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궁 앞 호텔? 유례없는 호텔건립 카드로 한진그룹·대한항공이 종합레저그룹으로 용틀임을 할 태세다.
대한항공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49-1 일대(옛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에 대한항공이 7성급 호텔을 지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 땅은 미 대사관이 쓰지 않고 방치하다 삼성생명에 매각한 바 있으며, 이후 2009년 연초에 한진그룹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대항항공은 이 땅에 들어설 호텔의 콘셉트로 '부티크 호텔'을 표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는 크지 않으나 호화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시설로 가꾼다는 것이다.
◆호텔 건립 일단 법적 문제 없어
종로구청 문화재팀 관계자는 "고궁 앞이라고 호텔이 들어서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일단 원칙적으로 대한항공측의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심의 대상이나 지표조사 대상이 될 수 있고 이 단계에서 지표조사 중 문화재 유적 등이 발굴되는 경우 공사가 중단될 수 있다(구 동대문운동장 터에는 고층 쇼핑단지를 육성할 계획이었으나, 성곽 터가 발굴돼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문화재팀 관계자는 사업 계획이 수립되고 건물 배치 등 윤곽이 드러나게 되면 지표 조사 등도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학교보건법상 호텔은 유해시설로 돼 있어, 풍문여고 등 인근 학교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제한이 이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구청이 아닌 교육구청 관할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선 행정청들의 판단에 따라 고궁 앞 7성 호텔이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 대사관-삼성도 못한 일 KAL이 단행? 정부 복원 구상과도 삐끗
하지만 경복궁 인근이고 북촌 한옥마을과도 가까운 지역이다. 문화재 보호는 물론 국민정서상 민감한 지역이다.
미 대사관과 삼성생명 등 전주인들도 이런 문제 때문에 쉽게 개발에 나서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측은 '리움'을 한남동에 지으면서 이 부지를 원래 용도였던 미술관 부지로 활용하는 데 흥미를 잃어 다른 주인을 찾았다는 풀이도 있다.
하지만 고도 제한이 있고(구청 관계부서에서는 이 지역이 16m 이상 건물을 올리지 못하는 구역이라고 설명했다) 덕수궁 옆 경기여고 근방에 미 대사관 이전이 추진되다가 문화재가 쏟아져 나와 일이 어렵게 됐던 경험상 이 송현동 부지 처리도 조심스러웠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평가다.
국가 중요 시설 문화재인 경복궁과 동십자각이 지척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이번 호텔 건축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고건축 복원 인간문화재 A씨는 "호텔 건립이라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중요 문화재 인근에 호텔을 비롯한 숙박 및 유흥 시설 자체를 들어 설 수 없으며, 일부 기업의 이익으로 후세에 전할 위대한 문화 유산을 간접 훼손하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호텔 건립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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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상단은 현황이고 하단은 복원 모델이 될 옛 원형이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원형 복원을 추진하게 되면 송현동의 대한항공 호텔은 고궁 관련 미관을 상당히 해치는 흉물이 될 전망이다.> |
현재 정부는 장기적인 경복궁 복원 계획을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거듭나기 위해 궁(宮)과 궐(闕)을 복원하고 있는데, 동십자각의 경우 경복궁 외곽 부분을 담당하는 지역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 훼손된 부분을 복원하기 위해 문화재 재정비가 시급한 곳으로 지적받고 있으며, 현재 호텔 부지 바로 옆에는 고종 황제의 후궁이었던 광화당, 삼축당이 머물던 외궁(外宮) 지역으로 근대 문화 유산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와 관련해 황평우 문화연대 위원장은 "현재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일방적인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무리 영리 목적을 가진 기업 소유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한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중요 지역에 사회적 공론화 과정없이 호텔 건립은 문제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 위원장은 "경복궁 인근 지역이 가지는 특수성에 따라 해당 부지는 국가가 매입을 해서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 바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진 레저그룹화 행보 희생양? 차라리 삼성 미술관이 나을뻔?
한진과 대한항공이 레저 산업에 눈독을 들이는 게 이번이 첫 케이스는 아니다. 물류기업이던 한진은 40년 전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면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켰고, 국적기를 전세계에 취항시키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 여행 자유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국민과 한층 가까워졌고, 한진투어 등 활동으로 국민레저 수준 향상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제동레저를 통해 부지를 매입, 앞으로 골프장 건립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명승지인 고궁 앞에 숙소를 짓는다는 문제는 레저그룹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데 반드시 사용할 비장의 카드냐는 문제는 최종 건축 허가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이 인근의 국군 기무사령부터도 미술관으로 변신할 예정이어서, 차라리 삼성이 부지를 갖고 미술관 추진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대한항공측이 '호텔+문화예술시설'을 표방하면서 홍보 전략을 펴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