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추진 중인 유가보조금 카드 의무화가 갖가지 문제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난항을 겪고 있다. 유가보조금 카드 의무화는 속칭 ‘카드깡’이나 영수증 부정발급을 통한 유가보조금 과다수급 등의 문제점 등을 방지하고자 도입된 정책으로 정부는 지난 5월1일 화물차와 버스에도 이를 적용, 이제는 운전자들의 필수 구비사항이 됐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운송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유가보조금 카드를 이용할 때 리터당 30원 추가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정책을 알리면서 전산처리로 인한 직원들의 업무가 한결 편리해진 장점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곳곳이 ‘하자’였다. 우선, 유가보조금 시행 카드사의 독점으로 인해 그동안 타사 카드를 썼던 운전자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새 카드로 바꿔야 하는 불편한 일을 겪어야 했다.
특히 화물연대의 반발이 심했다. 정부는 신용카드 발급이 불가능한 운전자에 대해 ‘통장압류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래카드와 서류신청을 금지, 체크카드 의무화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카드선택권 보장과 체크카드 의무화 폐지”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이 같은 입장을 적극 수렴, 시행시기를 당초 2월에서 5월로 연기하면서까지 정책 손질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 운전자들의 카드선택권이 제한 받는다는 지적과 관련, 정부는 지난달 31일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선정해 운전자들에게 유리한 카드사를 선택, 변경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이렇듯 정부는 시행초기 드러나는 정책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화물차를 대상으로 하는 주유업계에 적용된 카드 수수료율에 대해선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벗어났다”며 신한카드와 주유업계 간의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된 배경이 카드사와 주유업계 간의 이해관계로 비춰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정부가 전면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내세운 유가보조금 카드에는 운송정보망 등 별도의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이 프로그램 개발에 약 30억원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한카드의 프로그램 개발에 따른 정부 투자에는 난색을 표했다. 신한카드 역시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 없기에 주유업계의 수수료 인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반면, 택시 대상 충전소는 지난해 유가보조금 지급현황에서 전체 16.5%를 차지, 화물차(64.3%)에 비해 그 비중이 크게 떨어진다. 이에 카드사 입장에서는 택시 대상 충전소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가 어느 정도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정부는 정책만 추진했고, 카드 개발에 따른 비용은 카드사에 전가시킨 셈이다. 카드사로서는 정부 정책 시행에 따라 발생한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뭔가의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처지다.
기업의 제1 목표는 이윤추구다. 어느 기업도 적자가 나는 사업에 쉽게 뛰어 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주유업계의 피해로 이어져 결국 주유소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또 다시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같은 문제는 충전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충전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택시 수수료율을 조금 더 낮게 적용받기는 했지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며 “향후에도 정부와 카드사에 이 문제를 거론해 충전업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수료 문제까지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든 운송업자들에게 카드 사용을 의무화 했으면 이에 따른 카드 수수료가 발생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또 주유업계나 충전업계 모두 이번 의무화로 인해 수수료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수료와 관련된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치적을 자랑하며 추진했던 당사자인 정부는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과 책임전가, 이에 따른 또 다른 피해. 정부가 추진한 서민을 위한 정책이 서민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는 듯 보여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