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와인을 즐기기 위해서는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샴페인 등 어떤 종류의 와인이냐(?)에 따라 각각 다른 잔에 마셔야 하는 것은 와인 마니아가 아니어도 다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와인에만 전통 잔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자주 마시는 맥주, 콜라, 커피에도 다양한 고정 잔이 있다.
전용잔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고 프리미엄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수 있어 오래 전부터 수입맥주 브랜드에서 소비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 전용잔을 내세워 ‘잔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용잔의 장점이 디자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잔의 모양, 두께, 크기 등으로 제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가장 맛 있는 상태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맛’의 과학이 담겨져 있다.
톡 쏘는 상쾌함으로 여름철 대표 음료 코카콜라에도 더욱더 상쾌하게 마실 수 있는 ‘컨투어 컵’이 있다. 2009년 코카콜라는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자는 ‘행복을 여세요’ 캠페인을 펼치며 더불어 오감으로 코카콜라를 제대로 즐기자는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여 ‘컨투어 컵’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오감(五感)을 사용해 코카콜라의 상쾌함과 고유한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기본이 코카콜라 ‘컨투어 글라스’로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의 ‘컨투어 글라스’는 시원한 코카콜라의 병을 잡았을 때 느껴지는 그립감(촉각)을 똑같이 옮겨 놓아 코카콜라 병째 들고 마실 때와 똑같은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위로 갈수록 잔 입구가 넓어지는 모양은 코카콜라의 고유의 향과(후각) 코끝에서 터지는 탄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구조이다. 또한 이런 잔 모양으로 글라스 안의 카라멜 컬러가(시각) 잔에 든 얼음과 어우러져 자연스럽게 위로 갈수록 연해지는 그라데이션 효과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주며 코카콜라 따를 때 좁은 아래쪽에서 넓은 위쪽으로 탄산이 올라오는 소리가(청각) 마시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하이트 맥주의 100% 보리맥주 ‘하이트 맥스’는 맥주를 보다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전용잔인 ‘슬라이딩 잔’을 선보이며 맛 있는 맥주라는 컨셉을 살리고 있다. 슬라이딩 잔은 아래에서 위로 잔의 너비가 서서히 넓어져 잔을 살짝 기울여도 맥주가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특히 윗부분이 넓어 100% 보리 특유의 곡물 향을 잘 느낄 수 있다. 크기는 한 손에 묵직하게 들어오는 사이즈로 손 느낌도 좋다.
천년약속은 맛과 향을 한층 고급화한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 GOLD`를 새로 출시하며 전용잔도 함께 선보였다. 효모를 이용해 발효하는 일반 술과 달리 상황버섯균사체로 발효한 이 제품은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깨끗한 맛에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향이 특징으로 넓은 입구에 바닥이 오목하게 들어간 전용잔은 상황버섯의 향을 충분하게 음미하도록 설계되어 천년약속의 향과 맛을 더욱 북돋워준다.
모엣 샹동의 로제와인 ‘모엣 플라워 로제’ 샴페인에는 전용잔 ‘뽕본느’가 있다. 이 잔은 매혹적인 핑크빛으로 제작된 튤립 스틱 모양으로 받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뽕본느’라는 이름은 잔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을 만큼 샴페인을 너무 좋아했던 뽕본느 후작의 이름에 유래했다. 강력한 과일 향과 핑크빛 아름다운 색으로 눈으로 즐기는 로제 와인의 장점을 전용잔으로 마시면 더욱 잘 즐길 수 있다.
독일의 '에딩거(Erdinger)'는 대표적인 바이젠(밀맥주). ‘에딩거’는 다시 흑맥주인 둔켈(Dunkel,알코올도수 5.6도)과 화이트 맥주인 헤페(Hefe알코올도수 5.3)로 나뉜다. 화이트 맥주 헤페는 여과 전의 전통 주조방식으로 병 속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난다. 에딩거의 전용잔은 키가 크고 아래 부분이 활처럼 휜 것이 특징. 특이한 모양의 이유는 바로 향기 때문. 맥주 향을 한 데 모아 바로 코로 전달하고 오랫동안 기포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전용잔이 필수적이다.
2년간 발효된 와인급 맥주 ‘두블(Duvel)’은 벨기에 플랑드르 말로 '악마'를 뜻한다. 맥주 이름만큼 독특한 전용잔은 튤립 모양의 컵에 자루가 있는 형태다. 다양한 과일 향이 포인트인 두블을 마시기에 향을 모아주는 꽃 모양의 잔은 환상의 짝꿍. 향을 한데 모아줌과 동시에 잔을 비울 때까지 기포가 향과 함께 계속 올라오기 때문에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600년 전통의 전형적 라거 맥주인 스텔라(Stella)는 라틴어로 별(Star), 아르투아(Artois)는 창시자의 성이다. 지하 천연수에 최상의 맥아와 옥수수를 사용한 전통적인 맥주 숙성법으로 제조한다. 스텔라 고유의 전통 라거 맥주의 맛과 우아함을 동시에 느낄 비책은 바로 성배 모양의 잔. 고급스럽고 귀족 같은 느낌에 잔 맨 위에는 골드라인으로 둘러져 있다. 날씬하면서도 유연한 곡선모양의 성배 잔에 자연스러우면서도 풍부하게 거품을 만들며 따라주면 좁다란 입구로 인해 스텔라 고유의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인 보르도와 부르고뉴는 와인잔도 모양이 다르다. 부르고뉴 와인의 잔이 더 동그랗고 크다. 이는 더 잘 향을 가두기 위함이다. 이것 역시 두 지역 와인의 특성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서 얻은 결과물이다. 보르도의 대표 품종은 까베르네 소비뇽이다. 이 품종은 타닌을 많이 함유해 향이 강하다. 반면, 부르고뉴는 피노 누아 단일 품종을 사용한다. 이 품종은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부르고뉴의 와인잔은 섬세한 피노 누아의 향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풍선처럼 볼이 넓고 림이 좁다. 볼이 넓으면 공기와 접촉하는 와인의 표면적이 넓어 섬세한 향이 살아난다. 이 향이 와인잔 안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게 림을 좁게 만든 것이다. 반면, 보르도 와인잔은 볼과 림의 크기 차이가 부르고뉴 보다 적어 전체적으로 밋밋한 모양이다.
공기를 압축해 짧은 순간에 커피를 추출하는 이탈리아식 커피 에스프레소는 ‘데미타세(demitasse)’라는 전용잔에 마셔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에스프레소(30㎖)는 일반 커피에 비해 양이 적기 때문에 공기와 접촉하면서 온도가 빠르게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커피 잔에 비해 그 두께가 두껍다. 또한 에스프레소의 온도를 지켜내기 위해 최대한 외부의 온도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바닥에 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홍차 잔은 홍차의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커피잔에 비해 폭이 넓고 높이가 낮다. 또한 잔 끝이 나팔꽃 모양으로 살짝 젖혀진 형태가 많은 데 이는 입술에 부드럽게 닿아 편리하게 차를 마실 수 있고 향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홍차 잔은 주로 유백색이거나 유백색의 잔에 라인 형태의 무늬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홍차의 아름다운 색을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한국 코카콜라 브랜드매니저 이지연 부장은 “최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포미(For me)족이 증가함에 따라 단순히 맛이 아니라 맛을 음미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전용잔에 따라 마시는 것 외에도 음료의 보관 온도나 올바르게 즐기는 단계도 지켜야 특유의 향과 맛을 100%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