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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유의 실록 '무(無)' 1.화려한 출발 <계속 7>

60년대 가요계의 사랑과 배신-본지 단독연재

프라임경제 | webmaster@newsprime.co.kr | 2005.11.01 09:58:57

 글=김동가 (오륜스님), 그림= 김진두

   
“내 묵을 꺼는 여기 있소.  주무시이소.”

하고는 계단을 올라가는데 선배의 문닫는 소리가 드린다.

“어?  내방에 왠불이 켜져 있지?”

옥상에 올라오니 외등이 들어와 있고 내방에도 불빛이 새어 나와 있다. 

이상하다 하고는 현관 미닫이 문을 열며 말했다.

“누구세요?”

순자양이 내방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이시간에 일 나가 있을 아가씨가 웬일인가 의아했다.

“어, 춥다.  그런데, 순자씨가 웬일이야?  일 안 나갔어요?”

“감기가 몹시 들었시유.  오늘 쉬었구먼유.”

“그럼 약을 먹고 쉬어야지.  약은?”

“조금전에 먹었시유.”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일제 전기밥솥의 뚜껑을 연다.

“식사 하셔야지유.  지가 저녁을 지어 놓았시유.”

말이 무섭게 밥을 퍼기 시작한다.  일인용 밥상머리에 신문지 덮어져 있고 난로 위에는 찌갠가 뭔가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순자가 공기에다 밥을 퍼서 밥상 위의 신문지를 들어내면서 채근한다.

“오늘은 시간이 있어 김치찌개를 끓여 봤시유.  맛있게 드셔유.”

할 말만 하고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저녁은 생각이 없었는데 . 군고구마 몇 개를 먹고 때울려고 했는데 . 고맙게도 이렇게 밥상을 차려놓으니 기분이 좋았다. 

고구마를 몇 개 들고 일어나 그녀의 방문 앞에 다가가서 말을 건냈다.

“순자씨 이것 좀 잡숴봐요.  군고구마 몇 개 샀어요.”

그녀가 문을 열면서 환하게 웃으며 맞아 주었다.

“어머!  내가 제일 좋아 하는 것이 군고구만 줄 어떻게 알았시유?”

이런 낭패할 일이 . 내가 일 하다가 새벽에 출출하면 먹으려고 사온 걸 가지고 저렇게 좋아하니 할 말이 없었다.

“지나다가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떨이 하는 것을 샀는데 타박인 것 같아요. 저녁을 같이 먹지요?  밥이 많은데 .”

“아녜요.  저는 먹었시유. 지는 책이나 볼래유.”

그녀는 보다가 접어 두었던 만화책을 집어들고는 자랑이라도 하듯 웃으면서 대꾸한다.

“이거 재밌어유.”

김종래씨의 ‘암행어사 박문수’라는 만화책이었다.  그 외도 순정만화, 애정만화 등 여러 권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다 잡수시고 말씀하셔유.  지가 치울께유.”

“괜찮아요.  먹고 내가 치울테니깐요.”

내 방으로 되돌아 와 밥상머리에 앉았다.  꽤나 신경을 써서 반찬을 만든 것 같았다. 

새큼한 파래 무침이 군침이 돈다.  사쿠라 배추김치가 설지 않은 채 있어 밥수가락에 엊어 먹었다.  김치찌개용 김치와 먹을 김치를 따로따로 시장에서 장만했나 보다 하고 김치찌개를 먹었더니 얼큰하고 입에 맞았다.

돼지고기도 넣었군….  고기 한점을 씹으면서 말을 다시 걸었다.

시장보는데 투자를 많이 했겠구나….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에 빨갛게 먹음직스러운 오징어 젓갈에도 손이 자주 갔다. 

공기밥 두 그룻을 먹어치우는 데 몇 분이나 걸렸을까 싶을 정도로 빨리 먹어 치우고 텔레비전을 틀었다.  마감 뉴스가 진행중이었다.

박정희 대통령께서 경부고속도로 개통에 참가하여 관계자들을 치하하고 승용차로 추풍령 고개까지 가셨단다. 

화물차량들의 운송시간이 단축되어 경제산업 발전에 큰목을 하게 될 고속도로라면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흥분되어 여러 곳을 보여주면서 희생자 위령탑을 설명한다.

과연 대통령께서 일을 잘한다고 느끼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죽었구나.  생각하는데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한 아가씨의 음성이 들렸다.

“순자야! 자니?”

이어 방문 여는 소리도 들린다.

“아냐! 책 봤어.  언니는 오늘 어땠시유?”

“말도 마라, 얘, 오늘 공쳤다. 한 테이블을 봤는데 염병할 자식들이 술에 취해 무슨말을 하다가 옥신각신 자기네끼리 싸우는 통에 테이블이 엎어지고 술병이 깨지고 하는 난리통에 고스란히 공쳤지 뭐.”

“일수도 못 찍었겠네?”

순자의 힘없는 목소리다.

“얘는 일수 찍을 돈이 어디 있니? 멤바비 내고 나니깐 차비도 없어서 33번한테 차비 빌려왔어.  염병할 자식들 차비나 좀 줄 것이지 .”

충청도 예산이 고향이라는 미스 김의 술기운이 다소 있는 목소리다.  꽤나 명랑한 아가씨라고 생각하면서 텔레비전을 껐다. 

편곡할 악보를 준비하고 노래책에서 레퍼토리에 적힌 악보를 그리고 있었다.

“아저씨, 식사 다 하셨시유?”

순자의 목소리다.

“들어와요.  다 먹었어요.  순자씨 음식솜씨는 알아 줘야 해.  참 상을 들고 가서 언니들 밥먹으라고 해요.  이데로 들고 가요.”

상을 들어 건네 주었다.

“그렇찮아도 언니들이 배고픈데유.  밥도 남아 있고 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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