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세계 경제침체의 여파로 자동차 업계도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세계적인 카메이커들은 이 와중에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금년 초 일본과 독일 등 자동차 강국들은 노사 협상 과정에서 위기 극복의 최적안을 찾는 자구책으로 임금 동결이나 노동 시간 탄력화를 통한 효율성 제고 등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런 상황이 지난 연초부터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노사문화에 귀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분야는 쌍용차의 ‘옥쇄파업’과 기아차의 ‘무노동 유임금 논란’ 등을 낳으면서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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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을 통틀어 최대 카메이커로 꼽히는 폭스바겐은 노사간 상생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기업이다. 생산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35시간인 주당 근무시간을 28시간으로 줄이는 등 탄력적 노동 환경 구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노사간 협력을 통해 이들은 이번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은 이 같은 위기대응책을 가동하며 와신상담하던 중에, 경제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매물’로 나온 최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를 인수하는 행운을 거머쥐기도 했다. 폭스바겐이 경제위기 속에서도 노사 갈등으로 생산라인을 무리하게 유지하는 등을 감수했다면 이 같은 힘을 비축하지 못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반복되는 극단 투쟁
이런 상황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노사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오히려 투쟁의 극단성이나 내용상 무리수만 놓고 보면 ‘협상 문화가 뒤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난으로 정리해고를 시도한 쌍용차의 노조가 ‘옥쇄파업’을 시도한 바 있다.
쌍용차 노조의 공장 점거 농성이 종료된 가운데, 이제 여전히 임금협상을 놓고 부분파업을 강행 중인 기아차 노조 쪽으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 GM대우는 이미 빠르게 임금협상을 마친 상태이고 현대차노조도 지도부 사퇴 등으로 극단적 활동은 예년 같지 않았던 것이 이번 자동차 임단협의 대체적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 기아차 노조는 여전히 강력한 투쟁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14일 오후 3시부터 소하리공장에서 ‘휴가 뒤 첫 협상’을 재개한 바 있으나, 이조차 무산됐다. 이미 장기화 접어든 협상이 좀처럼 쉽게 종료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지난 7월27일 협상 이후 18일만에 갖는 협상에서도 노조는 파업 장기화를 가져온 각종 요구사항 카드를 다시 꺼내들어, 결국 노사간의 대화는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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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의 파업으로 가동 중단된 생산라인] | ||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5.5% 인상과 생계비 부족분 200% 이상 지급,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생계비 부족분 200%에 격려금 250만원을 지급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는 8+9시간으로 하되 생산량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물론 노조가 이처럼 ‘파이 나누기’를 요구하는 것이 일리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기아차가 거둔 우수한 실적 때문.
기아차 실적발표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은 매출 4조6764억원, 영업익 3303억원으로 지난 2004년 4분기 이후 최대 실적이다. 이는 당초 시장 컨센서스인 매출 4조3000억원, 영업익 160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은 기아차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외부적 요인과 일시적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기아차 일각에서도 이번 ‘어닝서프라이즈’를 마냥 즐거워하지만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적 상승이 불안정한 세계 자동차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효과와 세제지원 등에 힘입어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형적 성과만을 놓고 파이 분배를 외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게 기아차 노조의 파업 재개에 쏠리는 비판 또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특소세 특수로 밀려있는 주문을 인질 비슷하게 파업 정국에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기아차 노조의 임금 협상 카드들은 현실을 애써 무시한 주장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깜짝실적’ 두고 축제 벌이기엔 시장상황 여전히 불투명
사실상 ‘무노동 유임금’ 주장…세계차업계 동향 ‘역주행’
◆월급제 시행…무노동 유임금 논란 제공
특히 이처럼 노사간에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노조 측의 요구가 사실상 ‘무노동 유임금’ 주장인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요구대로 8+8 근무형태와 월급제를 도입하면 현재의 10+10 수준 대비 연간 작업시간은 800시간, 생산량은 21만대나 감소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그대로 보전된다는 것.
이는 일하지 않고도 돈이 지급되는 ‘무노동 유임금’ 요구가 아니냐는 점에서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생산성 강화를 위해 처리띠 졸라매기가 자동차 업계의 공감대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나라 노동구조의 기본틀이 ‘무노동 무임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구상을 제시하면서 장기 파업까지 벌이고 있는 건 현실과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생산효율 개선추진 공든 탑 ‘와르르’
그간 기아차 사측은 생산량 만회를 위해 추가 작업시간 확보와 생산성 상향조정, 생산효율 개선 등의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노조는 이에 대한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것. 생산능력 만회방안 마련 없이 주간연속2교대와 월급제만 먼저 시행하게 된다면 작업시간과 생산량이 크게 줄어 판매가 감소하면서도 사실상 임금인상 효과로 회사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고용불안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논외로 밀려났다.
이 같은 노조 측의 협상안 고수 방침에 대해 금년 들어 시행된 ‘실질임금 지급’에 대해 불만과 함께 보상을 요구하는 심리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잔업을 하지 않고도 수당을 받던 잘못된 관행이 철폐되자 이를 월급제로 포장해 일률적인 임금인상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기아차는 올해 초부터 잔업 없는 라인 근무자를 퇴근시키고 잔업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실질임금 지급 등 잘못된 관행 개선을 단행했으나, 이 공든 탑이 장기 파업 국면 속에서 일거에 무너지게 된 셈이다.
◆얽히고설킨 ‘내부 정치게임’
이처럼 회사가 공들여 제시한 효율화 방안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동시에 노동계에 유례없는 무노동 유임금 상황이 조성되기까지 노조 측이 요구하는 데 대해 노동자 내부에서도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아차 노조가 휴가를 다녀온 후 다시 재파업에 들어가면서 “휴가는 일단 알뜰히 챙기고 수많은 협력업체는 고사(枯死)하든 말든 다시 파업에 들어가는 귀족 노조”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기적인 노동운동’을 한다는 지적은 참기 어려웠던 게 아니냐는 것. 특히 일선에서는 재파업의 방법으로 이른바 ‘널뛰기 파업’을 택한 것에 대한 비판이 높다.
파업 일정과 시간을 그때그때 임박해서 정히는 것이 사측에 협상을 어렵게 한다는 부담을 주는 동시에, 노동자들에게도 심하다는 비판을 사는 것이다. 실제로, 정비지회는 14일 소식지에서 ‘쟁대위 결정은 지켜져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31일까지 4시간을 원칙으로 파업을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었으나 이틀 만에 모든 투쟁전술이 바뀌었다”며 본조 집행부의 파업지침에 대해 비판했다.
또한 화성공장에 근무하는 ??? 씨는 유인물을 내고 특히 현 집행부의 파업지침이 오락가락 하는 것과 관련 “파업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현장조합원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런 일선 노조원이나 노동자들의 염증은 노조지도부가 내부 사정으로 인한 갈등 속에서 강경론자들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판단으로 기운 게 이번 파업의 배경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측이 명분론과 정치적 게임으로 파업을 풀어갈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노노갈등’ 격화…노조에도 ‘악수’
이렇게 협상이 장기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회사 측 역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로 회사 측 교섭위원들은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고, 일부 임원의 사표가 실제로 수리되기도 해 기아차 파업 문제가 점차 ‘돌이킬 수 없는 걸음’을 내딛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가 초가을로 접어드는 기로에 재협상 테이블에 다시 한 번 사측과 마주앉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무리한 파업 강행은 노조 지도부의 위상을 높여주기 보다 오히려 금년 상반기에 현대차 노조 위원장이 ‘노노갈등’의 상처로 사퇴한 것처럼 기아차 노조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기아차 노조가 어떤 수를 둘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