의 우량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이를 위해 대외인지도를 늘리기 위한 문화마케팅 등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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