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검찰은 재벌에 영혼마저 팔 것인가?”

두산 14명 불구속 기소, 구속기소 단 한명도 없어

이철원 기자 | chol386@prime.co.kr | 2005.11.10 15:42:26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이 수사 시작 석달여만에 총수일가 4형제와 계열사 사장단 등 모두 14명이 법정에 서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민노당은 검찰이 재벌에 영혼마저 판다 며 재벌그룹에 약한 검찰을 맹비난했다.

검찰은 10일 총수일가 7형제 중 박용오 전명예회장, 박용곤 전회장., 박용만 전부회장, 6남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4형제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 10명 등 14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수사 차일피일 100여일만에 마무리

그러나 30여명에 이르는 조사 끝에 14명만 기소하고 이 가운데 구속기소자는 단 한명도 나오지 않고 당초 구속기소가 예상되던 박용성 전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는 기소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로써 지난 7월 20일 형제의 난으로 촉발된 수사는 100여일만에 마무리됐다.

두산사태는 오너일가의 족벌경영이 기업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 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우리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다.

기업을 떡 주무르듯 하는 총수일가와 기업보다는 총수를 위해 충성하는 빗나간 CEO들의 합작품(?)이다. 

검찰수사에 따르면 박용성 전회장 등 총수일가는 지난 95년부터 두산산업개발과 동현엔지니어링 등 관계사를 동원해 326억원의 규모의 비자금을 만들어 은행대출 이자나 사찰시주,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와함께 2800억원대의 분식회계 사실도 적발됐다.

총수일가의 뻔뻔한 비자금 빼돌리기 

검찰수사결과에 따르면 박용성, 박용오, 박용만 3형제는 동현엔지니어링 등 협력업체에 공사비를 과다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286억원을 횡령했다.

또 7형제 중 6남인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은 98년부터 작년말까지 협력업체와 허위계약을 통해 물품대금을 지급한 뒤 이를 회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인 가구회사 냅스의 자금 39억8000여만원을 사찰기부금과 생활비에 사용했다.

이들은 두산산업개발의 공사진행률을 허위로 높여 매출금액을 과대계상해 2838억원의 분식회계에 관여했다.

박용성, 박용오, 박용만 3형제는 동현엔지니어링 등 협력업체에 공사비를 과다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 받는 방법으로 286억원을 횡령했다.

쥐꼬리 보유지분 그룹을 좌지우지

검찰은 수사결과 “총수일가의 보유지분은 2005년 7월 기준으로 두산산업개발 7.52%, (주)두산 18.22%, 두산중공업 0.02%인데도 그룹 경영전반을 장악해 기업을 총수일가의 사금고처럼 운영한 실태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총수일가가 회사자금을 이용해 편법으로 그룹지배권을 확장하고 계열사 CEO는 회사의 이익보다는 총수일가의 이익을 우선하는 비윤리적 경영실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검찰 스스로 밝힌 대로 총수일가의 비도덕, 비윤리적 전횡을 그대로 보여줬다. 경영진들 역시 총수일가를 위한 머슴으로 역할해 족벌경영의 폐해가 얼마나 전근대적인지 단적으로 드러났다.

박용오, 용성 두사람은 95년 11월경 당시 두산건설 대표 정모씨가 두산건설에 지급키로 돼있던 29억원의 변상금을 회사에 넣지 않고 대주주 일가의 공동자금을 관리하며 생활비에 썼다.

총수지시 하나면 OK타락한 CEO 합작

기업을 오너일가를 위해서만 충성하는 최고경영진이 비자금을 조성하겠다고 총수에 보고학, 총수일가가 빌려쓴 대출이자까지 계열사에 대납하겠다고 보고할 만큼 경영진도 타락했다.

99년 11~12월까지 두산건설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 두산경영진은 대주주 일가의 대출을 받아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이자는 두산건설 비자금을 만들어 내겠다고 총수일가에게 보고했다.

박용오 전회장 등의 형제들은 두산건설 경영진에게 보고내용 대로 따르도록 지시했고 두산건설은 협력사에 공사비를 증액지급하고 차액을 돌려 받아 230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이자를 대신 냈다.

이중 51억원은 박용오 전 회장에게 전달돼 대주주일가 생활비로 사용됐으며, 동현엔지니어링이 2000년부터 올해 3월가지 협력사와 허위공사계약을 맺어 대금을 보냈다가 돌려받아 만든 19억1000만원의 비자금은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상무에 전달돼 가족자금으로 쓰였다.

위장계열사인 세계물류 역시 운송대금을 뻥튀기해 1996년부터 올해 8월까지 47억85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 박진원 상무에게 전달했다.

검찰 무혐의 처분 줄줄이 

하지만 검찰은 박용오 전명예회장이 진정을 낸 미국 위스콘신주의 바이오벤처회사 ‘뉴트라팍’ 투자명목으로 800억원 상당의 재산을 빼돌렸다는 내용과 참여연대가 고발한 고려산업개발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한 채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뉴트라팍의 회계장부와 은행거래내역 및 수표사용내역, 미국 회계법인감사보고서  등을 종합검토해보니 그룹 대주주와 계열사들이 2000년 1월부터 작년 12월말까지 5년 동안 투자한  6260만 달러의 대부분이 컨설팅비, 일반관리비 등으로 쓰여진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또 박용성 전 회장의 생맥주 체인점 (주)태맥을 통한 45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의혹과 두산중공업의 엔세이퍼를 부당인수했다는 부분 역시 무혐의로 결론지었다.

참여연대가 고려산업개발 주가조작과 관련, 배임혐의로 고발한 총수일가 및 경영진에 대해 배임혐의로 고발한 부분과 두산포장, 삼화왕관의 두산산업개발 신주인수권 부당인수의혹과이 회사들의 그룹내 4개 신협에 대한 출자, 두산신협 등 4개 신협의 계열사 주식 부당매입 등에 대한 부분도 혐의없다고 결론냈다.

검찰은 총수일가가 95년 이후 조성한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공동관리하며 생활비로 썼다고 했지만 매년 30억원 대의 비자금을 만들어 생활비로 썼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용처를 모두 규명하지 못했다.

민노당 “재벌수사 흉내라도 잘 내라”

민주노동당은 두산비리 수사결과 박씨 형제를 모두 불구속키로 결정한 검찰을 강하게 비난했다.

민노당은 9일 “재벌수사 흉내라도 잘 내라” , “검찰 재벌에게 영혼마저 팔 것인갚 라는 제목의 논평을 잇달아 내며 검찰이 재벌봐주기를 한다고 비판했다.  단일사건을 가지고 하루 두차례나 논평을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민노당은 경제민주화운동본부(본부장 이선근) 명의의 논평을 통해 총수일가를 전원 불구속 기소하기로 한 것은 재벌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민주화운동본부는 “박용성 회장 등 일가 28명은 1998년 말 두산산업개발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293억원을 대출받으면서 2000년 이후 5년여동안 이자 128억원을 회사가 대신 내도록 한 점, 조성한 비자금은 대부분 그룹총수일가가 생활비 명목으로 나눠쓴 점 등은 기업의 성과를 오로지 개인의 치부를 위해 사용한 것으로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업에 기생  천년왕국 건설 편드나” 비난도

본부는 또 “검찰은 또 4.95%의 지분밖에 소유하지 않은 자들이 기업에 기생하면서 자신들의 천년왕국을 건설하고자 한 범죄행위에 대해 범인들의 경력만을 감안했지 총수일가가 미친 국민경제상의 불이익과 기업구성원의 빼앗긴 땀방울은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고 지적했다.

민노당은 이어 검찰은 영혼마저 팔 요량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국익을 위해서라고 한다. 비리 재벌의 낯 뜨거운 암투와 수백억대의 비자금 조성, 배임 등 위법 행위를 감싸주는 것이 국익인갚고 반문한 뒤 “이건희, 홍석현 등 불법 정치자금을 뿌린 핵심 인사를 구인조차 하지 못하는 검찰이다”고 꼬집었다.

민노당은 “검찰은 수사를 받겠다며 자진 입국한 송두율 교수를 굳이 구속까지하며 국제적 지탄을 받은 바 있다”며 “또한 현대 하이스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지역사회와 노사 등의 선처 요구를 물리치고 17명이나 대량 구속하기도 했다”며 “강정구 교수의 불구속 수사지침에 마치 검찰조직이 붕괴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며 “이런 검찰이 유독 힘있는 자, 재벌 앞에서는 나라 걱정하고, 경제, 외교도 걱정한다”고 맹비난 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