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오늘로 개장 일주일을 맞은 광화문광장, 개장 초 이미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성공’이란 평가가 성급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첫 흥분이 지난 뒤, 일각에선 광화문광장이 성급하게 조성된 공원이기 때문에 곳곳에 안전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도심의 허브 기능을 해야 할 광장이 좁은 면적의 한계상 녹지 조성을 거의 포기하고 삭막한 회색 공간으로만 구성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광화문광장이 웃음으로 들썩인다. 시내 한복판에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곳 광장분수대에선 아이들이 흠뻑 젖은 채 시원한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6일 하루 동안 9만명이 다녀갔다. 개장 1일부터 6일 현재까지 84만명이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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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지난 1일 개장한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 분수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 6일까지 84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 | ||
광화문광장 건립은 여론조사 결과 시민 대상자 중 62.8%가 광장에 일재의 잔재를 씻어내고 과거 조선시대 육조거리를 재현하는 것에 찬성했다. 또 광화문광장은 고품격화를 위해 당초 120억원에서 290억원 정도로 크게 오른 예산과 더불어 광장 폭도 27m에서 34m로 확장 설계됐다.
이렇듯 시민의 기대와 관심을 듬뿍 받고 있는 광화문광장이지만 고품격화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안전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계턱 낮아 ‘택시돌진’ 대비책은?
지난 2일 개장 이틀만에 광화문 광장엔 택시가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택시가 광화문광장 ‘플라워카펫’ 안으로 20m나 돌진한 사고였다.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까지 이어질 뻔했다.
문제는 서울시의 대책마련이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한 택시돌진 사고를 숨기기에만 급급했고 훼손된 화단 수습 외에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7년 3월20일 시장방침 제139호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품격 높고 상징성 있는 광장으로 조성하려는 사업을 시행키로 했지만 개방 전부터 많은 문제가 예견됐다.
우선 안전성의 부재 문제다. 광화문광장은 도로와 공원의 경계선을 알리는 경계턱이 15cm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도로 경계턱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으로 바로 옆 도로를 지나던 자동차가 실수 혹은 사고로 택사돌진 사건과 같이 인도에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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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유럽의 광장에는 연석(경계턱)없이 분리대만 설치돼 있다 > | ||
광화문광장의 기술심사를 맡았던 서울시립대 이규목 교수는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을 너무 급히 조성하는 바람에 안전상의 문제를 놓친 부분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광장 건립 시, 인도와 차도 사이의 경계턱을 만드는 것은 선택 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며 “오히려 외국은 걸려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경계턱을 만들지 않고 있지만 광화문은 인구밀집지역으로 인구와 차량이동이 많은 특성상 연석과 도로의 설계 자체가 굉장히 중요했지만 서울시는 비용절감과 외관상 보기 좋은 것에만 치중해 공사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연석(경계턱)이 낮게 만들어 택시사고와 같이 자동차 돌진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자동차 속도를 낮추는 효과를 보기 위해 도로에 아스팔트가 아닌 울퉁불퉁한 돌(볼록길)을 깔자고 제안했지만 서울시는 비용절감 등을 위해 보기만 좋은 바둑판 모양의 돌을 이용했다”며 “운전자들이 도로와 인도의 사이가 좁다는 것을 자각하고 광장 옆으로 서행하라는 것이냐”고 서울시의 안정불감증을 비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안전상의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기반시설본부 토목부 정달근 주임은 “차 속도를 줄이기 위해 아스팔트가 아닌 줄무늬가 들어간 도로를 깔았다”며 “울퉁불퉁까진 아니지만 운전자들은 확실히 도로가 속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안전막 설치 대신, 아르바이트생 더 고용
이 교수는 연석 뿐 아니라 건립 당시 분리대의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고정식 분리대 혹은 이동식(가변식)분리대를 설치해 자동차 돌진 등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며 “그러나 서울시는 비용절감과 설치 및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유로 이런 분리대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애초에 설치하지 않은 이유는 분리대 설치비용이 한 개당 200만~300만원 정도 드는 데다 땅에 구멍을 파고 설치를 하는 과정에서 모래나 쓰레기가 들어갈 경우 등을 비롯해 관리 자체가 어려운데다 분리대를 유지·보수하는 것도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만들지 않았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으로 서울시는 지난 5일부터 50m간격으로 경계턱에 서서 시민들이 차도로 나가지 못하도록 계도하는 안전요원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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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연석이 15cm밖에 되지 않아 안전성 논란이 일자 서울시가 안전요원(푸른색옷)을 연석 위에 배치했다. 위의 장면은 아이들이 연석 위 갓길로 위험천만하게 걸어다니자 안전요원이 제지하고 있는 모습> | ||
광화문광장 현장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활동하는 대학생 이모 씨는 “아이들이 갑자기 뛰어나가는 돌출행동을 하고 어른들은 위험천만하게 갓길로 걸어 다니는 등 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어 마치 무법지대 같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해야 할 서울시가 분리대를 설치하는 대신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을 30명에서 100명으로 늘린 것에 대해 일각에선 서울시가 인력낭비를 통해 세금을 축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광화문을 찾은 이미애(서울·29) 씨는 “경계턱이나 분리대 같은 장치들이 안전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서울시의 안전불감증으로 무고한 시민이 다치거나 죽어야 그때 돼서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며 “분리대 대신 경계턱에 사람을 줄지어 세워놓는 건 세금 낭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정 주임은 “광장 개념은 무장애, 즉 경계턱을 없애야 한다고 기술팀에서 주장한 바 있지만 실무팀에서 안전문제로 20cm이내 규정에 맞게 15cm로 경계턱을 만든 것으로 안전을 고려한 것”이라며 “광장 안에 안전을 위해 울대를 비롯해 사람들이 앉을 수도 있고, 꽃도 심을 수 있는 방호시설도 설치해 놨다”고 설명했다.
정 주임은 이어 “서울시는 택시돌진사고 이후 안전펜스(분리대)를 설치 대책을 기획해 디자인 본부와 디자인 안을 마련 중에 있으며 규정에도 맞는지 검토해 다음 주 월요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원배치를 더 늘려 안전을 담보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발상이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물론, 일반운전자가 사람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안전운전을 주지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운전 미숙이나 음주운전의 경우가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에게 과연 안전펜스처럼 몸을 던져 사고를 막기를 기대한다는 게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경찰도 아니고 소방관도 아닌 그저 아르바이트생을 배치하면서 이런 발상을 하는 게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겠느냐는 것이다.
◆나무 심으려고 공사 새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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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햇빛을 가리기 위해 차양막을 설치해놨으나 햇빛을 막아주는데는 별 효과가 없다 > |
이에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이 공원이 아닌 광장이기 때문에 나무를 의무적으로 심어야할 책임은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 역시 “광화문광장은 광장으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일정비율이상 나무를 심어야 하는 도시공원및녹지등에관한법률상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측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광장이란 문화에 생소하기 때문에 공원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광화문광장 건립 취지도 자동차가 지배하고 있는 광장을 사람에게 돌려주자는 의미로 만들어졌으며 광장의 기본개념은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를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명현(서울·37) 씨는 “광화문광장은 햇빛이 쨍쨍한 도로의 한 가운데 있어 아스팔트에선 뜨거운 열기가, 하늘에선 맹렬한 햇볕이 내리쬐는데 차양막은 정말 쓸모가 없다”며 “차라리 나무 그늘이 있으면 훨씬 시원하고 휴식공간으로 잘 활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이 재탄생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루 약 10만명이 찾는 광화문광장에 대해 ‘1년3개월 만의 뚝딱(?) 해치운 조성공사가 너무 짧아 안전 부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광장의 안전문제를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 주목된다.
조윤미 기자 bongbong@newsprime.co.kr / 전남주 기자 cnj@newspri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