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특정재벌 총수 “죄지어도 절대 걱정 마?”

봐주기 형평 위배…두산그룹주 고공비행

이철원 기자 | chol386@prime.co.kr | 2005.11.09 16:06:54

   
두산그룹 비리와 관련, 박씨 형제에 대해 모두 불구속 기소키로 결정함에 따라 특정재벌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9일 박용오 명예회장과 박용성 전회장(사진), 박용만 전 부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등 4형제에 배임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혐의를 적용 전원 불구속기소하고 10일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씨 형제에 대한 불구속 결정으로 박 전회장의 장남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도 10일 불구속 기소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은 금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형량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어 검찰이 수백억원의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두산 총수일가를 전원 불구속한 것은 지나친 ‘재벌봐주기’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의 재벌총수에 대한 느슨한 법적용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도 면제부를 받았다가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뒤늦게 재수사를 벌인 뒤에야 구속했으며 97년과 2002년 대선당시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던 삼성, LG, SK 등 재벌그룹은 한곳도 처벌하지 않았다.

특히,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 등 시장경제질서를 근본적으로 어지럽힌 경제사범에 대해 구속을 하더라도 재판과정에서 법원은 집행유예로 석방하기 일쑤이고 나중에는 대통령이 사면조치를 취해 결국 재벌총수는 중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앞으로 재벌수사 처벌 강도 완화될 듯

이번 결정은 정상명 검찰총장 취임이후 첫 작품이어서 앞으로 재벌관련 수사에서 처벌의 강도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검찰수뇌부는 수사팀이 박 전회장 구속안과 총수일가 전원 불구속기소안 등 두가지의 장단점을 모두 비교제시한 뒤 박 전회장을 구속해야한다는 건의를 했지만 정상명 총장과 사시 17회 등 수뇌부가 불구속으로 결정, 향후 재벌수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검찰은 9일 공식적으로는 “박용성 전 회장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과 ICC(국제상업회의소)회장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민간외교 역할을 해야한다는 점을 가장 고려했다”고 밝혔다.

불구속 수사도 사안에 따라 달라져야

이와함께 천정배 법무장관의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지휘를 계기로 인권을 중시하는 불구속수사 원칙이 강조되는 법조계 분위기와 범죄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도주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점도 불구속 판단에 근거로 삼았다는 관측이다. 

천정배 법무장관이 강정구 교수사건을 불구속 수사토록 지휘한 것은 6.25 성격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아닌 UN 등에서 이미 거론된 데다 학자로서 사상보다는 학문적 견해를 밝혔다는 점에서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에 비춰볼 때 구속수감까지 갈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비자금 조성 등 경제사범은 사회체제 유지의 근간인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죄질이 나쁜 범죄행위로 총수일가가 조직적으로 조성한 개인 은행빛 이자로 쓰는 등 사금고처럼 사용한 경우여서 강교수 사건과는 죄질에 차이가 있다는 것.

사안에 따라 불구속 기소가 적용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재벌총수간에도 형평성 차이 두어서야

비자금 219억원을 조성한 임창욱 대상그룹명예회장, 회사공금 310억을 횡령한 김석원 전쌍용그룹 회장, 편법주식거래로 2071억원의 손해를 입힌 최태원 SK회장과 계열사부당지원과대선후보에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손길승 전 회장, 수십조원의 분식회계를 한 김우중 회장 등이 모두 구속됐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은 매우 드문 사례다.

재야법조계는 “비리기업인이 기소되면 재판과정에서 변호사를 통해 경제에 미칠 영향과 반성하고 있고 기업운영을 통한 사회공헌을 한 점 등을 내세워 형량을 경감해 곧바로 풀려날 것에 대비해 구속수감을 일관된 원칙으로 삼아온 점에 비춰볼 때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한상의 “코멘트 하기 참 난처하다”

‘가재는 게편’이라는 말처럼 동류의식이 강한 샐러리맨들의 반응도 비판적이다.
총수가 처벌을 받았던 모 그룹의 한 직원은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답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특정인에 대해 선의를 베풀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노조관계자는 “재벌의 비리를 극복하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진보와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한쪽에서는 노조를 탄압하면서 뒤로는 비자금을 챙겨대는 박씨일가의 이중성에 혐오감이 든다”고 비난했다.

반면 대한상공회의소는 말을 아꼈다. 상의 관계자는 “박 회장이 지난 4일자로 회장직을 사임한 상황이고 사법부의 판단이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코멘트를 한다는 것이 어려운 입장임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두산그룹 주식은 훨훨 상승세 타

한편 총수일가의 불구속 결정이 내려지자 두산그룹 관련 주식은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두산중공업은 전날 2만4700원에서 9일 오후 3시18분께 1150원(4.66%) 오른 2만5800원을 기록했으며 두산인프라코어도 전일1만3700원에서 350원(2.55%)올라 1만4050원에 거래됐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