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연애하는 커플 중엔 이런 남자가 꼭 있다. ‘남 주기는 아깝고 내가 만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부담 없으니까 데리고 있자. 내 여자가 딴 데 가는 꼴은 못 보지…’라고 여기는 남자들. 이런 남자들을 두고 소위 ‘나쁜 남자’라 부른다.
나쁜 남자들은 ‘싫증나고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이것저것 빠지는 데가 없어서 데리고 있기에 더 없이 좋은 연애상대’에게 다리를 걸쳐놓는 경우가 많다. ‘나를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데리고 있겠다’는 심산이다. 나한테 피해가 오지 않는다면 굳이 ‘걷어 찰’ 필요가 없다는, 여자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이기적인 생각이다.
남녀 간 연애사와 기업 간 인수 문제를 단순 비교할 순 없는 일이지만, 최근 어떤 기업이 보인 ‘나쁜 남자’ 같은 태도가 기자의 눈길을 끌었다.
온미디어와 오리온 사이의 일이다. 오리온은 지난 4월 대규모 자본이 절실한 상황에서 온미디어를 처분하겠다고 나섰다. 팔아 없애겠다는 결단이었다. 하지만 돌연 지난 7일에는 다시 온미디어를 품에 안겠다고 공시를 했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버리려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아까워 안 되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지난 7월말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계류 중일 때 오리온은 부지런히 눈치를 살폈다. 미디어법만 통과 되면 판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5개월 동안 CJ, SK, KT 등 온미디어에 관심을 보인 인수후보자들이 있었다. 인수후보자들은 모르는 척 바라보다가 기회가 되면 덥썩 물어 갈 것처럼 온미디어 주변을 맴맴 돌았다. 겉으론 냉정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온미디어 인수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중에 온미디어 앞에 CJ오쇼핑이 나타났다. CJ오쇼핑 측은 온미디어 인수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당시 CJ오쇼핑은 공시를 통해 “온미디어 인수에 대해 검토할 의사가 있다”고 의사를 밝혔다. 온미디어의 다양한 콘텐츠가 CJ오쇼핑에게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하지만 온미디어의 마음은 ‘연인’ 오리온에게 향하고 있었다. 소원이 간절했는지 마침내 오리온이 온미디어를 다시 택했다.
온미디어는 지난해까지 매년 약 150억원 규모의 컨텐츠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자체 컨텐츠 방영 비중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했다. 대규모 자본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런 온미디어에게 ‘연인’ 오리온의 재등장은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온미디어는 5개월간의 방황 끝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