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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 감축’ 뜨거운 미국…‘글로벌 실물쇼크’ 기름 붓나?

급여세 인하·감세 철회 힘겨루기 결과 따라 세계경제 여파 판가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1.11.22 16:49:16

[프라임경제] 22일 미국 의회 특별위원회(일명 ‘슈퍼위원회’)의 재정적자 협상이 사실상 불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도 고조되고 있다. 슈퍼위원회 결정은 이미 상당 부분 예견되었던 데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추가강등 가능성이라는 악재 면에서는 파급효과가 당장은 적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신용평가기관에서는 서둘러 슈퍼위원회 합의 불발에도 신용등급을 유지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슈퍼위원회가 합의에 실패해도 자동적으로 2013년부터 임의로 자동 감축이 시행되기 때문인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법안 서명으로 이 같은 감축 조치가 진행되기 때문에 미 재정적자 감축 규모와 방향이 무산된 것은 아닌 것으로 진단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 이후의 갈등은 2라운드가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악영향은 세계경제에 상당한 위협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미 의회의 수퍼위원회가 연방정부 재정적자 감축협상에 실패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바로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예산 자동삭감을 막으려는 어떠한 노력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는 일명 부자 감세에 대한 논란으로 슈퍼위원회 합의 이후 국면이 번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2라운드 불가피…급여세 인하 등 호재 없으면 소비심리 타격 불가피

   
금년 8월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미국 국채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한단계 아래인 AA+로 강등, 미국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9월호 표지에 이를 풍자한 그림을 실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1941년 AAA를 부여 받은지 70년만의 일이었다.
지난 봄 오바마 대통령이 재정 적자 장기 계획을 제시하면서, 사회복지 예산 감축 제안과 함께 세수 증대 방안도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안은 새로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없지만 조지 W 부시 전 정부 때 도입한 부유층 세금 감면 혜택을 폐지하고, 소득 최상위 2% 계층에 대해 세액 감면 혜택을 축소한다는 방침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자동삭감 노력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 천명의 기본 골자가 되는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의 상위 2%에 대한 보호 고집’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실상 봄의 정치적 구상이 다시 선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지형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미 공화당은 10월에 오바마 대통령의 ‘일자리 법안’을 상원에서 부결시켰는데, 이 같은 슈퍼위원회의 합의 실패, 즉 ‘미국 정가의 정치력 부재’가 극명히 드러난 상황에서는 일자리 법안의 쪼개어 상정하기라는 재추진 명분이 두드러지기 좋은 국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소득불균형을 줄이기 위해서 자본이득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본이득세는 1년 이상 보유하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을 매각할 때 발생하는 이득에 부과하는 것으로 최고 세율이 15%다. 이는 봉급생활자들의 근로소득세 최고 세율인 3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로버트 렌즈너 칼럼니스트는 20일 미국의 소득불균형을 줄이고 미국인들의 수익을 높이려면 자본이득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렌즈너는 1979~2005년 상위 0.1%가 미 전체 소득에서 차지한 비율이 25%로, 다른 어떤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위 1% 고소득층과 나머지 99% 미국인 간의 고착된 소득불균형이 월가 점령시위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자 감세 철회와 함께 중요 이슈로 부각될 주제는 중산층과 노동자에 대한 급여세 인하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위원은 22일 “오히려 시장의 관심은 미국 슈퍼위원회 합의 불발 이후 미국 정치권의 두 번째 과제인 ‘일자리 법안’에 포함된 급여세 인하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마저도 실패한다면 2012년 미국 경제 전망치 하향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급여세 인하의 성패에 따라 추수감사절을 전후한 소비 심리 방향에 상당한 심리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위기가 실물쇼크로 전이하고 있는 조짐이 농후한 현 상황에서 실물경제 위축 위기를 증폭시키고 미국의 소비 위축으로 인한 세계경제 동반 악화로 연결될 수 있어 보인다.

재정적자 짐으로 관성 붙은 달러 약세, 더 큰 문제 불러올 수도

또 재정적자 감축 자체가 안갯 속으로 치달으면서 ‘약달러’ 등 부작용이 더해질 수도 있다.

미국 경제는 세 가지 관성에 지배당하고 있다. 2007년 이후 미국 주택시장 버블 버스트, 2004년 이후 신흥국 고정투자 중심 성장과 함께, 2002년 이후 10년 지속된 달러 약세 관성이다(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이코노미스트 22일 보고서).

미국 경제가 다시 호조세를 보이면 달러 가치도 자연스럽게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는 상황으로 흐르게 된다. 미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침체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현상황에서는 ‘강달러’를 기대하기란 더 난망하다.

현재의 위기 상황(소비위축)을 방치했다가는 달러 약세의 유지 내지 악화로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 지위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에 재정적자 관련 감축 논의가 정쟁으로 흐르면서 이 같은 ‘약달러’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면 재정 악순환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미국 국채의 70% 이상이 5년 안에 만기가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율 49%를 크게 웃돌고 있는 수준이다. 미국이 발행해 유통하고 있는 국채는 모두 9조달러 규모로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7년 말의 5조달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는데 그 규모 자체도 크지만, 달러 약세 국면에서는 상환 내지 파환 부담도 증폭되게 된다. 미국의 미래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으면 차입 비용이 크게 늘어 가뜩이나 심각한 재정에 더욱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거의 ‘제로(0)’ 수준으로 운용하면서 버티고 있다. 즉 통화정책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 동안 세계경제는 미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달러 공급을 제한하는 정책 등을 통해 가치를 일정 선에서 유지하고, 기축통화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세계 각국이 미국 국채를 계속 매입하는 것을 축으로 유지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보면서도 반대 방향으로 달러를 유입함으로써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현재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데, 이미 양적완화 등으로 이 시스템은 훼손이 일부 일어난 상황이고, 이번 재정적자 감축 과정에 관련한 실행력 존부 논란은 자칫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 시스템 전반을 교란시킬 수 있는 셈이다.

슈퍼위원회 부결로까지 이어진 정치적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고 공화당과 오바마 행정부간에 전쟁이 장기화되는 경우 오바마 정부의 재선이 문제가 아니라 세계경제는 다음 미국 정부 임기 내내 미국발 위기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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