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은 3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자신의 해임과 관련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동안 난무했던 숱한 추측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 전 회장은 먼저 박삼구 금호그룹 명예회장과의 갈등과 함께 이번 해임에 대해서 법적조치를 밟을 것을 분명히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지난 1976년 금호석유화학의 전신인 함성고무에 입사한 이래 1996년부터 대표이사로 근무하다가 지금의 해임 사태를 맞이하기까지 30여년을 금호석유화학 여러분과 동고동락을 같이 했다”며 “금호석유화학의 이러한 내실위주 경영방침은 박삼구 회장님의 외형추구와 근본적으로 상치되어 왔다”고 전했다.
그는 또 “현재 그룹 전체에 엄청난 위기를 초래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인수 추진 당시 자신은 회사를 대표 인수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지만 박삼구 회장이 지나치게 무모한 가격과 풋백 옵션이라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조건으로 인수를 강행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강행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룹의 앞날을 위해 최선의 노력으로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과의 마찰이 불가피했다”며 “회장의 막강한 그룹 지배력과 경영전권의 현실 앞에서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들을 보냈다”고 이를 두고 그 동안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미스터리였던 박 전 회장의 금호석화 주식 추가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최근 전 재산을 들여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추가 취득한 것은 풋백 옵션 등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금호석유화학에 급속히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독립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필요성이 크다는 절박함 속에서 그릇된 경영판단에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 의사결정구조를 갖추어 보려는 일념으로 부득이 내려진 결단”이라며 “이는 박삼구 회장님과 제가 급박해진 유동성 위기 해결방법에 관하여도 생각이 매우 달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저는 무리하게 인수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조속히 매각, 그룹의 재무상황을 급속도로 악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소신을 견지하고 있었다”고 밝힌 뒤 “박삼구 회장은 인수 회사들의 재매각을 꺼리면서 지금의 천문학적 손실을 누적시켰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마련 보다는 계열사간 내부거래 및 그룹 자산 매각 등 그룹의 총체적 위기상황만 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이어 “하지만 계열사간 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법률상 허용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문제를 오히려 그룹전체로 파급시킬 뿐”이라고 했다.
그룹 매각과 관련된 의혹도 제기했다. 박 전 회장은 “최근 (박삼구)회장의 자제인 박세창 상무 등이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호렌터카와 금호개발상사에 금호산업 주식을 340억원에 매각했다”며 “금호렌터카는 이미 대한통운 인수의 후유증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법인인데 어떻게 대주주로부터 170억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지 금호개발상사는 30억원을 차입하면서까지 150여억원의 주식을 매입할 필요성이 무엇이었는지 도대체 누가 이러한 거래를 지시하였는지 등 너무도 많은 의문이 있다”고 한 뒤 “이런 불법적인 거래를 지시했거나 관여한 책임자는 반드시 응분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회장은 또 “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박삼구 회장님이 저를 대표이사직에서 전격 해임한 후 기자회견까지 자청, 제가 그룹의 일사불란한 경영에 반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언급한 것과 동반퇴진이라는 미명하에 박삼구 회장의 뜻대로 움직여온 항공 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내세운 것은 참으로 노회한 전략”고 꼬집었다.
해임과 관련해서도 박삼구 명예회장의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8일 박삼구 회장은 불법적으로 이사회를 소집한 다음 의안을 주요 경영현안이라고 통보했다가 막상 이사회 석상에서는 저의 해임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한 후 투표용지에 이사 각자의 이름을 적도록 함으로써 회장의 지위에 기한 압력을 행사, 저의 해임안을 가결 시켰다”며 “이에 대하여는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 하겠다”고 피력했다.
박 전 회장은 “다만, 경영일선에서 퇴진한다고 하면서도 법적 실체가 없는 상징적 직위에 불과한 그룹 회장직에서만 물러난다고 했을 뿐 금호석유화학 등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현재의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일시적 방편에 불과하다”며 “박삼구 회장님은 상징적 의미에 불과한 그룹 회장직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마땅히 각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을 비롯한 경영 일선에서 실질적으로 완전히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