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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주유소 설립, 곳곳에서 ‘난항’

지자체 규제강화, 주유협회 조직적 반발…대형마트 ‘울상’

이철현 기자 기자  2009.08.18 17: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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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부가 유가 인하를 유도하고자 야심차게 도입했던 대형마트의 주유소 설치‧운영이 주유업계의 반발과 지자체의 규제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주유업계는 당장의 생계 문제를, 지자체는 지역 영세 상인들의 보호라는 명분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정부는 물가 안정 차원에서 유통업계에 주유소 시장 참여를 요청했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지난해 12월부터 경기도 용인시와 경상남도 통영시, 경상북도 구미시 등 옥외 주차장이 마련된 매장을 중심으로 셀프주유기를 설치, 가격을 인근 주유소보다 리터당 50~100원 낮춰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영향은 자연스럽게 인근 주유소에 미치게 되고 이는 곧 주유소 간의 가격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당초 ‘효과’를 기대했던 정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우선, 지역 주유소 자영업자를 비롯한 주유업계가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유소협회가 대형 유통사의 마트 내 주유소에 대한 사업조정을 잇따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유협회, 생존권 ‘버티기’

한국주유소협회와 이마트 등에 따르면, 주유소협회 군산지부는 전북 군산시 경암동 이마트에 들어설 주유소를 대상으로 사업조정을 신청키로 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이마트 주유소가 들어설 경우 인근 주유소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기반으로 다음 주에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체 조사결과 이마트 주유소가 들어선 지역의 인근 주유소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오픈한 용인 구성 주유소의 경우, 인근 15개 주유소 1분기 휘발유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16%, 주유소별로는 최대 60%가 줄었다”고 주장했다.

주유소가 들어선 이마트 구성점(경기도 용인시내) 인근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현재 타 주유소에 비해 리터당 약 80원 정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며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군산점은 334㎡(약 101평) 면적의 주유소에 주유기 4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오픈 예정인 이 곳은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관할 당국인 군산시가 사업승인을 내준 상황에서 실제 사업조정 명령이 내려지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주유소협회는 이마트 군산점의 주유소 진출을 막기 위해 사업조정 신청서를 관할 당국에 내는 등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롯데마트 울산점 전경.>

주유소협회는 이 외에도 대형유통업체들이 설립할 예정인 다른 지역 주유소에 대해서도 사업조정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상지역은 경북 구미시(이마트), 경기 고양시(하나로마트), 경남 양산시(홈플러스), 울산시(롯데마트) 등이다.

신청서가 제출되면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사를 거쳐 의견서를 중소기업청에 제출하고 사업조정심의위원회를 통해 90일 이내에 조정 여부가 결정된다. 여기서 조정 명령이 내려질 경우 최장 6년간 주유소 사업이 제한된다.

◆전국 곳곳에서 ‘중단 소리’

주유소협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타 지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마트는 전북 전주에 있는 점포에 주유소를 설치하기로 내부 검토를 마치고 인·허가 절차에 들어가려 했으나 포기했다. 전주시가 지난달 말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의 대규모 점포로부터 50m 이내의 거리에는 주유소를 설치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고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달에도 울산점 주차장에 주유소를 설치하기 위해 울산 남구청에 교통영향평가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울산 남구청이 이달 3일 주유소 설치를 위해서는 대형 할인점 등 대규모 점포로부터 25m의 이격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만들어 입점이 힘든 상황이다.

이마트가 추진 중인 전남 순천점 주유소 역시 차량 정체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순천시로부터 불허 판정을 받은 가운데 충남 천안시도 이달 14일 마트 내 주유소 설치에 대한 규제 장치를 마련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현재 6곳에 승인을 내줬는데 경쟁을 통한 유류값 인하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볼 만한 정도가 아니다”며 “오히려 지역상권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자체의 규제까지 더해지자 대형마트 측은 “정부 요청에 따라 시작한 것인데 이제 와서 지자체들이 규제까지 만들고 있다”며 “고유가 시대에 셀프 서비스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마트 내 주유소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지역 주유소 업자들의 조직적 반발에 지자체까지 규제를 걸고 나서 주유소 설치에 대해 (업계의) 불만이 많다”며 “한 쪽에서는 권유하고 다른 한 쪽에서 규제하면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대형마트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