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동전 9040원이 주는 의미

남원 향교동사무소에 찾아 온 얼굴 없는 천사

박진수 기자 | bjs@newsprime.co.kr | 2010.12.23 12:45:59

[프라임 경제]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얼굴 없는 천사들이 물품이나 성금을 기탁해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올해 역시 그 아름다운 사랑 실천은 이어지고 얼굴 없는 천사는 존재했다.

그런데 얼굴 없는 천사 중에 으뜸이 될 천사가 나타났다.

어쩌면 하찮게 생각할 수 있는 동전이지만 이 동전을 어렵게 모아 이웃사랑의 뜻을 펼친 천사가 있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

지난 22일 전북 남원시 향교동사무소에 50대 초반의 남성이 찾아왔다.

잠시 머뭇거리던 이 남성은 주머니에서 검정 비닐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는 “부끄럽지만 작은 정성으로 생각해 받아주었으면 한다.”며 머뭇거리던 이 남성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고 동사무소를 빠른 걸음으로 빠져 나갔다.

이어지는 동사무소 직원의 신분을 묻는 소리만 공허한 메아리로 남았을 뿐이다.

그가 나간 자리에는 동전 한 묶음이 든 검정비닐주머니만 남겨져 있었다. 다소곳이 남겨진 비닐주머니에는 세어보니 9040원의 동전이 들어 있었다.

50원짜리 동전이 80개에다 10원짜리 동전이 504개 모두 9040원이었다. 1만원도 채 되지 않은 작은 금액이지만 밀려오는 감동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천사’를 수소문하기 시작한 향교동사무소 최옥임 씨는 다시 만날 수는 없었지만 천사에 대한 ‘이웃과 함께한 나눔 감동사랑’을 엿들을 수 있었다.

남원시내 작은 목욕탕에서 목욕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천사’ 자신 역시 궁핍한 살림살이란다.

결코 넉넉지 않은 살림에 이래저래 만족하면 살고 있는 천사는 자신 형편에 맞는 나눔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목욕탕에서 일하다보니 가끔 떨어진 동전을 발견하곤 했다. 이렇게 동전 하나하나를 주워 보관했다. 천사는 어려운 자신의 살림살이는 뒤로한 채 이 동전을 모아 해마다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었다.

한푼 두푼 모은 동전으로 평소 주변 이웃들에게도 쌀이나 물품을 전달했다. 또 지난해에는 모은 동전을 동네 노인회에 남몰래 기탁했다. 올해에도 향교동 주민으로서 동사무소에 기탁하게 된 것이다.

이 날 받은 동전주머니는 바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기탁했다.

향교동사무소 최옥임 씨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얼마든지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는 귀감을 보여준 ‘향교동 천사’야말로 천사 중에 으뜸이다”며 “아름다운 실천을 보여준 향교동 천사로 인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날이었다”고 행복해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