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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의 더러운 손, 트레이드 드레스 자락을 쥐나

유사명칭 대부업체에 강경대응…상호권 기대어 간판쓰는 주제에 ‘상표법 고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2.06.01 13:05:44

[프라임경제] 우리금융그룹(053000)이 ‘우리’라는 이름을 대부업체 등에서 쓰는 게 불편하다는 점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굳이 심경을 숨기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금융그룹의 상호를 ‘도용’하지 말라며 강력한 조치를 취할 태세다.

1일 우리금융측은 우리 명칭을 도용해 불법대부업을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형사고소, 고발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1일 언론사들에 “대부업자, 사채업자들이 우리금융그룹의 인지도를 이용하여 영업하는 사례가 종종 신고돼 그간 서면으로 이러한 업체들에게 서민들을 울리는 영업행태를 그만둘 것을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계속적인 영업을 해 오고 있어 이번에 직접 형사고소, 고발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금융그룹은 불법대부업체로부터 고객피해를 방지하고, 고객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향후에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형사고소, 고발 등 강력한 대응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지난달 18일에는 우리금융그룹의 상호(서비스표 포함)를 도용하여 불법대부업을 하는 업체에 대해 상표법 등 관련법령 위반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형사고소, 고발을 한 바 있다고 우리금융은 언급했다(권리 침해 당사자 즉 피해자라면 고소를 하는 게 맞고 제3자면 수사기관에 고발을 한다고 볼 것이겠지만, 우리금융의 경우에는 해당 계열사들이 영업 주체일 뿐 지주사 즉 우리금융지주는 기능상 허브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고소, 고발이라는 표현을 혼용하는 것으로 보임).

롯데칠성, 유사상표 논란에 강력 대응…현대스위스저축은행도 분쟁 경험

유사한 상표 내지 상호를 이용해 인지도에 묻어가려는 전략은 대기업 대 중소기업 내지 영세업자의 관계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대기업 대 대기업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이런 경우 주로 상호 문제라기 보다는 일부 상품 상표 표장의 쪽으로 나타날 것임) 그런 만큼 도용의 대상이 되는 ‘원조’로서는 이미지에 무형의 타격 그리고 실질적인 손실이 의외로 심각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단순히 원권리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접근해서는 비슷한 이름이나 표장, 상징 등을 사용하는 범위에 지나치게 큰 제약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 또한 만만찮다.
 
1992년에는 코카콜라의 스프라이트(사이다)와 롯데칠성의 스프린터간에 분쟁이 불거져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이때 서울민사지방법원(오늘날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스프린터 유사상표 사용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는데, 아울러 녹색과 사선 표장도 독창적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설시했다.

당시 언론은 롯데칠성이 이 문제에서 밀릴 경우 미국 등 각국에서 롯데가 해적상표라는 이미지로 굳어질 것을 우려 강력히 대응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금년 초에 특허심판원이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 기업들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서비스표등록 무효심판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다.

특허심판원은 1월27일, 현대라는 명칭이 현대그룹 소속 기업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이름으로 여럿이 등록돼 있어 유사 여부에 관계 없이 상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석, 이 같이 판단했다.

또 특허심판원은 저축은행의 업무 특수성이나 영업 성격이 현대 계열사들의 영업의 분야와 뚜렷이 구별되고,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서비스는 현대 계열사의 상품이나 영업과 혼동될 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영업 내지 상품 혼동 우려의 있음과 없음이 중요한 판단 이유로 언급되는 점은, 전통적인 ‘혼동이론’ 법리에 입각한 사고 흔적이라고 해석된다. 일례로 우리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등(상품주체 내지 영업주체 혼동행위) 규정은 이러한 혼동이론을 입법화한 것이다.

최근엔 트레이드 드레스論↑

한편 근래 논의를 보면, 트레이드 드레스 등이 미국에서 논의, 중요 판례로 굳어져 가는 추세이고, 우리 법원도 여러 주목할 만한 판결 사례를 선보이면서 보호 범위의 확장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드 드레스 적용의 전형적 케이스로는 미국 미시간 주의 제6항소법원 판례가 있다. 이 판결은 GM의 지프형 자동차 험머를 본떠 미니카를 만들어 판 완구회사에 대해 이 논리를 적용, GM의 손을 들어줬다. 험머의 차체 디자인, 앞부분의 그릴 디자인을 본뜬 장난감 자동차를 머드 슬링거라고 만들어 판매한 일이 GM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다.

더욱이, 오늘날에는 하나의 기업이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제분야에 진출, 확장하고 있다. 또 브랜드에 화체된 신용이나 고객흡입력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무형자산으로 인식이 강해지면서 저명브랜드 자체를 보호할 필요성이 높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혼동이론’에서 한층 더 나아간 이론이 ‘희석화이론’이다.

실제로 버버리라는 저명한 영국 패션업체가 한국에서 노래방을 한다고 혼동할 가능성이 극히 적은 사건에서도 우리 법원이(하급심 사례이기는 하나) 원고측 주장을 인정, 손해배상을 명령한 바 있다(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상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짐).

대법원은 발기부전치료제인 ‘viagra(비아그라)’ 브랜드를 칡즙 등 건강식품 쇼핑사이트의 도메인 주소 ‘www.viagra.co.kr’에 사용한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한 적이 있다(대법원 2002다13782 판결).

이런 사례만 놓고 보면, 우리금융측 논리 구조를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보호받을 간판인가? 원천적 물음

대법원은 2009년 5월에 8개 시중은행들이 우리금융지주를 상대로 낸 ‘우리은행’ 서비스표 등록무효 소송에서 원고 일부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이런 경우 항소심법원은 상고심의 취지를 존중해 판단하게 돼 사실상 파기자판과 다를 게 거의 없음).

하지만, 우리은행쪽에서는 곧이어 대법원이 ‘우리은행 상표 등록이 무효’라는 판단을 내린 데 대해 “은행 명칭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곧 드러냈다. 우리은행은 이 소송이 ‘상호’가 아닌 ‘상표’ 소송이기 때문에 ‘우리은행’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받아들인 것. 상표권 등록이 무효가 됐다는 것은 우리은행이 갖고 있는 ‘우리은행’이라는 상표에 대한 상표법상 독점적 배타적 권리가 없어졌다는 것이지,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인칭대명사로, 우리은행이라고 하면 혼선을 빚을 수 있는 등 공공의 이익 및 동종업계 내의 이익에 문제가 많으나 이를 결국 도외시하겠다는 주장인 셈이다.

더욱이, 이미 우리금융의 계열사인 우리파이낸셜과 유사한 업종을 영위 중인 우리캐피탈(이 기업은 1995년에 설립)이라는 회사도 있는 바, 대관절 우리라는 명칭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조론이 우리금융과 그 계열사에 있다는 주장은 성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은행은 상표를 상호와 같은 이름으로 특허청에 등록했었으며, 해당 판단으로 인해 ‘우리은행’이라는 상표가 상표법에 의해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됐다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에서는 1일 언론을 통해 문제 불법대부업체를 상표법 위반 등으로 사정기관에 처벌을 구했다는 뉘앙스로 강력 대응 운운했으니, 이는 필요 이상으로 상대들을 겁박하려는 취지로밖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상호권의 경우 전통적인 상법상 논리로 문제를 풀게 돼 강한 심리적 부담을 지우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대응을 검토한 게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비아그라 판결 등 여러 흥미로운 근래 사례들의 맥락에서만 보면 우리금융측 행동이 전면적으로 무리수라고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더러운 손은 법정에 내밀 수 없다’는 법해석 원칙에서 보면, 우리금융 및 계열사들로서는 명칭 문제에 있어 상표와 상 호 등 디테일한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이런 주장을 대부업체들에게 할 것이 아니다. 이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청와대에 직보한 이후 불고 있는 사금융 불법성 단속 바람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에 불과할뿐더러, 문제를 제기하려면 오히려 원조격인 우리캐피탈에서 하는 게 순리에 맞고 모양새도 자연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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