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아차 노-사가 14일 오후 3시부터 소하리공장에서 휴가 뒤 첫 협상을 재개하는 등 상황 변화 조짐이 감지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극단적으로 의견의 평행선을 달려온 기아차와 기아차 노조가 이번 파업의 터닝 포인트를 돌게 된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분석은 기아차 노조측이 한 발 양보를 할지의 고비에서 가능성이 어느 정도 높아졌기 때문.
◆지난 달 이후 첫 협상테이블
이번 협상은 지난달 27일 협상 이후 처음 갖는 협상이다.
날짜만 꼽아보면 18일만의 협상에 불과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기아차 노조가 그간 강성 투쟁 모드를 굽히지 않아 왔기 때문. 그간 노사는 지난 5월14일 상견례를 시작한 이래 14차례의 본교섭과 4차례의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주요 쟁점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름휴가에 들어간 바 있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5.5% 인상과 생계비 부족분 200% 이상 지급,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생계비 부족분 200%에 격려금 250만원을 지급하고 주간연속 2교대제는 8+9시간으로 하되 생산량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양쪽 의견 차이는 기아차의 이번 실적에 대한 근원적 시각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조측이 강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데에는 이같이 커진 파이를 분배해 달라는 기초적인 의견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기아차 노조는 연속 2년 적자를 낸 뒤끝인 지난해에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바가 있어, 이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낳고 있다. 하지만 사측의 판단은 다르다.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우수한 결과이긴 하지만, 막상 내실은 없다는 것이다. 기아차의 이번 실적은 당국이 내수 진작을 위해 특소세 혜택을 준 '일시적 효과'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자동차 수출이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고 있고 하반기에는 어떤 경기 상황이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사측으로서는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기 보다는 하반기를 위한 체력 비축을 해야 할 필요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친 회사측 돌발 행보에 노조 당황?
이런 상황에서 양측은 협상 결실을 맺지 못했고, 일단 여름 휴가 기간이 시작되면서 협상은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휴가를 다녀온 노조측이 불과 얼마 후 파업 재개를 선언하면서, 양측의 대화 소통에는 다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노조측은 파업 재개를 선언하면서, 파업 진행 상황을 한 번에 통보하지 않고 매일 사측에 통보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측의 상황 예측을 어렵게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전술적으로는 사측의 협상능력을 떨어뜨려 노사 대화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 여지도 만들었으나, 반면, 사측의 대화의지 자체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도 가져왔다는 풀이다.
더욱이 파업 중에 휴가까지 알뜰하게 챙긴 모양새가 됐기 때문에 '얌체 파업'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등 사측으로서는 협상 파트너로서 노조측의 행동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기류가 조성된 것도 문제로 떠올랐다.
결국 사측에서 사장 이하 협상단 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노사간 대화에서 어느 일방이 승리하였다고 풀이하기보다는 대화 채널 자체가 끊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피해 극심, 빠른 대화 성과 도출 가능성에 눈길
이처럼 돌발상황이 연출되자 노조측은 내심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일단 협상 재개로 한 걸음 물러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일시적인 대화 재개 신호 이상으로 노조측이 향후 입장변화를 예고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하지만 현재 사의 표명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협상 테이블을 새 국면으로 만든 사측 관계자들은 그간의 업무능력 등으로 모기업인 현대기아차그룹의 신뢰를 받고 있다면 노조측은 큰 배경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약점이 있다.
우선 12일까지 8차례의 부분파업과 1차례의 전면파업으로 2만8천여대의 생산차질과 5천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 문제다. 이처럼 손실이 커질 수록 노조측이 주목하고 있는 실적이익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마치 나눌 이익이 없어져 가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도 이익분배에만 집착하는 모습으로 보여 논리적 정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협력업체들의 고통 파급을 만들어 '귀족 노조' 비판을 받게 되는 점도 노조의 부담이다.
쌍용차 역시 극단적 파업을 했으나 이는 대량 해고 문제로 인한 측면이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기아차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적 여론과는 상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쌍용차도 파업을 끝냈는데 기아차는 왜 아직도 파업 중이냐는 시선쏠림이 노조측에 새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번 협상 재개는 사태심각성과 피로현상을 강하게 느끼는 사측이나 노조 모두 빠른 대화 재개 필요를 느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생산 재개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