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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⑫] 박찬선의 이론조론(理論造論)

가상화(Virtualization)에 대한 이해

박찬선 부사장 | press@newsprime.co.kr | 2011.12.06 09:34:47

[프라임경제] 올해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일 것이다. 컴퓨팅 리소스를 구름(Cloud)과 같은 어딘가에 모아 놓고 필요한 만큼 편리하고 안전하게 컴퓨팅 파워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클라우드 컴퓨팅의 시작이자 끝이 바로 가상화이다.

물리적 컴퓨팅 자원들을 논리적 자원으로 변환시키는 것, 즉 추상화하는 것을 가상화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플리케이션,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등 어떤 것이라도 물리적으로 하나인 것을 복수의 것인 것처럼, 반대로 물리적으로 복수의 것을 마치 한 개의 자원처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감추고 추상화하는 기술이다.

‘가상화’라는 개념은 1960년대 이후에 컴퓨터 분야에서 널리 활용화되어 왔다. 특히 한때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이 소개되면서 많은 관심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 및 응용되어 왔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본질적인 면에서는 게임도 ‘가상현실’의 한 형태이며, 원격지에 대한 공간공유 개념인 ‘원격현전’, 스마트폰과 함께 관심을 끌고 있는 증강현실도 가상현실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워쇼스키 형제의 매트릭스, 토탈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바타 등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영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말하는 가상화은 앞에서 말한 ‘가상현실’과는 다소 다른 형태를 갖지만 실재적이고 물리적인 존재를 논리적으로 추상화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다. 가상화 기술은 네트워크 가상화, 서버 가상화, 스토리지 가상화, 데스크톱 가상화, 앱 가상화 등과 같이 IT 구성요인 차원의 가상화에서부터 가상기업, 가상조직과 같은 프로세스 가상화에 이르기까지 그 개념적 응용과 확대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가상이란 실재하는 것인가? 영향과 경험의 관점에서 본다면 가상은 분명 ‘실재’하는 것이며, 가상은 ‘실재의 중요한 차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집단지성’개념을 정리한 프랑스 사회학자 피애르레비(Pierre Levy)는 ‘가상화는 현실에서 가상으로의 이행’이며 ‘가상화는 현실감을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의 변화’라고 하였다. 현실과 가상을 ‘구체화된 해답과 일반화된 문제’로 이해하여 가상화를 ‘해답에서 문제로 역행’하는 과정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넥서스 커뮤니티 박찬선 부사장
그러나 필자는 IT기술의 발달과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가상화’를 일반화된 문제의 집합 또는 개념으로 보는 것보다 ‘특정한 관심이나 필요에 의하여 추상화된 것’으로 생각해 보았다. 예를 들면, 근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SNS는 사회적 관계를 ‘함께 정보와 관심을 공유하고 전파하는 관계’로 추상화하면서 만들어진 가상화 서비스로 볼 수 있다. 사회적 관계의 일반적이고 공통적 개념의 추상화 뿐만 아니라, SNS에서 정의한 특별한 규칙과 특성을 갖고 추상화한 서비스 개념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다양한 관심과 필요에 의해 수없이 많은 새로운 SNS의 탄생을 예상할 수 있다. 이렇듯 앞으로는 현실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가상’이 더욱 많아지고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됨에 따라, ‘가상’이 우리에게 ‘실재’로서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가상화’란 것이 그저 편리하고 허구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가상화에 대한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이해와 관심이 필요한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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