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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귀족 노조' 파업에 비판 봇물

강성 노조 한계 넘은 횡포 우려…협력업체는 어쩌라고

이용석 기자 기자  2009.07.22 15: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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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기아차가 또 강성 노조활동으로 몸살을 앓게 됐다. 기아차 노조는 15∼16일 6시간 부분파업을 한 데 이어 21일 4시간을 시작으로 22일 6시간, 23일 전면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기아차 파업은 귀족 노조 비판을 낳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경제난·판매 급감 속 파업 ‘막대한 손실 우려’

이번 기아차 노조 파업은 우선 임금협상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8만7709원 인상, 생계비 부족분 200% 이상 지급,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완전월급제 시행 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생계비 부족분 지급 이외에 임금 인상과 주간연속 2교대 요구에는 난색을 표해 교섭이 중단됐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귀족노조' 파업으로 가동 중단 된 공장 내부 전경]  
 
기아차는 이달 들어 판매 급감을 겪고 있다. 기아차는 이달 20일까지 모두 1만1854대를 판매, 전월대비 판대대수가 1만5729대보다 24.6% 하락했다. 로체와 포르테 등 주력 모델 판매 감소가 두드러진 점도 특히 아픈 부분이다. 이같은 판매 감소는 계절적 요인은 물론 개별소비세 인하정책이 종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직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세 이벤트’가 사라지자 바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초체력 자체가 약해진 상황에서 파업이란 손실까지 겹쳐 기아차의 시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기아차는 22일까지의 파업으로 이미 1만4000대(23일 포함시 1만8500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2400억 원에 이른다. 23일 전면파업까지 더해지면 생산차질은 1만8500여대, 손실은 33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강성 노조 오래전부터 이름 높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데”

물론 기아차의 강성 노조활동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번 파업으로 기아차는 ‘19년 연속 파업’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1997년 기아차 경영난과 부도 상황의 중요 요인 중 하나로 강성 노조활동이 꼽힐 정도로 기아차의 노조 활동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제침체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큰 손실을 내면서까지 노조가 파업을 강행해야 하는 것은 시기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고, 이미 금융권과 공기업 등은 신입직원 연봉 삭감에 이어 기존직원도 급여 삭감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임금단체협상을 하지 않고 회사에 일임하는 경우도 여럿 나오고 있다. 이런 터에 기아차는 임금 인상 요구라는 ‘역주행’을 하고 있는 셈. 주변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에 기아차가 총대 맨 격
 
더욱이 이번 파업은 민주노총이 쌍용차 사태 해결을 명분으로 내건 총파업과 연결돼 더욱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쌍용차에 대한 공권력 투입과 미디어 법·비정규직법  강행 처리 등에 반대해 22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더욱이 이번 파업에서는 기아차 노조가 사실상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최대 산별인 금속노조와 공공운수연맹의 적극적 파업 참여가 필수적이다. 금속노조와 공공연맹은 조합원이 각각 15만 명으로 민노총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공공연맹의 사업장 중에는 교섭 진행 성과가 있어 이번 파업 동참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역시 현대차 노조가 지도부 공백으로 파업 동력이 약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가 부분 파업에 이어 전면 파업까지 단행하면서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이번 총파업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된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체 임금단체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는 바람에 파업 대열에 동참하게 됐으나, 결국 남의 집안 문제(쌍용차 문제)와 정치적 이슈들을 내세운 총파업에 앞장서는 결과가 돼 노조 본연의 활동과는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른 회사 노조원 살리자고 내 협력업체 죽이나

또 민주노총의 이번 정치적 ‘하투’는 특히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됐던 만큼, 기아차 노조가 이를 피해가려 했으면 협상과 양보를 통해 임금단체협상을 빨리 매듭짓는 방안도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GM대우가 임단협을 빨리 매듭지어 이번 총파업과 거리를 둔 점이 예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기아차 노조가 사측과 협상이 어려운 요구조건들을 다수 내세웠던 것이 아니냐는 풀이도 내놓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사측이 성실히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기아차 노조가 민주노총 총파업 대열에 동참할 것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이처럼 노사 협상에 임했다면 노조 활동이 왜곡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이번 파업으로 기아차 노조는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해 쌍용차 노조원 등을 살리는 일에 앞장을 서는 셈이다. 하지만 남의 집 식구(쌍용차 노조원)들을 살리기 위해 내 집 식구(협력업체)에게 고통을 준다는 부수적인 효과는 또 다른 논쟁을 낳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협력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을 도외시한 기아차 노조가 상생 정신을 저버린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기아차의 파업으로 이미 260여 협력업체들은 2007년 300억원, 2008년 200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이번 파업 손실까지 겹치면 협력업체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기아차 파업은 경제 여건과 역주행하는 임금 인상 요구, 정치적 총파업 동참을 위한 파업 단행 논란 등과 더불어 협력업체를 도외시하는 파업 등의 평가가 맞물려 전형적인 ‘귀족 노조’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게 된 것이다.

◆“기아차 사달라” 노조위원장 신선한 행보 그립다

이미 세계 자동차 업계가 ‘GM 몰락’ 교훈을 되새기고 있는 와중에 기아차를 비롯한 우리 나라 자동차 업계만 위기 위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고 있다.

2005년 기아차 노조 채용비리 등 귀족 노조 논란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1929년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현상황에서는 노조 활동도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세워 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아차 노조는 특히 노조위원장이 “기아차를 사달라”며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 감동을 준 경험도 있다.

간만에 상생의 정신을 되새겼던 기아차 노조가 임금 인상과 민주노총 활동 참여도 좋지만, 회사와 협력 업체를 먼저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니냐는 지적이 회사 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