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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전의 공허한 ‘쌍벌주의’

김쌍수 사장 ‘윤리선포’ 불구, 고질적 뇌물 비리 ‘범벅’

이광표 기자 기자  2009.07.21 11: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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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공기업들의 모럴해저드 현상이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는 가운데 해마다 비슷한 뇌물수수 비리를 자초하고 있는 한국전력에 대한 자성의 요구가 높다.

국가 기간산업을 운영하는 주체이자 공기업 가운데 최고의 자산총액과 수많은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 한국전력이지만 그에 걸맞는 길을 가고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전의 김쌍수 사장이 지난해 8월 취임과 동시에 ‘윤리경영 선포식’까지 가졌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이광표 기자
한전은 지난 1월, 단 한 번이라도 납품 비리나 뇌물 공여 등이 적발된 업체에 대해 영원히 입찰 기회를 박탈하는 획기적인 투명경영 조치를 마련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그간의 비리 오명을 뿌리 뽑겠다는 한전 김쌍수 사장의 강력한 의지 표출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납품 비리나 뇌물 공여 업체에 대해 형식적인 제재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도록 ‘기자재 공급자 관리지침’을 보완․개정하기도 했다.

한전은 특히 법원 등 사정기관에서 사기죄 판결을 받거나 부당이득금 편취 등이 확인된 업체에 대해서는 투명한 거래 질서와 공정한 상거래 확립을 위해 한전 입찰에 영원히 참여할 수 없도록 국가계약법 개정도 요구한 바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 ‘쌍벌주의’였다.

김쌍수 사장이 “2만1000여명의 직원 중 단 한 장의 유리창이 깨지는 것도 허용할 수 없다”며 “청렴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중 문책하고, 해당 업체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쌍벌주의를 적용 하겠다”고 선언한 것.

그러나 한전의 이 같은 조치를 잘 들여다보면 그간의 숱한 비리와 이로 인한 오명의 책임을 한전 내부가 아닌 입찰 참여 업체에게 전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뇌물 공여자가 있다면 수뢰자가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해마다 터져 나왔던 입찰 비리와 관련된 도덕적 잣대는 공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야 할 ‘한전’에게 더욱 엄격하게 적용돼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김쌍수 사장이 ‘윤리경영’을 선포한 뒤 과연 변화는 있었을까? 결과는 아니었다. 올해만 해도 한전 및 한전 자회사를 통한 입찰관련 비리가 벌써 두 건이나 발생했다.

윤리경영 선포식이 있고 난 7개월 뒤인 지난 4월,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주)의 전 대표 권모 씨는 한수원 발전본부장 재직 시절 미국 밸브 납품업체 에이전트로부터 계약 체결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서울지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으며 부하직원 허모 씨도 같은 혐의로 3월 구속 기소 됐다.

이마저도 미국 법무부에서 미국 C업체가 한수원 등 6개국 12개사에 200만달러 상당의 뇌물을 공여했다고 공시하면서 묻혀 질 뻔했던 비리가 드러난 것이다.

지난 8일에도 비리 사실이 폭로됐다. 한국전력 한 고위 간부인 조모씨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기공사 발주와 관련해 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4억여원을 챙긴 것. 투자이익 배당금을 받는 교묘한 신종수법으로 뇌물을 챙긴 것이다.

문제는 직급 여하를 막론하고, 입찰과정에 깊숙이 개입된 한전 소속 임직원들 사이에 해마다 비슷한 종류의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에도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한전 소속 과장 나모 씨가 구속 기소됐으며, 2007년 7월에도 납품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제공 받은 혐의로 과장급 직원 3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일이 있었다.

물론 한전 측은 이 같은 사건들의 혐의 시점이 김쌍수 사장 취임 전이자, 그가 부르짖는 윤리경영 선포 이전이라 ‘앞으로 잘하면 된다’는 변명의 여지는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도 여지없이 터져 나오는 한전의 입찰 비리 소식이 마치 돌림노래처럼 들리는 현실 속에 개혁다운 개혁이 선행되지 않는 다면 한전이 그토록 거부하고 싶은 ‘비리 오명’은 쉽게 벗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