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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현대중공업이 적대적 M&A?

홍석희 기자 기자  2006.04.28 11: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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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그룹을 둘러싼 정 씨 일가의 지배구조 대립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7일 정몽준 의원(무소속)이 최대 주주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장 마감 직전 현대그룹(회장 현정은) 계열인 현대상선 지분 26.7%를 매입했다.

   
  <자료제공: 동양종합금융증권>
일단 현대중공업그룹측은 지분 매입배경으로 “적대적 M&A 위협에 처해있는 현대상선을 돕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같은 의도라면 사전에 현대그룹 측에 언질이라도 줬어야 하지만 지분매입 결정이 내려진 뒤 통보형식으로 이같은 사실을 알린 점이 미심쩍다는 것이다. 또 최근 평균 주가보다 20%나 비싼 가격으로 지분 매입에 나선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에게 현대중공업의 지분매입 목적이 의심스럽다고 보고한 뒤 중공업측에 지분매입 연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현대중공업의 지분매입으로 현대그룹(20.53%)을 제치고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과 함께 매입한 지분 26.7%에 투여된 자금은 총 4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현대중공업그룹과 현대상선은 선박 공급을 둘러싼 사업적 관계에 머물러왔다. 현대중공업은 현대그룹이 대북송금 관련 특검 조사를 받을 때와 현대상선 분식회계, 유동성 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현대상선이 최근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어 고객 확보와 투자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했다”고 나선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 일가는 지난 2000년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회장의 ‘왕자의 난’에 이어 2003년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이의 ‘숙부의 난’ 등 집안 경영권 분쟁을 겪어 왔다.

‘왕자의 난’은 현대자동차그룹 경영권을 정몽구 회장이 확보하는 과정에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현대 일가와 등을 지게 됐고 고 정주영 회장의 막내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집안 며느리인 현정은 회장에게 그룹 경영을 맡길 수 없다며 ‘숙부의 난’을 일으켰다.

그러나 2003년 주총에서 현 회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내자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양도하고 현대그룹 경영문제에서 완전히 물러나기로 했다. KCC는 지난 3월29일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21.47%를 쉰들러홀딩스에 매각, 3년만에 약속을 지켰다.

이같은 현대 일가의 경영권을 둘러싼 문제는 범 현대 일가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기업적인 측면에서 무조건 불리하지는 않다는 관측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28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안정적인 고객확보와 더불어 주요 선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지분인수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라는 리포트를 내놓았다.

현대상선의 경우도 적대적 M&A 가능성이 시사된 만큼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으며 현대중공업과 KCC가 공동노선을 벌인다고 가정할 경우 둘의 지분율은 32.94%로 현대그룹 우호지분 30.58%와 박빙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범 현대가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주면 현대상선 지분율을 35.80%까지 끌어올려 적대적 M&A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유상증자 우리사주 우선배정 물량을 현대상선 우호지분으로 포함하면 유상증자후 현대그룹 우호지분이 33.78%로 확대되는 반면, 범 현대가 지분율은 34.18%로 지분 차가 크지 않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현대상선에 대한 적대적 M&A의 열쇠는 현재 8.69%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건설의 손에 쥐어졌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측에 설지, 아니면 범 현대가에 설지에 따라 현대상선의 향방이 갈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