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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크게 좌절할 일도 아니다. 항공우주사에서 실패는 다반사이며 특히 첫 도전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항공우주기술은 100%에 근접한 절대적인 신뢰도를 요구하는 기술이고, 발사 순간의 지구환경 변화에도 치명적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주개발 선진국 미국, 일본, 영국, 유럽연합도 최초 인공위성발사에서 모두 실패했고 일본은 수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오늘의 우주강국이 됐다.
로켓 발사국 중 첫 번째 도전에서 성공한 나라는 러시아, 프랑스, 이스라엘 세 나라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로켓 발사가 처음부터 성공할 확률은 27.3%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발사가 좌절됐거나 위성의 궤도진입에 실패했다고 우주를 향한 비전과 꿈을 접을 일은 아니다.
1992년 소규모 과학위성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인공위성은 모두 외국 발사장에서 외국 발사체를 빌려 발사됐다.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기반시설과 발사체 로켓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짧은 개발역사에서 한국은 우주 선진국과 비교해 인공위성기술은 많이 근접하고 있지만, 발사체 로켓기술과 통제운용 기술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실패를 계기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독자적 기술자립이 없을 때 받아야 하는 수모와 어려움을 잊지 말자는 이야기다. 지구궤도 진입 실패원인은 1단 로켓 발사체 추력의 과다나 페어링 분리 실패, 또는 2단 킥모터의 비정상 가동 등일 수도 있다. 이번 발사 시도에서 나로호는 러시아가 개발 중인 액체로켓을 1단으로, 킥 모터용 2단은 한국의 고체로켓으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나로호가 한국의 것이지만 나로호의 핵심 1단계 로켓이 기술이전 없이 수입됨으로서 사실상 무늬만 공동개발이었다는 비판을 외면 할 수 없게 됐다. 당초 정부는 2억 달러를 주고 러시아의 1단 로켓기술 을 이전받기로 했었다. 발사 준비과정에서도 우리정부는 러시아가 나로호와 동일한 로켓을 이용해 최종 연소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으나, 나로호 개발 참여자들에 의해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사를 준비하면서 러시아와의 기술협력 지연, 발사대 부품공급 차질, 1단 로켓 연소실험의 문제, 발사 자동시스템상의 착오로 인해 발사가 연기됐었고, 전체 준비과정에서 우리 측은 로켓개발과 제작에의 참여배제는 물론 1단 로켓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근접조차 허락되지 못했던 점도 잊지 말자.
한국 첫 인공위성의 실패를 보면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체적인 기술을 확립하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 한다. 외국 기술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연구개발의 방향은 로켓 발사체와 인공위성, 그리고 발사대를 포함한 지휘통제 운용기술의 향상에 있다. 앞으로는 순수 우리기술로, 우리 땅에서, 우리손으로 쏘아 올려 로켓과 인공위성의 개발, 생산, 발사, 운용에서 자주권을 확립해야 한다.
이번 발사과정에 참여한 수많은 전문가, 기술자들이 얼마나 많이 안타까워했으며 속상해 했던가를 잊지 말자. 기술이전 없는 개발방식이 되고 만 이번 실패의 경험에서 원천기술이 없는 기술 약소국의 비애를 잊지 말아야 한다.
나로호 발사를 위해 그동안 혼신의 노력을 다했던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자.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들이 용기를 내어 다시 분발하기를 기원하자.
백병훈/정치학 박사·본지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