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직이나 단체에서 ‘힘 있는 사람’을 흔히 ‘실세’라 부른다. 이러한 실세에도 ‘급’이 있다. 권력자와 만나는 횟수와 영향력에 따라 등급이 나뉘기도 한다. 권력자의 친인척이나 정권 창출 일등공신 등이 일등급 실세로 꼽힌다.
MB정권 최고 실세는 누구일까?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비정치권에선 ‘MB의 복심’ 세중나모여행 천신일 회장이 먼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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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박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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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재계에선 “OCI(옛 동양제철화학)가 사람 여럿 잡는다”는 말이 횡횡하다. 이곳 사외이사에 ‘대통령의 절친’ 천 회장이 껴있다. 업계에 따르면 천 회장은 2001년 3월부터 줄곧 이 회사 사외이사를 지내왔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단순(?) 불공정거래 의혹이 △정치적 로비·외압설 △정부 핵심인사 개입설로 번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 의혹은 또 있다. 작년 한화투자신탁운용(이하 한화투신)의 ‘세중나모여행 작전’이 그랬다.
2008년 5월, 한화투신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세중나모여행이 태양광사업 진출을 발표하기 바로 직전, 갖고 있던 이 회사 주식 전량을 팔아버린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투신은 2008년 5월2일부터 그달 19일까지 보유하고 있던 세중나모여행 지분 4.86% 전량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러나 지분매각이 마무리된 19일 세중나모여행은 공교롭게도 태양전지 사업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도 이런 오비이락이 없다.
당시 세중나모여행은 석영자원개발업체 이너블루에 12억원을 투자해 40.01%(7만200주)의 지분을 확보, 계열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세중나모여행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산업의 쌀’로 통하는 석영은 태양열발전을 위한 필수 소재로 현 정부 화두인 ‘신재생에너지’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제 세중나모여행 주식 값은 그해 3월보다 40% 이상 급등했다.
‘그 때 일’에 대해 한화투신 측 또한 ‘뒤늦게 배 아프다’는 입장이다.
한화투신 관계자는 “세중나모여행의 태양전지 사업진출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세계적 금융경색 탓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개편할 수밖에 없었다”며 “게다가 불안전한 외환시장을 비롯 환율, 조류독감 등 여행업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담당 펀드매니저가 바뀐 상황에서 후회한다 안한다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처럼 장이 좋았더라면 절대 팔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력은 불(火)과 같다. 불을 잘 이용하면 보온·광명효과를 얻지만 자칫 화를 당할 수도 있다. 세중나모여행의 사업적 이득이 ‘권력의 비호’나 ‘한발 앞선 정보’로만 얻어진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최고 권력자의 친구라면, 또 최고 권력자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처신을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이다. 오비이락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이미 오비이락이라고 할 수 없다.
또 한화투신은 자사가 지난날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전량 팔아치운 것을 후회한다고 하지만 권력자의 최측근과 얽힌 일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미심쩍은 시선을 받을 만 했다. 절묘했던 그 시기에 뻔한 이득이 코앞에 있음에도 한화투신은 이른바 ‘권력주’를 느닷없이 팔아치웠고 그 덕에 권력자의 친구는 큰 이득을 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