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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①] 강정환의 '통(通)통(通)'튀는 세상

不通 - 제대로 듣지 않는다

프라임경제 | webmaster@newsprime.co.kr | 2010.12.21 09:21:42

[프라임경제]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서로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일련의 과정을 생각 없이 반복해 오고 있다. 집에서 가족끼리 만나고, 학교 또는 회사에서 동료를 만나고 있다.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하루에도 수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숱하게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내 생각을 말하고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주)통통 대표 강정환
완전히 나만의 고유한 견해도 있겠지만, 만남은 서로의 생각을 교차시킨다. 그 결과 상대의 의견을 따르게 되거나 자신만의 생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물론 자기 생각에 집착하는 고집불통도 있다. 사람과의 만남 이외에도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면서 또는 단체 활동을 하면서 타인과의 교류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물 흐르듯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혼자 있을 때조차 잡념으로 분주하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사람과의 만남이란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만남이란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낯선 사람이든 막역한 친구든 사람과의 만남은 예술 그 자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한 번의 만남이 결정적 순간이 되기도 하고,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쌓이는 신뢰의 힘 덕분에 발전된 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만남을 통해 원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만남의 순간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대방과의 대화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말을 통해 주고 받는 대화가 있고, 침묵의 대화도 있다. 그밖에 눈빛, 옷의 디자인과 색, 악세사리 등 시각적 부딪침, 청각적 울림, 특별한 냄새, 감촉, 동작 하나 하나에서도 상대의 특별함을 읽어 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을까. 또 상대를 온전하게 느끼고 있을까.

실제로 여러 사람과 말 잇기 게임을 해 보면 내가 한 말이 왜곡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대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상대방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단정 짓고 싶겠지만, 상대를 바라보는 나의 문제는 없는 것일까.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보거나 첫 만남일지라도 선입관을 갖고 바라보기 때문에, 내 머리는 한층 더 복잡해 지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자.

내 의도와 편견 때문에 마음이 바쁘고 심란한 나머지, 상대방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세심한 노력을 소홀히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도 정작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다. 좋은 만남을 이어 갈 여유와 여력이 이미 없어져 버린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도 집중하지 못한 채 안절부절 하는 내 모습. 상대의 말을 끊고 내 말부터 쏟아 내려는 조바심. 이런 이유들로 인해 제대로 들을 수 없게 된다.

‘一期一會’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번 뿐인 시간이며, 지금의 만남이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는 말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사람의 만남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충실 하라는 뜻이 아닐까. 만남의 대상은 바로 사람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한 번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이것이 바로 제대로 듣기 위한 소통의 출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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