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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임경오 기자 기자  2006.04.25 16: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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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해 4조원이 못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미국의 컴퓨터 어소이에이트사의 찰스왕 회장 연봉은 얼마나될까? 믿을지 모르겠지만 스톡옵션을 포함해 지난해 총 6억5542만달러를 받았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더라도 무려 6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또 타이코 인터내셔널의 데니스 코즈로스키 회장이 1억7000만달러(약 1600억원)를 받았으며 지난 1분기 1억6000만달러(약 1500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야후의 CEO 테리 S 세멜도 우리 돈으로 역시 1억2000만달러(약1100억원)의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기도 했다.

또 이들을 차치하고라도 미국 362개 기업 CEO의 평균 연봉은 1240만달러로 기록되고 있다. 미국 어지간한 기업의 CEO 연봉은 모두 100억원이 넘는다. 높은 세율을 감안하더라도 일반인이라면 평생 모아도 모을수 없는 금액을 한해 연봉으로 받고있는 셈이다.

그러면 국내 대기업들의 CEO연봉은 얼마나 될까?

비록 금감원 공시자료와 주총 연봉상한등을 근거로 추정된 것이긴 하지만 분기당 2조원 안팎의 순익을 내는 삼성전자를 비롯 50개가 넘는 계계열사를 갖고있는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80억원대이다.

3년전 자료이긴 하지만 구본무 LG회장이 20억원, 김승연 한화 회장이 13억여원, 최태원 SK회장이 7억원이다. 3년전보다 더블로 올랐다고 해봐야 역시 수십억원대이다.

최근 비자금 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도 고작 19억원이다. 정회장 역시 3년새 많이 올랐다고 해봐야 역시 수십억원대에 불과하다.

미국 프로야구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2100만달러(200억원)에 받고 있는 것을 비롯 수많은 선수가 100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국내기업들을 글로벌기업으로 일군 총수들에 대한 연봉은 매우 박하다고 할수 밖에 없다.

이같은 박한 연봉은 정당하게 일군 부에 대해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한국정서와도 무관하다고 할수 없다. 무조건 자신의 수준에 맞춰 잣대를 들이대는 바람에 총수들에 대한 정당한 액수의 연봉이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금액도 적지않은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반론을 제기할수 있다.

그러나 분명하게 얘기할수 있는 것은 적은 금액의 보상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그룹 전반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가야할 총수들이 꼭 써야할곳만 쓰더라도 지출규모는 일반인들의 상상 이상이다. 만약 그룹이 흔들리기라도 한다면 천문학적인 거금이 들어가야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총수에게 쥐꼬리(?)만한 연봉이 주어질 때는 필연적으로 다른데서 보충해야 하는 부작용이 빚어질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 사태도 이같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검찰수사가 끝나야 비자금여부와 규모가 밝혀지겠지만 일단 비자금이 비난받을 만하다는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비자금이 마련돼야만 했던 저간의 사정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넘는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이제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토종 자동차기업이다.현대차그룹이 흔들리게 될때 현대차는 물론이고 2만개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수많은 하청업체와 식솔들에게 큰 타격은 물론 막 살아나려고 하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아닌게 아니라 현대차가 해외에 계획하고 있는 플랜들이 벌써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공장 착공도 연기됐다. 정몽구 회장의 카리스마적인 경영스타일로 볼때 정회장이 빠지면 상당부분 경영에 타격이 올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부터 현대차사태의 해결을 위해 진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돼서는 안되겠지만 적은 연봉을 받는 상태에서 개인 치부가 아닌 기업경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드러난다면 국가경제를 위해서 과감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예전과 다른 경영환경에 처해있다. 이제는 소액은 몰라도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라고 분위기를 조성해도 쉽지않은 상황에 처해있는 셈이다. 즉 일벌백계의 교훈을 연출해야할 시점은 아니며 경제회생이라는 측면에서 더 고려해야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마지막 비자금 게이트가 될지도 모를 현대차사태를 현명하게 풀어가야 한다. 물론 이번 경험을 통해 정몽구 회장도 인사스타일을 더 투명하게 바꿔야 함은 물론이다. 현대차그룹의 임원은 그야말로 정회장 말한마디에 단행되는 경우가 있었던 것도 부인할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