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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보조금 카드의무화 주유업계 ‘분통’

주유업계 “1만2000여 전국 주유소 카드수수료만 연간 1000억원”

이철현 기자 기자  2009.09.02 11: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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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주유업계가 정부의 유가보조금 카드의무화 시행에 따른 카드수수료 과다 문제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또 카드사가 택시를 대상으로 한 충전소와 화물차 주유소에 대한 카드수수료를 차등 적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제기 하고 있다. 주유업계는 카드사가 택시에 한해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는 바람에 그 부담을 주유업계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입장이다. 유가보조금 카드의무화에 따른 수수료 형평성 문제를 취재했다.


2006년 당시 건설교통부는 ‘택시‧버스업계 유가보조금 지급체계 개선 추진’ 계획에 따라 2001년부터 지급했던 유가보조금을 카드 사용으로 전환키로 하고 당시 LG카드(현 신한카드)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각 지역 운수업체들이 이를 도입해 활용했고, 지난해 5월부터 국토해양부의 유가보조금 개선안 전면 의무화 시행으로 신한카드는 면세 혜택을 원하는 택시기사들에겐 ‘필수 카드’가 됐다.

   
 <화물운전자 유가보조금 카드(좌)와 거래카드.>  (사진=한국주유소협회 제공)

충전소에서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율은 1.5%. 정부는 허위 영수증 등을 이용한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속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말 ‘유가보조금 지급 개선방안’을 마련했고 지난 5월1일부터는 화물운전자도 유가보조금 카드를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고 있다. 카드 수수료율은 충전소와 동일하다.

◆충전업계는 그나마 나은 편

하지만 충전업계는 카드 수수료 부담이 날로 커지자 정부와 카드사를 상대로 개선책을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충전업계 관계자는 “(유가보조금) 카드 의무화로 인해 연 300억원 정도가 수수료로 지출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서울 일부지역 충전소에서는 카드 수수료로만 연 2억원이 지출되고 있는 등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문제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와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결국 우리가 나서서 카드사에다 문제를 건의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협상을 해서 예외적으로 개인택시는 1.4%, 또 법인택시는 1.2%의 수수료율을 적용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유소협회도 충전업계와 똑같은 입장을 보이며 화물차의 카드 수수료 인하를 적극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신한카드 양쪽으로부터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택시보다 화물차가 더 많고 사용량도 두 배 이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수수료 부담도 크다”며 “하지만 정부나 신한카드 모두 주유업계의 이 같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협회는 이번 유가보조금 카드 의무화로 인해 전국 1만2000여 주유소들이 연간 카드 수수료로 1000억원 안팎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화물운전자의 약 25% 정도가 신용불량자”라며 “이에 거래카드(대금 결제기능이 없고 그동안의 거래내역만 확인할 수 있는 카드. 이를 이용해 외상으로 구입, 후에 전액을 갚는다)를 이용해 전액을 결제하는데 거래내역을 전부 인지하지 못하는 시스템 때문에 유가보조금을 못 받는 피해도 발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너무 답답해서 정부가 나서서 신한카드와 주유소협회가 이 문제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당했다”며 “정부도 너무하지만 신한카드 역시 주유소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이득만 챙기겠다는 발상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주유소협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똑같이 카드 의무화가 된 상태에서 화물차만 다르게 수수료를 적용받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인하해야 한다”며 “신한카드가 택시 연간 사용량에 비해 화물차 연간 사용량이 더 많아 수수료를 인하하면 카드사의 손실 폭이 크기 때문에 이를 쉽게 인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토해양부의 2008년 유가보조금 지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유가보조금의 64.3%가 화물운전자에게 지급됐다. 카드 의무화 사용으로 인해 다른 차량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화물차 수수료는 카드사 입장에선 분명 매력적인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 역시 신한카드가 운송정보망 개발에 따른 비용에 막대한 돈이 지출됐다는 점과 부가통신망(VAN) 지출이 많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신한카드의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토부 “카드수수료 문제까지 신경 못 썼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은 기본적으로 택시나 화물차 운전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카드 수수료 문제까지 신경 쓰지는 못했지만 그 부분은 카드사와 주유소협회가 알아서 협의를 볼 사안이지 정부가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31일 카드사업자를 두 곳 선정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며 “앞으로 이들 간의 경쟁으로 인해 운송업계 종사하는 분들이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서민들을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한카드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는 주유소협회 측의 주장에 대해 “신한카드의 입장을 대변한 적도 없고 그럴 필요성도 없는 것 같다”며 “카드 수수료와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카드사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시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신한카드도 입장은 난처하다.

신한카드 측은 택시를 대상으로 한 충전소만 예외적으로 수수료가 인하된 배경에 대해 “충전업계에서 요구한다고 무조건 낮추는 게 아니다”며 “정부에 통보한 뒤 이 문제를 논의하고 난 다음에 수수료 인하를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드사의 이 같은 주장은 ‘카드사 측과 여러 차례 협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을 수 있었다’는 충전업계의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주유업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는 한편,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를 한다는 입장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먼저 정부가 책임을 가지고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며 “협회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경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