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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보도] 동부건설 ‘배짱 로비’ 실태

검찰문건입수…불법로비 판결시 ‘4대강’ 수주참여 ‘없던 일’

박지영 기자 기자  2009.07.20 15:4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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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동부그룹사옥전경>

[프라임경제] 이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공사 발주를 계기로 본궤도에 올랐다. 4대강 살리기 예산규모는 총 22조2000억원으로 건설사 간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실제 조달청과 한국수자원공사가 진행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신청접수 마감 결과 SK, 현대, 대우건설 등 내로라하는 국내 건설사 대부분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능력부터 ‘윤리 의식’까지 어디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이 가운데 의외의 건설사 한 곳이 4대강 사업 입찰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금강 7공구 입찰의사를 내비친 동부건설이 주인공이다. 동부건설은 현재 △뇌물공여 △입찰방해 △배임증재 등의 혐의로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의외’라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지만 검찰이 들춰낸 바대로 혐의가 입증되면 동부건설은 법의 철퇴를 맞는 것은 물론,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을 단번에 놓칠 수도 있다. 동부건설이 만일 이건으로 사법처리를 받게 된다면 동부건설은 4대강 입찰에 성공한다고 해도 다른 업체에 사업권을 내줘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검찰 자료와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동부건설의 ‘배짱 로비’ 실태를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발단은 2007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강원도 춘천시는 도시형폐기물 종합처리시설 건설 사업에 ‘올인’한 상태였다. 사업규모만 620억원에 달하는 큰 공사였다.

춘천시가 1999년부터 야심차게 준비해온 만큼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입찰 평가위원만 정해지면 나머지는 건설사 몫이었다. 사업총괄을 맡은 춘천시 청소행정과장 박모(56 · 5급공무원) 씨에게 건설사들의 손길이 뻗친 것도 이때쯤이다.

평가위원 등록안내 공고가 나가자 이 사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던 각 건설사 관계자들이 박 씨에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평가위원 명단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사진설명 =  본지가 단독입수한 동부건설 로비백태 검찰조사자료>
 

◆평가위원 조작 백태

박 씨에게 가장 먼저 접근한 사람은 춘천시 사업을 여러 번 도맡았던 ㈜대양 대표 정모 씨. 실제 ㈜대양은 춘천시 혈동리 매립장조성공사를 비롯, 시가 주관하는 사업에 두루 참여해 왔다.

폐기물 종합처리시설 공사를 따기 위해 정 씨가 박 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은 그해 9월경. 춘천시 효자동에 위치한 H식당에서였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비로소 정 씨가 본심을 드러냈다. “이번 입찰에 동부건설컨소시엄이 참가했는데 그 안에 ㈜대양도 껴있다. 동부가 이번 공사를 꼭 좀 따낼 수 있게 힘 써달라”는 것이었다. 

검찰 내부문건에 따르면, 동부건설컨소시엄은 동부건설(지분율 40%)을 비롯 한라산업개발(지분율 30%), ㈜대양(지분율 30%)로 구성됐다. 

620억원짜리 공사를 둘러싼 비린내 나는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해 9월, H사 대표인 박모(55) 씨는 한라산업개발 전무이사 최모 씨를 만나 “춘천시에 대한 로비를 알아서 해줄테니 공사를 수주하게 되면 탈취기 납품과 기계, 배관, 전기계장 등 하도급을 한기실업에 달라”고 제의했다. 그 자리에서 최 씨는 박 씨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문건에 따르면 이날 박 씨는 로비대가로 최 씨에게서 현금 4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의 청탁을 받고 공무원 박 씨가 ‘행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그해 말. 작업은 춘천시 혈동리에 위치한 ㈜대양 현장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문건에 따르면 박 씨는 ㈜대양 현장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이곳 직원 손모 씨에게 평가위원 등록후보자 명단을 만들게 했다. 이어 완성된 명단을 ㈜대양과 한라산업개발 관계자 메일로 발송했고, 명단은 곧 동부건설 상무이사 염모(56) 씨에게 전달됐다.

명단을 입수한 염 씨와 한라산업개발 전무이사 김모(55) 씨가 바빠진 것도 이 때쯤이다. 회사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두 사람은 100명의 평가위원 후보자들 중 친한 사람 50명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걸러낸 명단은 다시 공무원 박 씨에게 전해졌다.

골라진 후보자 50명에게 ‘추첨 앞 번호(섭외순서)’가 매겨진 것은 물론이다. 평가위원장은 평가 당일 새벽, 주관사가 직접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날 시간이 되는 사람 순으로 정해진다.

이에 따라 동부건설과 한라산업개발은 평가 후보자 50명에게 미리 이 사실을 공지했다. 후보자들이 자칫 그날 다른 약속이라도 잡는다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평가위원 편의를 위해 차나 택시를 동원, 집 앞에서부터 춘천시까지 데려가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때문이었을까. 그해 11월15일 동부건설컨소시엄은 유력 경쟁업체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건에 따르면 이날 동부건설컨소시엄은 기본설계점수 91.4점을 받은 반면 경쟁업체는 86.82점을 받았다. 

◆뇌물, 달러까지 동원   

남은 건 아무도 모르게 뇌물을 어떤 식으로 전달하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동부건설과 한라산업개발은 평가위원을 나눠 뇌물을 제공키로 했다.

검찰자료에 따르면, 그해 12월11일 동부건설 발전사업단 상무 원모 씨는 설계 평가위원이었던 최모 씨를 창원시 소재 한 음식점에서 만나 현금 2000만원을 건넸다. 높은 점수를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같은 방법으로 동부건설 직원 김모 씨와 강모 씨는 평가위원 황모 씨와 장모 씨에게 각각 1000만원 씩 건넸다. 
 
한라산업개발 또한 비슷한 방법으로 금품을 돌렸다. 이 회사 경리부장인 정모 씨는 그해 11월21일 광주 동구 지원동에 위치한 무등중학교 정문 슈퍼마켓에서 평가위원 정모 씨를 만나 청탁의 대가로 현금 2000만원을 몰래 찔러줬다.

또 한라산업개발 직원 3명은 각각 평가위원 이모 씨를 비롯해 김모 씨, 남모 씨, 전모 씨를 만나 2000만원씩 건넸다.      
 
가장 많은 돈을 챙긴 사람은 단연 공무원 박 씨였다. 그는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현금 2000만원과 미화 5000달러를 받아 챙겼다.

박 씨는 ㈜대양 대표 정 씨에게서만 세 차례에 걸쳐 모두 500만원을 받았다. 호텔을 비롯해 헬스클럽과 놀이터 길거리 등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9월 중순 박 씨는 춘천시 석사동 H 아파트 앞 놀이터 벤치에서 정 씨를 만나 현금 200만원을 받고, 9월 말께 춘천시 운교동 파출소 건너편 길가에서 현금 200만원, 11월 중순 춘천시 온의동 춘천축협 앞에서 현금 100만원을 건네받았다.

심지어 박 씨는 ‘공짜돈’을 받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해 11월 초, 그는 서울 강남구 인터콘티넨탈호텔 1층 커피숍에서 동부건설 상무이사인 염 씨를 만나 미화 5000달러를 받아 챙겼다.

또 12월 중순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부근의 한 헬스클럽에서 한기실업 대표 박 씨를 만나 현금 1000만원을 받았다. 2008년 봄엔 자신의 집 근처인 경호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에서 대표 김모 씨를 만나 책임감리용역 수주 건으로 현금 500만원을 전달받기도 했다.       

◆판결 안 났는데…뭘?

그러나 문제는 뇌물과 비리로 얼룩진 이번 공사가 재심의 없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뇌물 공여 업체인 동부건설컨소시엄은 현재 아무런 재제도 받지 않고 있으며 현재 15%가량 공사 진행중이다. 동부건설로선 ‘로비 꼬리’만 자르고 공사를 챙기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다. 이번 사업은 청렴계약제가 적용된 공사로 위반시 계약의 전부나 일부를 해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춘천시는 동부건설 컨소시엄과의 계약을 강행하고 있다. 심지어 입찰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며 직위해제된 전 담당자 박 씨에게 자문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또 박 씨를 도와 평가위원 명단을 업체에 넘긴 윤모 공무원은 직위해제만 됐을 뿐 계속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급공사를 둘러싼 비리 사슬을 끊기 위해선 입찰비리가 발각되는 즉시 계약을 무효화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뇌물을 줄 경우 1년이상 2년이하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되지만 해당 공사를 진행하는 데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며 “공사를 수주하고 싶으면 뇌물을 줘야 한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반면 비리혐의가 입증됐음에도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조달청은 “모든 권한은 춘천시에 있다”며 책임을 춘천시로 떠넘겼다.

조달청 교육교재개혁법무담당관실 관계자는 “우리는 법령에 대한 유권해석만 도울 뿐 공사를 계속 진행하라 마라할 권한이 없다”며 “계약이행 여부는 계약담당 공무원이나 중앙관사장(춘천시장)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책임 떠넘기기’는 춘천시도 마찬가지다. 춘천시청 공보 담당자는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시장에게 그런 권한이 있겠느냐”며 “모든 권한은 청소과 소관으로 그쪽 담당자에게 물어볼 사항”이라고 말했다.

비리에 연루된 공무원이 계속 근무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위 담당자는 “겨우 1심 판결만 나왔을 뿐 최종심까진 혐의가 입증된 게 아니다”며 “판결이 나면 규칙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동부건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공무원에게 돈을 건넨 임직원이 버젓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상무이사였던 염 씨는 다른 건설사로 직장을 옮긴 상태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염 씨는 한신공영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지만 나머지 세 명은 모두 재직 중”이라며 “재판이 진행 중으로 아직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한편 동부건설은 현 정부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금강 7공구 공주지구 입찰을 희망한 상태다.

하지만 최종심의에서 유죄가 선고될 경우 동부건설은 청렴계약제에 따라 처분 받은 날로부터 1년이상 2년이하 동안 국책사업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4대강 사업 공사 입찰에 성공했다 해도 동부건설은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